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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붉은 짐승…품 안엔 노란 보물…그 뒤엔 빨간 싼타

[은밀한 서울 투어] ⑦ 서울스퀘어
구 서울역사·힐튼호텔 등 볼거리·먹거리 도심 속 여행지

입력 2014-11-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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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퇴근하는 늦은 저녁 시간이지만 ‘서울스퀘어’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그날 새벽에 봤던 대우빌딩을 잊지 못한다. 내가 세상에 나와 그때까지 봤던 것 중 제일 높은 것. 거대한 짐승으로 보이는 대우빌딩이 성큼성큼 걸어와서 엄마와 외사촌과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신경숙은 소설 ‘외딴방’에서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거대한 짐승’으로 표현했다. 2009년 서울스퀘어로 이름을 바꾼 이 갈색 짐승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대도시의 위압감을 뿜어낸다. 외관은 어느 한 곳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고 그 위에 빼곡히 들어찬 창문들은 수백 개의 눈이 되어 사람을 내려다본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다룬 tvN 드라마 ‘미생’의 배경도 서울스퀘어다. 한번 가보고 싶지만 그곳에 서 있는 스스로를 떠올리면 즐거운 상상보다는 월요일 출근길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월요일이 두렵다고 집에만 있기엔 주말이 아쉽고 그냥 지나치기엔 이곳에 숨겨진 명소가 지나치게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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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 서울 284’ 외관. (사진 제공=문화역 서울 284)

 


◇ 문화역 서울 284 ‘역사와 추억이 만난 문화 공간’

1925년 준공 당시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받았던 구(舊) 서울역사는 늘어나는 인구 수송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2004년 폐쇄됐다. 안을 가득 채우던 노숙자들은 옛이야기다. 2011년부터 공연과 전시가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변신해 ‘무료’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역사를 간직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은 각자 머릿속에 있는 추억과 어우러져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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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 서울 284’는 현재 공간의 기억을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평일에는 전시를 하지만 주말에는 배우가 직접 연기를 하며 관객과 함께 추억여행을 떠난다. 284는 구 서울역사가 사적 제284호 국가지정 문화재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진 제공=문화역 서울 284)

 


지난 14일부터 ‘공간의 기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서령 감독은 “다른 무대와 달리 이곳은 공간이 가지는 예술적 가치가 있다”며 “공연을 안내하는 배우를 따라 관객이 움직이며 몸으로 느끼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 거대한 짐승 뒤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

서울스퀘어와 그 뒤에 있는 힐튼호텔 사이 숨겨진 산책길은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멀리서 육안으로도 나무들이 보이지만 그곳 입구는 이방인에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서울스퀘어 오른편 오르막길 중간, 차들이 지나가는 주차장을 걸어 들어가면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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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퀘어와 힐튼 호텔 사이에 숨은 비밀의 정원. 떨어진 은행잎이 산책길 위에 노란 카펫을 만들었다.(사진=윤여홍 기자)

  


계단을 올라 정원에 들어서면 온통 노란 세상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무수한 은행잎은 그대로 땅에 붙어 노란 카펫이 된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잎들은 바로 앞 갈색 건물 캔버스 위에 노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사실 이곳은 서울스퀘어 직장인들의 은밀한 쉼터다. LG CNS에 다니는 직장인 김 대리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한 번씩 나온다.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걷다 보면 꽉 막혔던 고민이 뚫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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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호텔 내부에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와 마을.(사진=윤여홍 기자)

 


◇ 11월, 남몰래 즐기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낙엽 사이를 헤엄치는 비단 금붕어를 지나 힐튼 호텔로 들어서면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반긴다. 반짝이는 트리 주변으로 귀여운 기차가 움직이고 그 곁에 예쁜 마을이 꾸며져 있다. 각 나라 전통 의상을 입은 산타 인형과 사진을 찍는 무대, 다양한 크리스마스용품 등 이곳에 들어선 순간 잊고 있던 설레는 동심이 살아난다.


◇ 금강산도 식후경 ‘서울스퀘어 MALL’

코스 마지막은 역시 맛있는 먹거리다. 가벼운 먹거리부터 제대로 된 코스 요리까지 지하에 마련된 서울스퀘어 Mall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또 하나 볼거리는 입구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설치 미술품이다. 그중 백미는 다양한 표정을 한 사람들로 거대한 벽을 통째로 채운 작품이다. 그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긴 나들이에 지친 몸이 평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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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미술품이 지나가는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드라마 ‘미생’을 쫓아서 왔다는 정현진(26)씨. 그는 “왠지 우울하던 드라마와 달리 실제로 본 서울스퀘어는 사람들로 생동감이 넘친다”며 “이곳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표정이 좋다”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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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스퀘어’ 주인은 누구?

오랜 리모델링 기간을 거쳐 2009년 공식적으로 문을 연 서울스퀘어는 과거 대우그룹의 사옥이었다. 

당시 그 규모와 웅장함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세계 경영을 외치던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야망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1999년 갑작스런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고난을 겪었다. 현재는 부동산 투자회사 ‘케이알원리츠’가 소유·운영하고 있다. 

대우빌딩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대우 인터내셔널’ 직원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최고의 상사맨’을 목표로 땀을 흘리고 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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