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문화 > 방송·연예

‘병맛’이거나 즐겁거나,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향한 희한한 기대

무협지 마니아 구미를 자극하는 캐릭터와 이야기들
역사왜곡, 뻔한 캐릭터와 이야기 등 위험요소도 넘쳐나
그럼에도 무협지 마니아에게 희한한 기대를 가지게 하는 요소들

입력 2015-02-18 19: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빛나거나미치거나06
MBC 월화극 ‘빛나거나 미치거나’ 포스터.(사진제공=MBC)


장혁과 오연서, 남장여자, 퓨전사극 등 흥행 요소를 고루 갖춘 MBC 월화극 ‘빛나거나 미치거나’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이다. ‘병맛’이거나 즐겁거나.

‘명랑소녀 성공기’부터 최근작 ‘운명처럼 널 사랑해’까지 이어온 장혁의 ‘병맛’ 연기는 왕소를 표현하는 데도 여전하다. 웃음소리며 말투며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몸놀림은 지질한 황족 연기에 최적화됐다. 형·동생하다 야릇한 욕구(?) 분출로 난감했던 왕소가 개방(오연서)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며 짓는 웃음은 ‘미치광이’같기도 ‘반푼이’같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문득 날카로워지는 눈빛이나 사뭇 의미심장해지는 결연함이 ‘빛나거나 미치거나’라는 제목에 꼭 어울리기도 한다.

오연서가 연기하는 개방이자 신율은 발해왕국의 마지막 공주로 현재는 청해상단 부단주로 살고 있다. 무협지 여주인공처럼 아름답고 지혜로우며 왕소와 주거니 받거니 떠는 능청은 꽤 자연스럽다.

우연의 남발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과장연기, 결말이 뻔한 황족들의 권력암투를 담은 진부한 스토리 등은 세련된 영상과 감성적인 이야기에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왕소 신율 약초키스
목숨을 걸고 왕소를 살리려는 신율의 절박함이 고난을 함께 하며 정을 키우는 무협지 속 주인공들을 닮았다.(사진제공=MBC)


하지만 무협 마니아들은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향한 희한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캐릭터와 그들이 가진 사연부터 남다르다.

황제이자 형인 정종(류승수)을 향한 왕소의 우직한 충성심과 형제애는 답답할 지경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대사조영웅문’ 곽정의 우직함과 ‘소이비도’ 이심환의 비장함, ‘초류향’의 능청과 여성편력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고려를 피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예언과 어린시절 의문의 죽임을 당한 큰형 왕태로 인해 ‘저주받은 황자’로 되는대로 살아왔다. 하지만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가 눈앞에서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왕소는 황제를 지키는 조의선인의 우두머리가 됐다.

끊임없는 살해 위협과 음해, 믿었던 형 정종의 의심까지 하루도 평탄할 날이 없는 왕소는 위기에 처한 여인 신율을 구하기 위해 가짜 결혼식을 올리며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신율은 보호 받기만을 바라며 답답한 행보를 보이는 여타의 여주인공들과 달리 현명하고 지혜롭다. 이 여인의 사연 또한 기구하다. 다른 나라의 빛이 될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는 예언에 어미는 그녀를 얼음강물로 던져버렸다.

차가워진 핏덩이 공주의 몸을 덥힐 수 있는 공력을 가진 어머니의 호위 시녀 덕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그때의 냉기는 여전히 그녀의 몸속에 도사리고 앉아 숨통을 죄고 있다. 여기서 또 무협적 요소를 이야기하자면 ‘대사조영웅문’에서 거지분장을 하고 만난 곽정의 따스함에 첫눈에 빠진 황용이나 수많은 무협지에 등장하는 냉기가 몸에 스민 여인 등이 연상된다.

빛미나_장혁_임주환_3
황위와 신율을 두고 격돌하게 될 왕소와 왕욱.(사진제공=MBC)


살고 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 살고 있던 남녀가 만나 사랑하기까지는 우연이 남발한다. 우연히 한 공간에 있다 단둘이 동굴로 피신하는 두 사람이나 죽을 위기에 처한 왕소를 구하기 위해 제 몸이 차가워져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해열에 좋은 약초를 씹어 먹이는 신율 등은 고난을 함께 하며 정을 키우는 무협지 속 주인공들을 닮아 무협 마니아의 구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신율을 두고 왕소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또 다른 황자 왕욱(임주환), 부부이면서도 찬바람 날리며 지내던 아내이자 고려 제일미녀 황보여원(이하늬) 등 캐릭터와 그 외모, 이야기 진행이 자꾸만 오래된 중국 무협지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광종이라는 역사적 실제인물이 황좌에 오르는 과정을 다루기엔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된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비슷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 장혁의 연기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협 마니아로써 희한한 기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브릿지경제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