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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문화경] 궁금하지 않습니다 '유명인의 속사정'

입력 2015-03-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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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한상덕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내 경우는 화장실에서 절대로 마주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초밥을 만드는 조리사다. 세상에 볼일을 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만 화장실을 다녀온 조리사의 초밥만은 사양하고 싶다. 그의 손이 아무리 깨끗할 지라도.

대중문화를 생산하는 스타와 소비자인 팬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스타의 사생활은 감추어져야 한다. 그래야 세간의 이목과 부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사가 어찌 그렇던가. 강약도 있고 부침도 있고 과오도 생기는 법이다.

간통죄가 폐지된다는 뉴스와 함께 이유 없이 곤욕을 치른 스타들이 있다. 이제는 손자 볼 나이가 된 가수는 젊은 시절 연상의 유부녀와 간통했던 사실이 수차례나 TV로 보도됐다. 상대 여성은 이미 고인이 됐거나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일일텐데도 전 남편의 회사까지 실명으로 공개됐다. 뿐만이 아니다. 고인이 된 남자배우부터 환갑을 넘긴 여배우까지 간통한 전력이 만천하에 재공개됐다.

종합편성채널의 ‘아궁이’, ‘대찬 인생’ 같은 토크쇼는 여기에 한술 더 뜬다. 시의와 무관하게 스타들의 과오를 틈만 나면 들춰내고 있다. 한물간 기사를 새로운 정보라도 되는 양 게스트들이 포장하고 새삼스럽지 않은 동료 연예인들의 증언까지 보태고 있다.

사실을 기억하는 나이든 시청자나 관심 없는 어린 시청자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토크하고 있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연예 정보인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초기 스캔들은 “예금 잔액이 얼마더라”와 같은 스타의 작은 실수를 찾아내는 데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상식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대중매체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들은 섹스 스캔들을 단골 메뉴로 만들어 성(性)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인 것처럼 떠들어댔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故 최진실의 멘트가 상식이 되어 이기적인 남성상에 기여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여자가 먼저 떠받들어야 남자가 응한다는 상식 아닌 상식을 만드는 게 대중매체의 나쁜 기능이다.

1930년대 최초이자 최고 섹스 스캔들은 메리 애스터가 이혼과정을 담담하게 적어놓은 일기장이었다. 거기에는 그녀가 간통했던 유명 인사들의 명단이 빼곡했고 모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녀의 인기는 추락하지 않았고 이전보다 더 활발한 연예활동을 할 수 있었다. 마릴린 먼로의 섹스 스캔들 또한 대중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흥미진진한 소재였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동정심, 가난하고 굶주린 여배우의 과거를 대중은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가수 나훈아는 웬만해선 팬들 앞에 나서지 않는다. 디너쇼를 할 때 식품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과 미국 공연시 옥상에 헬리콥터를 착륙시켜 달라고 한 요구는 같은 맥락일 것이다. 허세가 아니라 스타라는 자원의 희소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래서인가. 공연기획자들은 ‘나훈아 쇼’를 한국 최고의 쇼라고 입을 모은다. 쇼PD들은 나훈아를 빼놓고는 특집쇼를 기획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말도 되고 노래도 되고 쇼도 되는 유일한 가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대중은 그의 공연을 못 보고 있다. 끝없이 재탕 삼탕하는 과거 타령이 배경이 아닐까 싶다. 시도 때도 없이 스캔들을 재생산하는 떼토크가 원인을 제공한 듯도 하다.

이런 방송이 요즈음 뭔가 수상하다. 86세 노부인을 하늘나라로 보낸 노정치인에게 끝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회자될수록 그의 인격에 더, 흠집을 내고 있다는 걸 방송만 모르고 있는 것인가. 과오와 찬사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방송이라니.

 

 

문화평론가 한상덕

 

*외부기고의 일부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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