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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내 운명"… '장맛에 푹 빠진' 최연소 남자 요리 연구원 최우학

[나이를 잊은 사람들] 샘표 식문화 연구소 '최연소 남자 요리 연구원' 최우학

입력 2015-03-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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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금요일, 서울 중구 샘표 본사에서 사내 최연소 남자 요리 연구원인 최우학(28세) 씨를 만났다. 그는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대전 우송대학교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조리과 경영학 석사(Culinary MBA) 과정에 다니던 중 지난 2014년 샘표 식문화 연구소 지미원에 입사하게 됐다. 현재는 석사 마지막 학기에 다니면서 학업과 일을 병행 하는 ‘열혈 청년’이다.

 

샘표 지미원 최우학 사진1
샘표 지미원 최우학 사원 (사진제공=샘표)

 

“중학교 때까지는 축구선수 활동을 했습니다. 군인이셨던 아버지는 제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길 원하셨지만 저는 요리에 유난히 관심이 갔습니다. 당시 어머니께서 음식점을 하고 계셨는데 어려서부터 맛있는 음식을 접해본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느 대한민국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최 씨의 부모님도 아들이 공부하기를 원하셨다. 아버지는 반대가 심하셨지만 어머니께서는 아들에게 져 주셨다. 어머니의 지원을 받아 아버지 몰래 조리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대학원에서 요리를 공부하던 최 씨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서양식에 관심을 가지며 셰프의 길을 꿈꿨다. 그러다 어느 날 보게 된 영상에 사로잡혀 전통 소스를 이용한 조리법 개발에 뛰어들게 됐다.

“인터넷에서 ‘장 프로젝트(Jang Project)’를 접한 후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우리나라 고유의 소스가 다른 나라의 조리법과 만났을 때 훌륭한 요리로 탄생하는 것을 보고 이 프로젝트에 꼭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 프로젝트’는 세계에 한국의 맛을 알리기 위해 샘표가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사업이다. 2012년 스페인의 세계적인 음식문화연구소인 알리시아 연구소와 손을 잡고 한국의 전통 장을 기존의 유럽음식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작업이다. 간장, 고추장, 된장, 쌈장, 초간장, 향신간장, 연두 등 총 7개의 한국적인 소스를 스페인의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법에 적용하고 이를 정리해 150개의 장 레시피를 만들어 냈다.

2013년 인턴으로 시작해 장을 이용한 조리법 개발에 푹 빠진 최 씨는 매일 ‘입사하고 싶다’ 노래를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열정 덕분에 지난해부터 정식 사원이 됐다. 현재 샘표에서 최 씨는 우리 전통 소스와 식문화를 연구하고 이를 어떻게 하면 현대적인 조리법으로 개발 수 있을지에 대해 ‘24시간이 모자라’게 고민하고 있다.

 

샘표 지미원 최우학 (2)
샘표 식품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쿠킹클래스에서 전통장을 활용한 조리법을 강의하는 최우학씨.(사진제공=샘표)

 

입사 후 최씨의 생활이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전통 소스와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 들어오긴 했지만 모르는 점이 너무 많았다. 우리 것을 잘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겉으로 화려한 것만 쫓아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꾸준히 전통 소스와 음식의 원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새로운 조리법을 연구·개발한다 하더라도 실제 요리하기에 너무 어렵거나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 최 씨는 최근 쉬운 조리법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리법에는 티스푼, 리터, 그램 등 일반 가정에서는 쉽게 측정할 수 없는 단위들이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삼다수 뚜껑’과 같이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 조리법에 적용한다면 훨씬 친숙한 조리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회사 일에 열정적인 최 씨가 회사 일 외에도 열정을 쏟는 분야가 또 있다. 바로 SNS관리다. 개인적으로 만든 페이스북 계정에 회사에서 만든 조리법을 사진과 함께 틈틈이 공개하고 있다. 시작한 지 오래되 진 않았지만 외국인들도 요리 사진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고 소스 구입 방법을 묻기도 한다고. 방문해 보겠다며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달라는 기자의 말에 “아직은 만든 지 얼마 안돼서 (부끄럽다)”며 “나중에 더 활성화 되면 알려드릴게요”라며 웃어 보인다. 뭐든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청년임을 알 수 있었다.

요즘 최씨는 퇴근 후에도 쉬지 않는다. 업계에서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는 친구, 잡지에서 음식 관련 글을 쓰는 친구 등 같은 업계여도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과 모여 요리와 음식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듣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모임을 갖다 보면 ‘우리의 색’이 생길 거라 믿어요. 그러면 이 세상에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 까요?”

만으로 1년, 이제 고작 2년차 새내기 직장인이지만 최씨는 자신의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가고자 하는 길이 명확했다.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과연 자신의 길이 맞는 건지 확신이 없는 대부분의 사회인들과는 분명 달랐다.

마지막으로 최 씨에게 있어서 ‘요리’의 의미와 최종적인 ‘목표’를 물었다.

“요리는 저의 ‘숙명’입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에요. 또 그러고 싶습니다”면서 “저의 목표는 ‘장 프로젝트’와 같이 제 스스로 기획한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세계인들에게 우리 음식의 맛과 우수성을 알리고, 음식으로 그들을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그 쯤 되면 ‘최우학’이란 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저만의 캐릭터가 생기겠죠. 그걸 바탕으로 식당을 하나 차릴 거에요. 화려한 인테리어의 비싼 요리를 파는 식당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맛도 있는, 저만의 ‘검소한 식당’을 운영하고 싶습니다”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앳된 미소와 외모의 새내기 사회인이지만 확고한 신념으로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겉과 속이 다른 남자,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김정아 기자 jakim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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