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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Culutre+Play] 90년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

[Local+Culutre+Play] 염리동 소금길

입력 2015-04-08 09:00 | 신문게재 2015-04-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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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기만 한 벽화마을은 아니다. 걷기만을 위한 둘레길도 아니다.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조성된 길도 아니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상가들은 문을 닫고 장사 역시 예전만 못하다.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주택 개보수도, 가로등 정비도 어려워져 허름하고 어두컴컴한 골목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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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소리, 생활 정취를 만날 수 있는 노란 미로

 

TV소리, 수돗물 소리, 전화통화 소리, 아이들의 뜀박질 소리,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구수한 고기 삶는 냄새…. 골목 안에 울려퍼지는 소리와 냄새에서 생활이 느껴진다.

“저희 뽑기도 했어요. 저 위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18번 전신주 앞 ‘지킴이 2호’ 집 앞에서 만난 대학 입학 동기 정한결(25)·허지예(20)·나정서(21)씨가 동시에 소근거린다. 한결씨의 권유로 소금길 산책에 나선 참이다. 다양하고 화려한 벽화를 기대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일상을 만났다.

“다른 벽화마을보다 벽화가 적기는 한데 바닥의 사방치기나 파워 워킹길 등 직접해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지예씨의 말에 정서씨가 “소시민적인 느낌”이라고 말을 보태고 한결씨가 “거짓 없는 동네같다”고 표현한다.

“가식이 없어요. 제가 1991년에 태어났는데 그때에 정체한 느낌이에요. 옛날 느낌이 나서 좋은 거 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좋은 길이에요.”

한결씨의 말에 “잘 왔다”고 이구동성이다. 소금길은 2013년 염리동 범죄예방 디자인 및 소금나루 운영사업 일환으로 조성된 후 매년 조금씩 보수되고 새로운 설치물들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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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골목길이 있는가 하면 저마다 높낮이가 다른 돌계단도 있다. 그 돌계단 사이를 비집고 핀 노란 민들레가 반갑고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주차돼 있는 자동차가 놀라울 지경이다. 


32번 길에는 마포구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계단이 있고 28·29번 사이, 아파트촌으로 오르는 길에는 사연이 있을 법한 아름드리나무가 반기는 자그마한 애오개 어린이공원도 있다. 중간중간 바닥놀이터와 운동기구 등이 있는가 하면 고단한 몸을 쉬어갈 수 있는 쉼터도 마련돼 있다.

26번 염산교회 주차장에서 내려다보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더미를 볼 수 있고 18번 지킴이 2호집 담벼락에는 남는 물건을 놓고 가거나 필요한 물건이 눈에 띄면 가져갈 수도 있는 물물교환 장도 만날 수 있다.

15·16·17번을 따라가다 만난 한서초등학교 앞 벚꽃 나무아래에는 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옛날을 추억하고 있다.

“저 앞으로 벽이 있었는데….”
학업문제로 이사를 갔다가 주말을 맞아 동창이었던 친구들과 소금길 나들이에 나섰다는 김군의 얼굴에 옛 추억에 대한 아련함이 스민다.

 

한 학년에 많아야 2개 반, 채 40명이 채 안 되는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한서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오케스트라일 정도로 악기교육에 신경을 쓰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위치에 아이들은 점점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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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 조성된 길, 생각지도 못한 일상의 여유로움을 선사하다

 

소금길 입구에 자리 잡은 ‘소금나루’에서 만난 염리마을 공동체의 오미애 실장은 “오랫동안 염리동에 산 주민도 길을 잃을 정도로 희한한 미로 같다”며 “귀가 중 위협을 느끼게 되면 전화로 몇 번 전신주에 있다고 신고를 하거나 비상벨을 누르면 주위를 시끄럽게 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6군데의 안전지킴이집에는 IP카메라가 설치돼 소금나루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밤에는 낮에 걷는 거랑 전혀 달라요. 골목도 많고 인적도 드물어서 혼자 걸으려면 스산하고 무섭죠.”

오 실장의 설명처럼 소금길은 재개발 지역이어서 재정비나 길 넓히기가 어려워 방치되다 보니 그 좁은 길에 등도 인적도 없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동네였다.

동네 안전에 심각성을 깨닫고 2012년 정비를 시작해 2013년, ‘소금길’을 조성했다. 바닥에 그려진 노란 선과 번호·등이 달린 68개 노란 전신주를 따라 걷다 보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일상과 여유로움을 만날 수 있다.

소금길에 4년 정도 거주했다는 김은경씨는 “이전에는 사건이 좀 많았는데 소금길 조성되고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밤 귀갓길이 많이 나아졌다”고 전한다.

이대역 5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좌회전해 과일가게와 부동산이 있는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서 CU 편의점 골목으로 올라 46번에서 좌회전하거나 우회전해 노란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혹은 6호선 대흥역 마포아트센터에서 보이는 소금나루, 무엇이든 파는 사랑마트와 몇 년 전부터 장사를 하지 않고 있지만 간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충남쌀상회 골목에서 시작해도 된다.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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