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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서울투어] '건대입구 커먼그라운드', 네모난 상자 속에 감춰진 청춘의 쇼핑천국

[은밀한 서울 투어] ⑱ 컨테이너몰 '건대입구 커먼그라운드'

입력 2015-05-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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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껌 좀 씹던 고딩의 메카,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이 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4월 10일 개점한 따끈따끈한 신상 쇼핑몰 ‘커먼그라운드’가 있다. 

 

지역색을 보여주기에 2% 부족한, 유동인구가 넘치는 이 거리에 200개의 푸른 컨테이너박스 집합체가 들어서면서 건대는 성수동과 연계한 ‘잇 플레이스’로 탈바꿈했다. 

 

커먼그라운드 덕분에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가로지르는 흉물이던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조차 독특한 포토 스팟으로 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개점 한달째 외국인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난 커먼그라운드 1층 광장에서는 플리마켓, 거리 퍼포펀스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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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개 푸른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건대입구역 '커먼그라운드'. 최근 이곳은 성수동과 연계한 '잇 플레이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건대 먹자골목에서 길 하나 떨어진 건대입구역 6번 출구. 지하철 2호선 지상라인 때문에 고가도로가 설치된 길을 따라 200m가량 걸으면 이국적인 느낌의 푸른 컨테이너박스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를 만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프엔시(이하 코오롱)가 운영하는 ‘커먼그라운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과 스트리트 패션매장의 장점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이곳에 입점한 73개 브랜드 대다수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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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그라운드 1층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배관파이프 구조물.


1층 마켓홀로 들어서자마자 배관파이프에 색을 입힌 독특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비교적 저렴한 5만원 미만의 향초, 스카프, 에코백, 시계, 액세서리, 문구 등 패션잡화들이 미래 주인의 간택을 기다리며 마치 길거리 매장처럼 죽 늘어서 있다. 보증금은 없고 수수료도 백화점보다 적은 20%대라는 게 코오롱 측 설명이다. 

 

입점매장 중 눈에 띄는 브랜드는 연예인 김준희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에바주니’. 1세대 연예인 쇼핑몰로 알려진 이 브랜드는 커먼그라운드를 통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유럽산 생고무와 캔버스를 사용한 스니커즈로 유명한 ‘노베스타’, 그래피티 등 핸드프린팅 기법을 활용한 의상으로 입소문을 탄 의류브랜드 ‘MANG’도 이곳에 첫 단독매장을 선보였다.

각 매장들은 독특한 콘셉트로 고객의 이목 끌기에 여념이 없다. 남성복 브랜드가 스타워즈 캐릭터나 벽스크린 영상, 디제잉 부스로 고객들의 눈길을 잡는다면 여성복 브랜드는 백화점과 차별화된 가격이 장점이다.


반면 쿠폰이나 카드사 자체 할인 등 각종 할인이 쏠쏠한 온라인 쇼핑몰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가격이다. 그러나 옷을 직접 입어볼 수 있고 옷의 감촉, 옷감의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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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남성복 매장에서 내려다본 1층 전경.

 

커먼그라운드의 진정한 핫스팟은 3층 오픈 레스토랑이다. 전망이 탁 트인 이곳은 프랜차이즈 식당 대신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등 각 지역에서 입소문 난 식당들이 입점해 있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수제맥주집 ‘더부스’, 가로수길의 브런치 카페 ‘에이블’, 케이크숍 ‘도레도레’, 한남동 ‘아날로그 키친’과 성수동의 유기농 식당 ‘소녀방앗간’ 등이 눈길을 끈다. 1층 광장에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연상시키는 푸드트럭에서 햄버거, 음료, 추로스, 김치 요리 등을 판매한다.

때마침 자리가 빈 더부스에서 바이젠을 마신다. 아쉽게도 물을 탄 듯 밍밍함이 느껴지는 게 평소 마셨던 바이젠의 맛이 아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의 탁 트인 공간에서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푸른 컨테이너 박스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라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남편과 아들과 함께 커먼그라운드를 방문했다는 이연주(35, 중곡동 거주)씨는 “특이한 쇼핑공간이라고 소문이 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온 가족이 함께 왔다”며 “공간 구성이 세련돼 자주 올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3층에는 식당 외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어 신진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캐릭터전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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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테라스에 마련된 레스토랑.

 

커먼그라운드 덕분에 그간 명동, 동대문, 인사동 등지를 전전하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건대입구’라는 서울의 명소를 재발견했다는 반응이다.

태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커먼그라운드’를 방문한 관광객 펑키(23, SNS ID명)는 “트위터를 통해 커먼그라운드를 알게 됐다. 그간 서울에서 종종 다니던 명동, 동대문, 남대문과는 다른 거리 패션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태국에도 이런 컨테이너박스 형태의 마켓이 있긴 하지만 커먼그라운드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홍콩에서 온 관광객 샘 얀(40)씨 역시 SNS를 통해 커먼그라운드를 알게 된 케이스다.

1년에 한두 번 친구들과 서울을 방문한다는 그는 “커먼그라운드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장소를 알게 됐다”며 “컨테이너를 이용해서 쇼핑몰을 만든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흥미롭다. 상업적인 명동에 비해 이곳은 여유있고 예술적이다. 동대문에서 살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소매시스템이라 관광객인 나에게는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점된 브랜드가 제한적이고 동대문이나 명동 등에서 볼 수 있는 제품들을 판다는 점, 이벤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얀씨는 “2~3개 매장을 제외하고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제품들을 판다. 커먼그라운드만의 독창성이 부족하고 대부분 매장이 25세 이하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아쉬웠다”며 “관광객이 비교적 적은 ‘건대입구’를 알게 된 자체가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신미경(21), 김민정(21)씨 역시 “인터넷에서 기사를 접하고 방문했는데 쇼핑 외 즐길만한 요소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생쇼핑몰 커먼그라운드의 숙제인 셈이다. 

 

 

◇쉿! 여긴 몰랐지? 건대입구역의 숨겨진 매력

 

건대입구역 인근은 서울 동북부의 대표적인 유흥지역이다. 환승역세권과 인근 건국대, 세종대에서 쏟아지는 젊은 소비자들로 늘 유동인구가 붐비는 곳이다. 각종 프랜차이즈 식당이 즐비한 이곳에도 숨겨진 맛집과 볼거리들이 있다. 

 

▶아마추어 가수의 버스킹 '청춘뜨락'

커먼그라운드 맞은편 건대입구역 2번 출구 뒤에 조성된 청춘뜨락은 아마추어 가수들의 버스킹 공간이다. 다소 서투르지만 열정은 넘치는 아마추어 밴드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서울 속 작은 중국 '양꼬치 골목' 

커먼그라운드 인근 ‘양꼬치 골목’은 이 지역의 작은 중국이다. 100여개의 양꼬치 전문점과 훠궈(중국식 샤브샤브)전문점들이 포진해 있다. 매화반점이 입소문이 났지만 건국대학교 출신들은 명봉 반점도 자주 찾는다고. 

 

▶인심으로 버무린 중동족발 '화양시장'

건대입구역 1번 출구로 나와 맛의 거리를 따라 주욱 올라가면 화양시장 초입에 이른다. 시장답게 인심 좋고 오고가는 정이 느껴진다. 시장 안 중동족발은 식감이 쫄깃쫄깃한 고기는 입에 착 달라붙는 양념 맛 때문에 인기다. 

 

▶소문난 데이트코스 '일감호수'

뭐니뭐니해도 건대입구역의 상징은 건국대학교다. 건국대학교 일감호는 서울 시내에서도 소문난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다. 봄, 가을에는 붙임성 좋은 일감호의 오리들이 친한 척 하며 간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글·사진 =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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