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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사비타' 감동 20년… 사랑의 빗소리 세계에 울린다

[사람人] '사랑은 비를 타고' 제작사 초이스엔터테인먼트 대표 최귀섭

입력 2015-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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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을 맞은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마지막 형제의 피아노 합주장면.

 

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뮤지컬이지만 음악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연극적인 느낌이 강했어요. 게다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형제 이야기였죠.”

오은희 작가의 권유로 음악작업에 참여하기로 한 최귀섭 작곡가에게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의 첫인상은 그랬다. 그리고 10월 17일이면 ‘사비타’가 꽉 채운 20주년을 맞는다.

“무대가 몇 미터나 되는지를 제 걸음으로 재서 뮤지컬 넘버의 마디를 수정했어요. 코믹했다가 진지하고 감동이 물결치니 BGM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죠. 그만큼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탄탄했고 연기와 동선이 중요한 뮤지컬이었어요. 노래는 이야기를 잇는 징검다리였죠.”

최귀섭 작곡가는 쉽지 않았던 초연 당시의 음악작업 과정을 이렇게 회상했다. 스스로 주제가라고 생각하는 ‘아무도 오지 않는 밤’을 시작으로 마지막 형제가 화해하는 마음으로 연주하는 피아노곡까지 온힘을 다했던 초연 무대로 그는 1996년 제4회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작곡가로 참여하기 시작해 2006년부터 연출까지 영역을 넓혔다 제작사 초이스엔터테인먼트 대표로 20주년을 맞았다.

남경읍·남경주 형제, 당시 신인이었던 최정원이 초연한 후 조승우, 박건형, 엄기준, 오만석, 송창의, 김무열, 신성록, 김다연 등 신인들이 스쳐갔다. 

 

4000회가 넘게 공연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사비타’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뮤지컬 신인들의 등용문이었으며 2008년엔 한국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일본(토호극장)에 라이선스 수출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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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최귀섭 대표

◇“정말 억울하고 힘들었어요.”
 

척박한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에서 20년은 그야 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몇 번의 제작사 변경이 있었고 저작권자인 오은희 작가와 최귀섭 작곡가도 모르게 기획사가 바뀌는 일도 생겼다. 

 

2004년 ‘공연중지가처분신청’을 시작으로 6번의 소유권, 저작권 소송이 있었고 최근엔 같은 이름의 뮤지컬이 버젓이 공연돼 급기야 ‘SABITA Since 1995’라는 부제를 붙여야만 했다.

이에 그는 제목 사용에 대한 소송(부정경쟁행위금지, 제호사용금지)을 진행해야할지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괜한 잡음으로 자칫 아버지와 대를 이은 뮤지컬 가문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됐기 때문이다.

“대학로의 배우, 관객, 스태프들이 진품을 알게 됐으니 작품을 잘 만드는 데 더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죠. 2~3만명 정도의 마니아들이 수백개의 작품을 보러 다니는 게 대학로의 현실이에요. 말도 안되는 작품이 많아지니 관객이 떠나기 시작했죠. 무분별하게 장삿속으로 라이선스 뮤지컬을 가져오고 로열티 경쟁으로 수입가격도 엄청 올랐어요.”

이에 그는 ‘사비타’ 20주년을 기점으로 본격 해외 라이선스 수출에 박차를 가한다. 2016년까지 계약돼 기립박수까지 받았던 일본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와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 중이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국 제살 깎아먹기가 될 거예요. 시장을 넓힐 창작뮤지컬이 답이죠.”


◇2대째 한길을 걷는 뮤지컬 명가의 뮤지컬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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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최귀섭 대표는 아버지 최창권 작곡가의 대표작 '로보트 태권V' LP를 소장한 이를 기적처럼 만나 3장짜리 앨범으로 제작했다. OST 중 '깡통로봇의 노래'는 어린시절 그가 불렀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최귀섭 대표, '로보트 태권 V' 깡통로봇과 OST, '사랑은 비를 타'고 한 장면, 내년 50주년을 맞는 아버지 최창권 작곡가의 '살짜기 옵서예'.

그의 아버지는 한국의 대표 로봇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 주제가의 작곡가이자 첫 국산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원작자인 故 최창권 작곡가다.  

 

큰형은 ‘연극이 끝나고 난 후’를 작사·작곡했고 ‘세월이 가면’, ‘사랑은 유리같은 것’, ‘주머니 속의 행복’, ‘지금은 알 수 없어’ 등의 최명섭 작사가, 작은 형이 ‘세월이 가면’의 가수 최호섭이다.

“처음엔 엄청 반대하셨어요. 음악인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아시니 시키고 싶지 않아하셨죠. 결국 고3이 돼서야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조건으로 반허락을 받고 어린이 바이엘을 치기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취미처럼 밴드에서 기타, 드럼을 치긴 했지만 피아노는 처음이었죠. 1년 안에 승부를 봐야하니 당시엔 공포 그 자체였어요.”

 


그렇게 대학입학 후 1년은 독학으로 편곡을 공부했고 작곡을 시작해 첫 작품이 ‘세월이 가면’이다. 이후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 같은 것’, 변진섭의 ‘커가는 내 모습’ 등을 작곡했고 유학을 떠났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음악공부에 전념하다 귀국한 것이 꼭 30세가 되던 1995년이었다. 故이원진의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편곡 후 만난 첫 작품이 ‘사비타’였다.

“정말 어깨가 무거웠어요. 뒤를 잇겠다 결심하고 나니 아버지 명성에 누가 될까 걱정이 더 깊어졌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죠. 저희 아버지께서 윤복희 선생님이랑 ‘사비타’ 첫 공연을 보셨어요. 몇곡 들어보시고 안심하고 드라마를 보셨다는 얘기를 나중에야 들었죠.” 

 

그렇게 아버지는 그에게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개월을 폐인처럼 살았다. 술로 시간을 보내며 아버지의 음악앨범을 스캔해 연대별로 정리하며 아버지를 기렸다.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창고에서 발견된 ‘로보트 태권 V’ 릴테이프는 3분 1가량이 손실된 상태였다. 그렇게 아쉬운 상태로 4년을 보낸 후 2007년 첫 발매 당시 LP를 소유한 이를 만나 세장짜리 CD로 출시할 수 있었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우렁찬 당시 주제가는 형 최호섭과 입을 맞췄고 ‘깡통로봇의 노래’는 그의 독창이었다.

“내년이면 ‘살짜기 옵서예’ 50주년이에요. 지금부터 준비해 제대로 기념해야죠.”
현재 ‘사비타’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들(김성기, 조유신, 임기홍, 문세윤, SS501 김규종, 김종선, 임정한, 양동원, 크레용팝 웨이, 장도연, 손예슬, 박현지)의 대사 읽어주기부터 동선까지를 꼼꼼하게 챙기며 ‘사비타’ 20주년을 준비 중이다. 

 

이후로는 아버지의 ‘살짜기 옵서예’ 50주년 그리고 고전 ‘심청’을 소재로 한 송쓰루(Song Through,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구성된 형식) 뮤지컬 기획으로 분주한 한해를 보낼 예정이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뮤지컬 가문을 이끄는 뮤지컬 장인으로 살고 있다.

글 ,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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