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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최민희 의원 "'밥값'하는 국회의원 되기위해 노력했어요"

입력 2015-1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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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뒤 119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밥값국감'을 강조했다.(사진=양윤모 기자)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하는 대학생 시위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자 “저런 것 하지말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훈계하던 아버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건물 옥상에서 구호를 외치는 딸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 것이다. 때론 현실이 더욱 드라마 같다고 말하는 최민희(56)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났다.


“건물 4층에서 ‘전두환 물러가라’ 외치는데 밑에 아버지가 계신 거에요. 막 뛰어 올라오셨죠. 아버지 첫마디가 ‘네 인생은 끝났다’였어요. 그리고 유치장에 오셨을 때 막 우셨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거냐고.”

국방부 3급 공무원으로 40여년을 일한 보수적인 아버지는 그가 학내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6개월간 감옥에 있을 때 매일 면회를 왔다.

“늘 달걀 2알, 사과 1알, 우유 하나 꼭 넣어주고 가셨어요. 다음날 다 먹었냐고 확인하셨는데 그게 먹질 못했어요.”

이화여대 사학과에 복학 후 계속 학생 운동을 하고 ‘말’지 기자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을 거치며 언론운동을 할 때도 아버지는 딸의 활동에 반대한 일이 없다. “너는 너의 길을 열심히 가. 대신 너희쪽 사람들에게 네 이름을 말했을 때 이 사람은 진짜라는 소리를 듣게 해 다오.” 30세에 들은 이 말은 최 의원 인생의 지침이 됐다.



◇“밥값하는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최 의원은 첫 의정활동에 대해 “뼈가 아플 정도로 일했다”고 말했다. 119개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원실에서 내는 국정감사 보도자료 제목이 ‘밥값국감’일 정도로 최 의원은 ‘밥값’을 강조했다.

“당선되고 아버지가 파티를 열어주셨어요. 가족들을 모아놓고 다짐받으신 게 두 가지에요. 하나는 세비 값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 두 번째는 검은 돈 받지 마라.”

그는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 준비에 나섰다. 분구가 거의 확실시 된 남양주 출마를 위해 올 봄 남양주로 이사했다. 출마 여부를 고민하며 남양주를 둘러보는데 공기 좋은 곳이고 할 일이 많겠다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 최근 추진중인 사안은 토평IC 통행료 폐지다.

최 의원은 지난 14일, 유료도로 구간별 최대 요금이 유료도로평균 요금의 2배를 넘지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19개 중 남양주 시민이 이용하는 토평IC에 진입할 때만 800원의 통행료를 20년간 걷어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9월부터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지역에서 악수를 정말 많이 하거든요. 한 달쯤 됐나. 어떤 분이 손을 흔드는데 뚝 하더니 이렇게 됐어요. 엄지 첫번째 마디가 움직이지 않아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치료를 2주간 못했어요.”

최 의원은 담담하게 지난달 아버지를 떠나보낸 얘기를 털어놨다. 향년 92세였다. 사경을 헤매던 아버지가 두 차례 눈을 뜨고 최 의원에게 말을 건넸다. “지역구 분리문제는 어떻게 됐니?”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는 남양주에 관한 얘기다. “지켜보니 너 같은 인재를 잃는 것은 국가적 손실 같구나.” 이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됐다.

“칭찬에 인색했던 아버지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저를 인정해주신 것 같아 찡했습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최민희 국회의원 인터뷰19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윤모기자)

◇‘JYJ법’ 언론개혁의 꿈


최 의원은 최근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국회의원이다. 일명 ‘JYJ법’으로 불리는 방송법개정안이 통과되면서다. 대형연예기획사의 ‘갑질’ 횡포를 막기 위한 이 법안은 고등학교 1학년 딸과의 대화에서 출발했다.

“JYJ를 좋아하는데 TV에서 볼 수가 없다는 거에요. 그 중 한 멤버가 드라마에는 나오더라고요. 가수인데 음악방송에는 출연 못하고 드라마에만 나올 수 있다니 불합리하잖아요.”

JYJ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갈등으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의원이 외압으로 특정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막는 행위를 방송법상 금지행위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최근 본회의 통과라는 성과를 거뒀다.

방송가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돼도 거대 연예기획사의 입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최 의원은 “그런 식으로 하면 아무 것도 못 한다”고 일갈했다.

재선에 나선 것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남아 전공인 언론 분야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294명 중에 언론환경 정상화를 평생 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저 하나에요. 그게 제 앞으로의 꿈이에요. 출마하려는 두 번째 이유는 오기인데요. 나는 재선의원이 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초선 때처럼 몸 바쳐 일할 수 있을까. 저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나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

최 의원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이렇게 말하면 웃긴데 너무 재밌어요. 의정활동이나 국정조사 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문제점 파헤치고 대안 제시하는 일이 행복하고 체질에 맞나봐요. 시민운동 할 때도 한 번도 힘든 적이 없어요. 기자일 때도 글 쓰는 삶이 정말 행복했어요.”

저녁 일정이 있어 급히 자리를 옮기면서도 다음에 한방차 한 잔 하자는 말을 건네고 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이 경쾌하게 느껴졌다.

김진희 기자 gen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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