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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분 동안 쉼 없이 내달리는 격렬하고 짜릿한 드라마 '민중의 적' ...유럽 연극계의 슈퍼스타 오스터마이어 연출작

침묵하는 다수, 진실을 외치는 소수, 누가 민중의 적인가!

입력 2016-04-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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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아트센터)

 

인터미션도 없이 150분동안 쉼 없이 내달리는 격렬한 드라마가 온다. 바로 31세에 독일 실험 연극의 산실인 샤우뷔네 베를린의 예술감독으로 전격 기용된 오스터마이어 연출의 '민중의 적'이다.

 

“올드 유럽이 선택한 후계자”, “앞으로 유럽 연극의 미래는 그의 손에 달렸다”는 기대와 희망을 한 몸에 받으며 예술감독직에 오른 오스터마이어는 2000년 샤우뷔네에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대해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을 펼치며 앞으로의 연극 세계에 대한 지적인 탐구를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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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오스터마이어(사진=LG아트센터)
“연극의 임무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들의 사회, 세상, 삶으로부터 겪게 되는 좌절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믿는 오스터마이어는 동시대 젊은이들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파격적인 스토리전개, 시각적 명징함(visual clarity), 음악성(musicality)으로 관객들이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작품을 발표해 온 오스터마이어는 1882년 헨리크 입센에 의해 쓰여진 사회문제극 <민중의 적>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렸다. 오스터마이어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주인공들을 원작보다 훨씬 젊은 30대 베를린의 힙스터로 설정한다.

 

관객을 참여시켜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연극이다. 극중 사면초가에 몰린 스토크만 박사가 시청에서 군중을 모아 두고 벌이는 연설은 <민중의 적>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데, 오스터마이어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을 토론자로 끌어들인다.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등을 투어하며 관객과 배우들 사이에 열정적인 토론이 펼쳐져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관객들은 배우들이 마치 진짜 정치인들인 것처럼 공격하기도 했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화가 난 관객들이 배우와 30분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이 문제를 단지 개인의 용기나 도덕적 청렴함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 경제적 현실로까지 그 이슈를 확장시켜 ‘내가 스토크만 박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자문하게 된다.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17년째 고전과 현대극을 오가며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중산층의 위기를 담은 논란과 화제의 작품들을 발표해 온 그는 <민중의 적>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연극 세계를 명징하게 전세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은 공연 내내 데이빗 보위의 'Changes' 등의 곡들을 라이브로 연주하는데, “연극의 감정적 파워를 더한다”는 평이다. 연극에서 배우의 역할을 그 무엇보다도 강조해 온 오스터마이어는 이번에도 샤우뷔네 베를린의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을 기가 막히게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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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무대 세트를 과감히 걷어내고 검정색 거대한 칠판을 벽으로 사용, 그 위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의 가구며 풍경을 매일매일 화가로 하여금 새로 그려 넣게 한다. 무대를 최소화하여 오로지 ‘텍스트의 핵심에 집중하려는’ 그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2시간 30분 동안 관객들에게 인터미션도 없이 적극적으로 사유하게 만드는 <민중의 적>은 단연코 올해 연극계 최고의 화제작이라 할 수 있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이자 연극평론가인 김윤철씨는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는 입센의 진지한 사회극을 예술적이며 동시에 대중적인 현대적 코드로 재구성하여 가치 부재의 동시대를 통쾌하게 희롱한다. 근자의 유럽 최고의 연극이다!”고 평했다.

 

한편,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 연출가 오스터마이어는 2005년 <인형의 집-노라.> 2010년 <햄릿> 이후 세번째로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된다.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총 3회 공연된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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