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nce(재취업)

[비바100] 10년 치과 간호사·10년 주부…"바이오 기업에서 일할 생각에 설레요"

['인생 2막' 100세 테크] 40대 경단녀 김홍좌씨 바이오 사무직 취업 도전

입력 2016-05-26 07: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6052601010014103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에서 바이오기초및 전산기초실습과정을 이수중인 김홍좌씨가 실험실에서 실습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흰 가운을 입고 실험도구를 손에 든 김홍좌(여·44)씨가 실험실에서 시약을 다루다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10여 년 전까지 비슷한 유니폼을 입어봤던 기억을 더듬었다. 김씨는 치과위생사(치위생사), 일반 병원으로 치면 간호사 출신이다. 겁먹은 아이를 상대하는 등 쉽지 않은 일도 많았지만, 친절을 베풀면 환자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는 생활이었다.

10년 넘은 치위생사 경력은 육아와 맞닥뜨리면서 끝났다. “그 때는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분위기 였으니까요.” 김씨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나마 첫 아이 낳을 때까지는 치과에 남았지만 둘째 낳을 무렵에는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단다.

10년 정도 주부 생활에 전념하던 그는 올해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의 여성특별과정을 이수 중이다. 이 과정은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기초 실습 및 전산기초’ 프로그램. 바이오 관련 기업과 식품회사의 사무직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바이오 분야가 이전 직업과 유사해 끌렸겠거니 생각했지만 아니란다. 김씨는 “무엇보다 컴퓨터를 배운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라고 말했다. 1주일에 4일은 컴퓨터, 1일은 바이오 관련 수업이다.

그는 자신이 문과에 여고 출신이라 ‘컴맹’으로 지냈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진료 접수와 보험 청구 말고는 컴퓨터를 쓰지 않았다. 주부로 지낼 때도 인터넷 쇼핑 말고는 딱히 사용할 일이 없었다.

지금은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특히 좋아할 정도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열공’ 중이다. 어려운 엑셀이 왜 재미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엑셀의 모든 것을 다 배우는 게 아니라 자격증 따는 데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신뿐 아니라 동기들 모두 진도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분위기란다.

학업을 다시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좋아했다. 이전부터 남편은 “나가서 활동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도 하라”고 계속 권유해 왔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중학교 1학년인 딸은 ‘다 큰’ 엄마가 학교 다니는 모습을 신기하게 여긴다고 한다. “특히 딸이 응원을 많이 해줘요”라며 그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김씨의 좌우명은 ‘행복’이다. 치과 다닐 때는 돈 같은 경제적인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가족의 중요성과 건강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받는 교육이 남편의 일에 도움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회계 과목을 들어놓으면 남편이 하는 개인 사업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혹시 치과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지 묻자, 그는 “가려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지만 별 생각이 없다”라고 답했다. 지금 돌아가면 자신보다 나이 적은 원장이 앉아 있을 수도 있거니와 나이 차 때문에 동료 치위생사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육 수료 후 그의 계획은 사회로 재진출해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맺는 것이다. 김씨는 “치위생사로 일할 때 동료가 3명에서 5명 밖에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치과에 있을 때부터 다른 엄마들과 같이 일하는 모습을 꿈꿨던 김씨는 앞으로 꿈을 이룰 생각에 설레어 했다.

다른 엄마들과 지내는 건 지금도 즐겁다. “다시 교육받으니 학창 시절로 돌아온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은 김씨는 언니들이 많아서 교실 분위기가 편하다고 했다. 공장, 자영업, 경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기들과 대화 나누는 재미도 있다.

김씨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경단녀와 베이비부머에게 “요즘은 연세 있는 분들도 열정 있는 분들이 많다”며 “바이오 교육 기회를 잡아보시라”고 권유했다.

신태현 기자 newt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