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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나들이, 삼시세끼 밥상과 디저트, 공연·전시·영화관람 등의 문화활동 등이 쉴 틈 없이 SNS의 뉴스피드를 장식한다.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놓치는 인증샷들이 수두룩이다. 포기할 것이 늘어만 가는 팍팍한 20대 청춘들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인증으로 풀어내는 현상은 이제 시대를 반영한 트렌드가 됐다.
이렇게 생겨난 ‘인정세대’는 그래서 서글픈 이름이기도 하다. ‘인정세대’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지닌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로 자신의 일상을 SNS에 인증하는 행위로 풀어낸다.
◇하루 평균 1.46회, SNS인증은 사진으로 쓰는 일기이자 페이크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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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실시한 ‘인정 욕구인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는 하루 평균 1.46회 인증행위를 한다. 직장인은 1.78회로 대학생(1.36회)보다 많았고 여성(1.63)이 남성(1.28)보다 많다.
이 조사를 진행·분석한 임희수 연구원은 “인증의 주된 이유는 ‘나중에 다시 보면서 추억하기 위해서’로 41.5%에 이른다”며 “20대에게 SNS를 이용한 인증행위는 사진으로 쓰는 일기”라고 풀이했다. 2위는 ‘기록을 남겨야할 것 같아서’(22.9%), 3위는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14.6%)다.
SNS를 하는 20대 중 25.6%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고 25.4%가 ‘남들과 다른 나만의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일상 노출에 거리낌이 없다’, ‘SNS계정은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수단이다’라는 답도 각각 24.6%, 21.5%에 이른다.
SNS 인증행위가 “페이크다큐 같다”는 26세의 남자 대학생은 “아이돌의 이미지 메이킹 같다. 인증 내용은 현실을 반영하지만 극적으로 과장해 보여주면서 의미를 부여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가장 인정받고 싶은 분야는 학업·업무성과(25.5%)지만 실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성격(54.9%)과 대인관계(53.7%)라는 답이 많았다.
◇‘인정’은 자존감 회복의 또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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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중 흥미로운 것은 ‘인정’의 정의다. 조사대상 전체의 입장에서 ‘인정’은 ‘상대의 능력·성과에 대해 칭찬하는 것’(32.9%)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2위는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것’(25.9%)이다.
하지만 대학생과 직장인의 ‘인정’은 이견을 보였다. 대학생들은 ‘상대의 능력과 성과에 대해 칭찬하는 것’(36.7%)이 1위,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2위다. 반면 직장인들은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것’(38.1%)을 ‘인정’으로 인정(?)했다. 2위는 ‘상대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것’, 대학생들이 ‘인정’이라고 가장 많이 답한 ‘상대의 능력과 성과에 대해 칭찬하는 것’은 3위에 그쳤다.
“질타는 쉬워도 인정에는 인색한 사회잖아요. 불확실한 미래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얻으려는 저희들에게 친구와 가족, 가까운 지인들의 인정은 큰 힘이 되죠.”
취업준비생인 안선영(28)씨의 말처럼 친구와 가족, 가까운 지인들의 인정은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곤 한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1%(복수 응답)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답했고 ‘남들과 같은 기준을 따르기 보다는 나만의 개성을 인정받기를 더 원하는 편이다’라는 답도 54.1%에 이른다.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 것들은 배가 불렀다”고 힐난하며 “우리 때는”이라고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가장 불행한 때를 보내고 있다는 20대들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개성을 인정받기 위해 ‘인증’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설문조사 = 대학내일 20대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