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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오늘보다 나은 내일' 요리하는 김현화씨의 도전

['인생 2막' 100세 테크] 열정 볶고 재미 부치고… '인생 2막의 맛'이 익어간다

입력 2016-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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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 강서갬퍼스 '조리과정'교육생인 김현화씨11
한국폴리텍 강서갬퍼스 ‘조리과정’교육생인 김현화씨(가운데)가 동료교육생들과 함께 자신들이 실습한 음식을 평가받고 있다. (사진=양윤모기자)

 

간장과 설탕을 볶는 달콤한 냄새가 진동하고, 기름 튀기는 소리가 가득한 조리실. 하얀 위생복을 입고 지단을 부치던 김현화(42)씨를 만났다.

“30분 남았습니다. 속도를 내 주세요”란 교수님의 외침에 김씨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오늘 김씨가 만들 메뉴는 전통음식인 궁중닭찜과 오이선이다.

조리실 옆 복도에선 술 익는 내음이 진동했다. 복도에 내 놓은 선반에는 김씨를 비롯한 학생들이 담근 막걸리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학생들의 요리를 봐 주던 조리과 한은주 교수는 “한식뿐 아니라 막걸리, 조청, 두부 등 저장·발효음식 등도 함께 배운다”고 귀띔했다.

시간에 맞춰 간신히 완성된 요리를 내 놓은 김씨는 “집에서 예습도 하고 왔는데 몸이 잘 안 따라 주네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요리하는 사람은 장신구 같은 걸 안 하는 게 기본”이라는 김씨는 반듯한 손톱에 귀걸이 등 액세서리 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전혀 상관 없는 총무·경리 등 분야에서 15년가량 경력을 쌓아 왔다. 두 아이가 있는 김씨는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그마저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게 된다.

회사를 그만 두고 김씨는 가장 먼저 요리학원에 다니고 싶었다. 그러나 비싼 수업료 때문에 마음을 접었는데,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전업주부가 된 지 3년이 되던 해, 집 근처 폴리텍대학 주변을 산책하다 우연히 경력단절여성 조리과정 모집 현수막을 본 것.

“더 나이 들면 사회로 돌아가기 어려워질 것 같았어요.”

 

김씨는 요리를 통해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요리가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냐는 질문에 김씨는 머뭇거리다 “사실 요리를 못 한다”고 고백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잘 하냐, 못 하냐가 아니라 그냥 새로운 걸 하는 재미로 온다”고 밝게 웃었다. 매일 아침 8시 반까지 교실에 들어와야 하지만, 가기 싫은 마음은 거의 들지 않는단다.

“요리를 하려면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해요. 영양소, 궁합 등 재료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 광동, 사천, 북경요리 등 지역에 따라서도 맛이 바뀌죠.. 예전에는 탕수육 하나를 먹어도 그냥 먹었는데, 요샌 이게 튀겨지기까지 역사를 보게 됩니다.”

김씨는 “요리할 때 손도 느리고 속도도 안 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튀김 하나를 할 때도 박력분, 중력분 등 요리의 내막을 알아가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예전엔 시작할 엄두조차 못 냈던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두부·조청 등을 손수 만들며 ‘나도 이젠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 때 가장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앞으로 어린이집이나 중·고등학교 급식 도우미 등 짧은 시간 동안 근무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둘째 아이를 봐 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일단은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걸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큽니다. 제대로 순서에 맞게, 시간 안에 완성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요”라며 나지막이 말하는 김씨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인생 2막을 살게 될 사람들에게 전해 줄 말을 묻자 김씨는 “뭐든 도전하라는 말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막상 자기가 하고싶은 걸 시작하려 들면 경제적인 문제 등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동기들 중엔 무가지 신문에서 이 과정을 알게 된 사람들도 있다”며 “무심히 지나치던 것 들을 한번 더 봐서, 기회가 될 수 있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김씨가 중학생일 때부터 생활기록부에 써 왔던 변하지 않는 좌우명이다. 이 좌우명을 몸소 실현하기라도 하듯 김씨는 꾸준히 지금보다 나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요리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나중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교육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김현화 씨는 “좋은 기회는 충분히 있습니다.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어떤 거라도 도전해 보면 좋겠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해린 기자 l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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