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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뮤지컬 ‘위키드’의 초록 수도승 박혜나, “하루 하루가 새로운 도전”

박혜나의 인생극장은 계속된다....천천히 즐겁게

입력 2016-07-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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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엘파바 역 배우 박혜나는 “‘위키드’는 제가 배우로서 살아있고, 집중 할 때 더 빛나는 무대이다”고 말했다. (사진=클립서비스)

누군가는 그녀에 대해 ‘’위키드‘가 발굴한 최고의 스타’ 라고 칭하고, 또 다른 이는 영화 ‘겨울왕국’의 ‘렛 잇고’ 한국어버전 주역으로 유명세를 치른 여배우로 기억한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그녀는 ‘땡큐걸’이란 별명으로 불러도 될 만큼 ‘삶’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배우였으며,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누군가와의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운명론자답게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항상 차분하려고 노력하지만 차곡 차곡 쌓아 논 행복한 에너지를 금세 들키는 소녀다운 면모는 팬들에게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었으며, ‘인간의 발전은 호기심에서 온다’고 보는 그녀답게 라운딩 인터뷰 현장에 자리한 기자들의 타이핑 소리가 ‘빗소리’ 같다며 반짝 반짝 눈을 빛내기도 했다.

 

바로 12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위키드’의 타이틀롤 ‘엘파바’로 돌아온 배우 박혜나 이야기이다. ‘위키드’ 한국어 공연 초연 이후 2년 6개월만에 다시 만난 박혜나는 한층 편안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엘파바-박혜나
(사진=클립서비스)

 

 

■초연 엘파바라는 값진 행운을 거머쥔 여배우 박혜나  

 

관객들은 초연 ‘엘파바’ 박혜나가 얼마나 더 깊어졌고,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는 배우에게도 또 다른 설렘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박혜나는 “관객들이 기억해줘서 살아남았다”는 말로 덤덤한 속내를 밝혔다.

 

“이번 시즌에 어떻게 달라졌냐구요? ‘엘파바’란 인물이 몸에 입혀져 좀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았을까요. 1년이란 세월 동안 ‘위키드’란 작품을 하고 보낸 게 맞나 봐요. 어느 순간 알아서 몸이 움직여주고, 알아서 입이 말해줄 때요. 1년이란 세월이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었구나.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그 전에 비해 아는 게 많아져서 일까요. 책임감도 따라오기도 해요.”

 

‘엘파바’에 더블캐스팅 된 차지연은 박혜나를 ‘위키드 선배님’으로 부르면서 따르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박혜나는 지난 5월 말 ‘위키드’ 150회 공연 기록을 세운 장본인이다.

 

“‘위키드’를 1년간 했던 배우란 타이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내가 해야 할 몫이구나. 더 열심히 해서 잘 해내자’고 생각하게 되는거죠. 지연언니가 저에게 ‘위키드 선배’라고 하지만 사실 제가 언니한테 의지하고 가는 게 많아요. 무대는 (나이 혹은 작품과 함께한)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실된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을 때 감동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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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서비스)

 

 

■ 150회 이상 엘파바로 무대에 올랐지만...“하루 하루가 새로운 도전”

 

15초마다 바뀌는 무대, 594번의 조명 큐 등 단 한 번의 암전이 없는 화려하고 놀라운 ‘위키드’ 무대 매커니즘 속에서 배우들은 쉽지 않은 연습기간을 거치게 된다. 아무리 오랜 시간 연습을 했다하더라도, 어떤 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불협화음을 내게 되면 더더욱 어그러지게 되는 공연이 바로 ‘위키드’다. 이 시스템을 고스란히 소화해내고 있는 박혜나는 “‘위키드’는 제가 배우로서 살아있고, 집중 할 때 더 빛나는 무대이다”고 표현했다.

 

“‘배우가 같은 걸 반복하게 되면 새로움이 줄어들거야’란 우려를 내보이기도 해요. 더더욱 ‘위키드’는 배우가 해야 할 게 딱딱 정해져 있는 게 많은 공연이라 그런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공연이란 건 매 공연에서 배우가 살아있을 때 관객과 함께 숨을 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걸 반복한다는 게 같은 대사를 반복한다는 의미이지, 기계적으로 같은 의미나 뜻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는 뜻은 아니라고 봐요. 어제의 내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달라요. 그리고 어제의 관객과 오늘의 관객이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더 공연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그 집중으로 들어가는 단계가 신선하게 다가와요. 하루 하루가 새로운 도전인 공연이 바로 ‘위키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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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나와 아이비가 열연 중인 '위키드' 한 장면 (사진=클립서비스)

 

 

■ ‘위키드’의 초록 수도승 박혜나 “같이 행복하면 믿고 할 수 있어요.”
 
지난 5 월 18 일 개막해 6월 19일 대구계명아트센터에서 막을 내린 지방 ‘위키드’ 공연 이후 휴식기를 취하고 있는 박혜나는 “‘위키드’ 대구 공연 기간 동안 정말 엘파바스럽게 살았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더블 캐스팅 된 다른 배우들은 이동수단이 용이해 동선이 넓었다면, 아직 운전을 마스터하지 못한 그녀는 꼼짝없이 숙소에 갇힌 신세가 된 것.

 

“호텔 생활을 했는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공연이 없는 날은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을 한다거나 병원을 다녀오는 게 다였어요. 딱 엘파바스럽게 살았죠. 특히나 커튼이 닫히면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엘파바란 인물에 몰두하기 좋았어요. 그런데 후반이 될수록 답답한 감도 없지 않았어요. 빠른시일내에 운전을 마스터해야겠다는 의지도 강해졌구요(웃음)

 

“‘위키드’는 체력이 관건이다” 고 한 그녀는 “무대 위에서 써야 할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매일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키드’는 24시간 공연을 위해 정해진 스케줄대로 살아야해요. 이 넘버들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써버리게 되면 바로 무대 위에서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만큼 다른 곳에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체력을 잘 유지해야 하는 공연이죠. ”

 

“최대한 나를 아끼고 운동 외에는 다른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요. ‘위키드’ 공연에만 들어가면 수행하는 수도승처럼 몸에 좋은 것을 찾고 정신건강에 신경쓰고 있어요. 그래야 무대 위에서 충분히 쏟아부을 수 있으니까요. 또 같이 행복하면 믿고 할 수 있는 공연이 바로 ‘위키드’입니다. ”

 

■ ‘행복’은 ‘위키드’의 인연을 타고~

 

‘위키드’ 초연 배우 박혜나-정선아의 우정은 단단했다. 그리웠던 글린다 ‘정선아’를 다시 만난 박혜나는 “이 전에는 해야 할 게 많아 즐기지 못했다면, 이번엔 무대 위에서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면서, 선물 같은 귀중한 시간을 보낼 수있어 행복했다”고 대구 공연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선아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될 정도로, ‘위키드’는 저에게 행복한 공연이었어요. 이번 공연을 위해 연습할 때부터 선아가 초연 영상을 보여주면서 ‘우리 이랬었다.’라고 하니 기억을 회상하게되더라구요. 제 안에 꺼내지 못하고 덮어뒀던 게 새록 새록 올라와 가슴이 뭉클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새로운 배우분들이 이 작품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위키드’를 사랑하는 인원들이 더 늘어났으면 해요,”

 

‘위키드’를 거쳐 간 배우로는 옥주현, 김선영, 김소현, 김보경이 이름을 올렸고, 새롭게 합류한 배우는 차지연, 아이비이다. 김선영 배우는 2세 출산 소식을 전해졌고, 그 사이 박혜나· 차지연 배우는 결혼 소식, 이어 차지연 배우는 임신소식을 알려 ‘위키드’ 팀은 겹경사를 맞이하기도 했다.

 

동료 뮤지컬 배우인 김찬호씨와의 결혼 이후, “여유가 생겼다기보다는 재미있어졌다”고 말하는 박혜나, “위키드”를 만나고 행복한 일들이 더 많아졌다“며 웃었다.

 

“선영 언니는 곧 만나기로 했어요. 다들 좋은 에너지로 기억을 하는 것 같아 팀원들과의 인연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공연을 하면서도 배우들끼리 똘똘 뭉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존재였어요. 그런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까지 끈끈히 인연을 이어오지 않나 생각해요. 서로 축하해주고, 끊임없이 연락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의리’의 여배우이자 글린다 그 자체인 정선아, 좋은 카리스마로 새로운 엘파바를 탄생시킨 차지연, 서로 다른 길을 걷다 친구로 만나게 된 동갑내기 아이비,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치명적 매력을 선보인데 이어 ‘스위니토드’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 뿜고 있는 옥주현 등. ‘위키드’로 맺어진 인연은 박혜나에게 좋은 추억을 한 아름씩 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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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나 배우는 "'위키드'는 배우의 영향력과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할 수 있게 한 작품이다"고 했다. (사진=클립서비스)

■ 박혜나의 인생극장은 계속된다....천천히 즐겁게

 

박혜나의 배우 인생은 ‘위키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유명세를 치르고 그렇지 않고의 여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배우의 영향력과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차이이다.

 

“‘위키드’ 이후 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플러스 알파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편지나 글로 응원을 해주시는 분, 직접 와서 이야기를 해주는 팬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더 그런 생각들이 들어요. 내가 무대 위에서 하는 행위들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책임감이란 게 생긴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잘해야 하는 건 기본인거죠.

 

제가 뮤지컬 배우를 한 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요. 누군가 ‘후배들에게 경험담을 이야기해달라. 강의를 해줘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자신의 삶을 좋은 쪽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 단 한 명이라도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고, 제 존재의 가치를 인정 받는다는 건 행복한 일이잖아요. 그런 지지와 응원들이 제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위키드’ 로 인해 인생이 바뀐 이는 박혜나 뿐이 아니다. 바로 ‘위키드’ 공연을 본 관객들 역시 ‘인생이 바뀌었다’는 편지를 그녀에게 보내고 있는 것. 박혜나는 “ 한분 한분 모두 답장을 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이어 “‘오케피’ 공연 때 받은 딸에 대한 고민을 담은 어머님의 손편지를 극장 대기실에 보관하던 중 분실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며 “혹시나 이 기사를 어머님이 보신다면, 이메일로라도 꼭 다시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그녀가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게 하는 ‘힘’의 원천은?

 

하루 하루의 삶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그녀답게, “부모님의 믿음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한 박혜나는 “평범한 가족들 사이에서 잔잔한 물결을 일렁이게 하는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점이 감사하다”고 했다.

 

인터뷰가 무르익어갈수록, ‘박혜나의 인생극장’으로 불러도 될 만큼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뮤지컬 꿈나무들에게 힘을 전해 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박혜나는 ‘뮤지컬 배우에 목숨을 걸겠다’는 대단한 각오보다는 “이것 아니면 하고 싶은 게 없어요”란 말로 자신이 선택한 ‘뮤지컬 배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했다.

 

“시간이 갈수록 두려워지고, 너무 긴장되고, 책임감과 두려움에 억눌려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두려움과 긴장감을 다 감안하고서라도 하고 싶은 게 바로 뮤지컬이에요. 또 잘해내고 싶은 것도 뮤지컬이죠. 다른 것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아요. 이게 바로 제가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게 하는 ‘힘’이 아닐까요.”

 

박혜나는 스스로 “밖으로 표출하면서 에너지가 생기는 배우가 아닌, 안에서 채워놓는 시간이 필요한 배우이다“고 했다. 안에서 조금씩 커져야 내뿜을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긴다고 본 것.

 

‘위키드’ 이후엔 한동안 그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운해 하지는 말라. 곧 에너지를 가득 채운 그녀가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돌아올테니 말이다. “‘위키드’ 이후엔 절 채워넣는 시간을 갖기 위해 휴식기를 가지려고 해요. 먼 곳으로 나아가기 급급하기보다는 천천히 가더라도 즐겁게 걸어가고 싶어요. 연말에 다시 활동을 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한편, 뮤지컬 ‘위키드’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작품으로,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다. 7 월 12 일부터 8 월 28 일까지 단 7 주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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