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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는 정글, 모글리와 동물들의 성장 뮤지컬 ‘정글북’

입력 2016-07-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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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정글북’.(사진=뮤지컬 정글북 공식페이스북)

 

“정글도 사람 사는 데랑 별로 다르지 않아요.”

실사영화, 애니메이션, 연극 등으로 변주되며 고전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영국 소설가 J. 러디어드 키플링(J. Rudyard Kipling)의 ‘정글북’이 뮤지컬로 공연 중이다. 한국 대표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제작자이자 PMC프러덕션의 공동회장인 송승환이 론칭한 작품이다.

정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무대와 동물들의 일상적 제스처 묘사에 치중해 역동적이면서 세심한 안무, 동물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것과 다르지 않은 고민을 담은 넘버들, 이들을 그럴 듯하게 소화하는 베테랑 배우들 등 어울림과 만듦새가 놀랍다.


◇“실사영화나 애니메이션 보다는 원작소설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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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의 정태영 연출은 따뜻한 성장담을 그리고자 했다.(사진제공=PMC네트웍스)

 

26일 서울시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정글북’ 프레스콜에서 정태영 연출은 “(최근 개봉한) 영화는 차가웠다. 어린이는 부모와 함께 봐야하는 12세 관람가였고 심지어 어떤 나라에서는 관람불가로 분류되기도 했다”며 “우리 뮤지컬은 좀더 따듯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대본을 썼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연출은 한 장면 한 장면 기억되도록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 보다는 보는 아이들이 극 안에 빨려 들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흔히 부모들은 3, 4세의 아이들이 줄거리를 이해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해를 하는 아이든 이해를 하지 못하는 아이든 한 장면이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난 누굴까’라는 노래 가사를 써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3~5세 아이들이 모글리가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하는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원작에는 없는 엄마를 만나는 장면으로 극적인 효과를 끌어들였죠. 그 장면을 본 아이들이 슬프다고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보고 어린이들의 상상의 세계가 작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오히려 어른들이 가두는 게 아닐까 싶었죠. 지금도 여전히 어른의 마음과 아이들의 시선을 동시에 잡기 위해 고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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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술, 플라잉 기술, 화려한 특수효과 등으로 그럴 듯한 정글이 재현됐다.(사진제공=PMC네트웍스)

한정림 작곡가도 “정글도 사람 사는 데랑 별로 다르지 않다. 섣불리 어린이들을 위해 (작곡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아이, 어른 등에 국한하기 보다는) 정서적으로 폭 넓게 두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 대부분이 동물로 분하는 극의 특성 상 안무 작업이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도영 안무가는 “몸을 긁거나 털을 터는 등 동물들의 일상적인 제스처 묘사에 초점을 맞줬다. 그렇게 만들어진 안무를 혼자 해보면서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을 창출했다”며 “인간의 몸은 동물보다 좀 더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정글 안에서 있을 법한 해프닝을 묘사해 동물의 감각이 아닌 인간이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 안무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영상기술, 플라잉 기술, 화려한 특수효과 등으로 유니버설아트센터의 적지 않은 무대는 그럴 듯한 정글로 꾸려졌다. 이에 대해 김태영 무대 디자이너는 “세 아이를 둔 아빠로서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며 “동물들이 보는 정글과 우리가 보는 정글의 차이를 줄이는 데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더위와의 전쟁? 배우들의 이구동성 “아동극도 가족극도 성인물도 아닌 ‘정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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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더운 여름, 두꺼운 옷을 겹쳐 입은 데다 바디페인팅까지 해 정글 속 맹수로 변신한 배우들은 그야 말로 더위와 사투(?) 중이다.(사진제공=PMC네트웍스)

 

유난히도 더운 여름, 두꺼운 옷을 겹쳐 입은 데다 바디페인팅까지 해 정글 속 맹수로 변신한 배우들은 그야 말로 더위와 사투(?) 중이다. 과도한 움직임에 담이 오기도 했다는 모글리 역의 오정훈은 “시작부터 가족물이나 아동극, 성인물 등의 카테고리에 넣지 않고 ‘정글북’을 하려고 왔다. 드림웍스, 픽사 등 애니메이션의 팬이다. 그들의 애니메이션처럼 어떤 특정 대상에 국한하지 않고 많은 분들이 와서 재밌게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 다음주 공연에서 한 어린이 관객이 제가 노래하러 나무에 올라가자 ‘모글리’라고 외치며 인사를 했다. 그걸 보며 에너지를 얻어 연기나 노래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누가 보러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재밌게, 집중해서 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모글리에 더블캐스팅된 신예 이로운은 “무대 설 때마다 전달과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대사 전달 부분에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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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 모글리의 성장담을 담고 있는 뮤지컬 ‘정글북’.(사진=뮤지컬 정글북 공식페이스북)

 

곰 발루 역의 장원령은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단 한번도 애들스럽게, 유아스럽게 해보자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늑대 대장 아켈라 역의 손승현은 “처음엔 어떻게 수준을 맞추나 고민했다. 하지만 연출님, 음악·안무 감독님께서 주신 드라마, 음악, 안무를 보고는 알게 됐다”며 “모든 연령대와 소통할 수 있게, 1시간 30분 동안 행복한 정글에 다녀온 것처럼 느끼실 수 있게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늑대 무리와 함께 자란 소년 모글리의 성장담을 담은 ‘정글북’은 8월 28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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