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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2014년 2월부터 8월까지 한국 작가 고순덕과 영국 작가 에반 플레이시 Evan Placey, 그리고 한국과 영국의 청소년들과 함께 양국을 오가며 진행한 희곡개발 공동워크숍을 토대로 15세 ‘소년’과 ‘지영’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영국에 사는 ‘소년’은 이민자의 아들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고, 한국에 사는 ‘지영’은 엄마 없이 맞이하는 신체의 변화가 낯설고 두렵다. 확실한 것 하나 없는 청소년기, 불안한 현실에 대한 치열하고 통렬한 고백들로 가득 찬 두 주인공의 대사는 워크숍 및 쇼케이스에 참여했던 양국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했다. 바로 그 작품이 <오렌지 북극곰>으로 탄생했다.
국립극단은 한국-영국 청소년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연극 <오렌지 북극곰 Orange Polar Bear>(작 고순덕, 에반 플레이시, 연출 피터 윈 윌슨, 여신동 )을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인다.
(사진=국립극단) |
연극 <오렌지 북극곰>은 ‘얼음 한 조각에 매달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의 여정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영국의 소년과 한국의 지영은 극 중에서 서로 만나지는 않지만, 한 무대 위에 마치 거울상처럼 서로의 자화상을 비춘다. 이민자의 아들로서 현재 살고 있는 영국, 그리고 ‘엄마의 나라’, 그 어떤 사회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는 소년은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투쟁한다.
2014년부터 <오렌지 북극곰>을 준비해온 작가 고순덕은 관객들이 ”자신 앞에 있는 카오스 같은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마주설 수 있는 힘을 얻어가길 바란다“며 혼란 속에서 겪는 감정들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영국 어린이청소년극 분야에서 30년 이상 활발히 활동한 연출가 피터 윈 윌슨은 청소년들에게 ”‘평범함’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두 인물을 통해,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 모두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신동 연출은 매 장면을 새로운 미장센들로 펼쳐낸다. 청소년의 미묘한 감각과 심리를 담아낼 무대는 하얀 큐브들을 사용해 빙하 조각들을 형상화했다. 마치 떨어져나간 빙하 조각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북극곰처럼, 소년과 지영, 두 인물은 큐브들로 가득 찬 공간을 공유한다.
또한 청소년의 일상생활 속 순간순간을 포착한 음악은 <부산행>, <곡성>, <타짜> 등 다수의 영화음악을 작곡해 온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맡아 10대의 감성을 동시대적으로 풀어냈다.
최근 <죽고 싶지 않아>, <렛미인>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안승균이 캐스팅되어 이민자의 아들로서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하는 영국의 10대를 연기하고, 지영 역에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 김민주가 캐스팅되어 느닷없이 찾아온 몸의 변화에 숨고만 싶은 사춘기 여중생으로 분한다.
이외 강정임, 최희진, 안창환, 장원혁 등 4명의 배우들은 멀티 역으로 나이를 넘나드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펼친다. 큐브 무대 위 6인의 배우들은 소년과 지영의 이야기를 가로지르며 열정적인 앙상블을 선보일 것이다.
<오렌지 북극곰> 이야기판 “오렌지와 북극곰과 제3지대”는 9월 3일(토) 공연 종료 후 오후 5시 (약 90분 예정)에 열린다.
황하영(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이 사회자로 나서고, 피터 윈 윌슨(<오렌지 북극곰> 연출), 고순덕(<오렌지 북극곰> 작가)최영애(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오렌지 북극곰> 예술교육감독)유홍영(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장), 김미선(<오렌지 북극곰> PD)이 참석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