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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치료제 젬시타빈 병용, 췌장암 치료법 진화 중

세엘진 ‘아브락산’, 3상 임상 ‘MPACT’ 환자 4% 3년 이상 생존 … 건보 적용

입력 2017-01-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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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치료제인 한국릴리의 ‘젬자주’(왼쪽부터), 세엘진코리아의 ‘아브락산주’, 젬백스앤카엘의 ‘리아백스주’

젬백스 ‘리아백스’, 말기 환자 응급임상서 간 전이 종양 사라져

지난해 2월부터 세엘진코리아의 ‘아브락산주’(성분명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albumin bound paclitaxel)·한국릴리의 ‘젬자주’(성분명 젬시타빈, gemcitabine) 병용요법이 전이성 췌장암 환자 1차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치료예후가 개선될 전망이다.

세엘진코리자에 따르면 아브락산·젬자 병용요법은 2013년 전이성 췌장암 환자 총 861명을 대상으로 젬자 단독요법과 치료 효과를 비교한 3상 임상 ‘MPACT’ 연구에서 환자 4%가 3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성과를 거뒀다. 젬자 단독 투여군에선 한 명도 3년 이상 생존하지 못했다.

지난해 급여 확대로 아브락산 환자 본인부담금이 100%에서 5%로 경감됐다. 다만 지원 범위가 신체활동능력 평가지수인 ECOG(Eastern Cooperative Oncology Group, 0점 무증상~5점 사망) 기준 0~1점인 환자로 제한돼 국소진행성, 재발성, ECOG가 2점 이상인 환자는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아쉬움은 남겼다.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환자의 80%는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늦게 진단된다. 5년생존율이 10% 미만으로 전체 암 가운데 가장 낮다. 암세포 성장·증식 관련 특정 부분을 공격하는 표적치료제가 잘 듣질 않아 1997년 도입된 젬자 기반 요법이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표적항암제 중 젬자와 병용했을 때 3상 임상연구에서 젬자 단독요법 대비 비열등성이 입증된 약은 한국로슈의 ‘타쎄바정’(성분명 엘로티닙, erlotinib)가 유일할 정도다. 표적치료제는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죽이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제(화학항암제)보다 암세포 특이적 공격능이 향상돼 2세대 항암제라 불린다.

젬자는 DNA, RNA 등 유전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인 피리미딘(pyrimidine)과 구조가 유사한 화합물이다. 피리미딘 생합성효소에 피리미딘 대신 결합해 세포의 DNA 복제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

박준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아브락산은 130nm(나노미터) 크기로 매우 작은 알부민 입자(nanoparticle albumin)가 파클리탁셀을 감싸는 냅(nab, nanometer albumin-bound , 나노미터 수준의 알부민 입자와 유효물질을 결합시킴) 기술이 적용됐다”며 “암세포가 이를 영양분으로 인식하고 잡아먹어 기존 탁센(taxane)계 항암제인 파클리탁셀보다 종양과 주변 조직에 잘 침투한다”고 말했다.

MPACT 임상연구 결과 병용요법(젬자·아브락산)과 단독요법(젬자) 등 두 그룹의 1년생존율은 35% 대 22%, 치료반응률(ORR)은 23% 대 7%로 확인됐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8.7개월 대 6.6개월, 전반적생존기간(OS) 중앙값은 5.5개월 대 3.7개월이었다.

이광혁 성균관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가 2015년 1월 ‘대한췌담도학회지’에 발표한 ‘췌장암 항암·표적치료 및 관련 합병증 치료’ 보고서에 따르면 아브락산·젬자 병용군의 8%는 감각신경병증으로 투여를 중단했고, 10%는 용량을 줄여야 했다. 대부분 3~4주 후 회복됐다. 젬자 단독요법 대비 패혈증(5% 대 2%), 폐렴(4% 대 1%) 발생률이 높았으나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은 두 그롭 각각 4%로 차이가 없었다.

5-플루오로우라실(성분명 5-fluorouracil, 5FU)은 젬자가 등장하면서 1차치료제에서 2차치료제로 밀려났는데 ‘폴피리녹스’(FOLFIRINOX) 요법으로 다시 의료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폴피리녹스는 5-플루오로우라실에 이리노테칸(irinotecan)·류코보린(leucovorin)·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등을 추가한 4제 병합요법이다.

폴피리녹스 요법은 아브락산·젬자 병용요법과 같이 임상 3상 연구에서 젬자 단일제 대비 우월성이 입증됐지만 부작용이 심해 안전성을 개선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진의 주된 의견이다.

2011년 전이성 환자 342명을 대상으로 폴피리녹스 병합요법과 젬자 단독요법을 비교한 3상 임상결과 두 그룹의 1년 생존율은 48.4% 대 20.6%, 치료반응률(ORR)은 31.6% 대 9.4%로 확인됐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6.4개월 대 3.3개월, 전반적생존기간(OS) 중앙값은 11.1개월 대 3.8개월이었다.

이 교수는 “폴피리녹스 병합요법은 3등급 이상의 백혈구감소증 발생률이 46%로 젬자 단일제를 사용할 때보다 부작용이 심한 편”이라며 “환자의 상태, 효과와 이상반응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여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젬자 단독요법은 호중구(백혈구의 한 종류)감소증이 흔히 발생하지만 용량을 줄이면 큰 문제가 없었으며, 환자의 약 45%가 일시적 발열·두통·관절통·근육통 등 감기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아브락산·젬자, 폴피리녹스 등의 병용요법과 함께 면역치료제의 한 종류인 젬백스앤카엘의 ‘리아백스주‘(‘GV1001’, 성분명 테르토모타이드염산염, tertomotide HCl)가 일명 암백신으로서 새로운 췌장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암백신은 암세포가 지닌 특이적 항원으로 체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공격한다.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말기 췌장암 환자에 리아백스와 기존 화학항암제를 병용해 치료한 결과 간으로 전이된 종양이 사라졌으며, 췌장의 암 크기도 7㎝에서 4㎝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젬백스앤카엘은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제26차 세계소화기암학회’(IASGO 2016)에서 이같은 응급임상 결과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응급임상은 말기 암 등으로 생명이 위급하고 마땅한 치료법이 없을 때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제도다.

정상세포와 달리 암세포는 세포수명을 늘리는 효소인 텔로머라제(telomerase)가 붙어 있어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한다. 리아백스는 이 효소의 일부를 이루는 펩타이드(단백질 소단위) 항원으로 체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한다. 아미노산 16개로 구성된다.
리아백스를 체내에 주입하면 면역계 사령관인 수지상세포(dentric cell)가 이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T면역세포에 해당 펩타이드를 가진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지시하는 원리다.

리아백스는 혈중 이오탁신(eotaxin) 농도 81.02pg/㎖를 초과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 젬자와 피리미딘유사체 계열 항대사물질인 한국로슈의 ‘젤로다정’(성분명 카페시타빈, capecitabine)과 함께 투여한다. 젬백스앤카엘 자회사인 삼성제약이 리아백스를 생산하고 있다.

리아백스·젬자·젤로다 3제 병용요법은 2007~2011년 전이성·말기 췌장암 환자 총 1062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 다기관 3상 임상에서 연구 1차 목표인 대조군(젬자·젤로다 2제 병용투여군) 대비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데 실패했지만 리아벡스 투여군을 하위분석한 결과 혈청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환자에서 우수한 효과가 확인됐다.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그룹의 전반적 생존율 중앙값은 14.8개월로 이 수치가 낮은 그룹의 7.9개월보다 길었다.

이를 근거로 2014년 9월 식약처로부터 혈청 이오탁신 지표가 높은 환자 대상 유효성을 입증하는 3상 임상을 병행하는 조건으로 시판을 허가받았다. 젬백스앤카엘은 국내 환자 총 148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2018년 5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비소세포폐암, 전립선비대증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해 리아백스의 효능을 확인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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