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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흡연에 관리 소홀까지, 괴로운 남자의 입술

겨울철 수분부족 겹쳐 입술 갈라져 … 향 강한 립밤, 살리신산·멘톨이 오히려 부작용

입력 2017-01-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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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자주 갈라지거나 트는 사람은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거나 들기름이나 꿀을 살짝 발라주고, 출혈이 있는 부위엔 달걀 속껍질을 붙여주면 증상 개선에 도움된다.

직장인 임모 씨(31)는 얼마전 소개팅에 나갔다가 ‘립밤 좀 바르고 다니세요, 안 씻은 사람 같아요’라는 상대 여성의 ‘돌직구’에 민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솔로 탈출을 위해 옷도 사고 미용실에서 머리도 했지만 정작 갈라지고 튼 입술엔 신경 쓰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꾀죄죄한 이미지를 준 탓인지 소개팅 후 ‘잘 들어갔냐’는 카카오톡 메시지엔 아무런 답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입술은 아주 얇은 점막으로 덮여 피하의 모세혈관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건강한 입술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윤기가 돌고 붉은 색을 띠면서 살집이 있으면서 두툼한 모양이다. 창백하거나 검푸른 색을 띠면 빈혈, 미세순환장애, 심장질환, 대사증후군, 간질환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입술은 땀샘과 피지선이 없는 데다 각질층이 얇고 부드러워 다른 부위보다 각질이 쉽게 일어나고 거칠어진다. 유독 계절 변화에 민감해 찬바람 불고 건조한 겨울철엔 자주 바짝 마르고 껍질이 벗겨진다. 자신도 모르게 입술에 침을 바르거나, 손으로 각질을 뜯어내면 정상적인 피부까지 벗겨져 더 건조해지면서 갈라한고 심할 경우 진물이 나고 딱지까지 생긴다.


특히 남성은 과음과 흡연에 의한 수분 부족으로 입술이 잘 트지만 관리엔 상대적으로 소홀해 증상을 키우기 쉽다. 오신택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교수는 “겨울은 입술이 트거나 피가 날 정도로 건조해져 병원을 찾는 남성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남성의 피부는 여성보다 기후 변화에 잘 견디는 편이지만 술·담배를 많이 하기 때문에 몸의 수분이 부족해져 입술이 잘 튼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막힘이 잦거나 잘 때 코를 고는 사람은 입술건조증이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립밤 등을 발라 입술에서 윤기가 흐르면 남성적 매력이 떨어져 보인다는 일부 남성의 오해도 증상을 키우는 원인이다.


입술 갈라짐을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피가 나고 입술 각질이 벗겨지는 구순염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 질환은 낮은 기온에 신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피부가 경직되고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발생한다. 아토피피부염 등 만성염증성 피부질환, 습관적 광선노출, 입술을 깨무는 습관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흔한 증상이지만 각질층이 얇은 입술의 특성 탓에 치료가 쉽지 않다.


증상에 따라 박탈성·접촉성·구각·광선 구순염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박탈성은 입술이 트면서 갈라지고 입술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 각질이 떨어진 부위에 출혈이 생기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든다.
구각(입꼬리)구순염은 입술 양쪽 끝 또는 한쪽 주변에 삼각형의 홍반과 부종이 생긴다. 진물이나 딱지가 흔히 생기며 끝이 갈라지기도 한다. 칸디다(Candida)균 또는 포도상구균, 영양부족,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다.


접촉성은 박탈성과 증상이 비슷하며 가려움증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립스틱·보철물·립밤·치약·구강청정제 안에 들은 화학물질이 원인으로 90% 이상이 여성에서 발생한다.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 원인인 광선구순염은 주로 아랫 입술이 트고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 주로 50세 이상 남성에서 발병한다. 오 교수는 “광선구순염은 상피내암의 일종으로 자칫 악성화돼 주변의 림프선 등으로 전이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50세 이상이면서 아랫입술에 아무 증상 없이 딱지나 궤양이 생기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구순염이 쉽게 재발하는 사람은 평소 바세린이나 기타 입술용 보습제를 휴대하고 다니며 꾸준히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립밤 등 입술보호제 제품을 이용하는 남성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2014년 남성들 립밤 구매액은 전년 대비 312% 성장했으며 2015년 133%, 2016년 64%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남성 립밤 구매 현황을 연령대별로 보면 30~40대가 70%로 대다수고, 60대의 구매율도 전년 대비 22%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0원대 저렴한 립밤을 사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당시 인터넷포털에서 이 부회장이 사용했던 미국 브랜드 ‘소프트립스’와 ‘이재용 립밤’이 한동안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립밤(lip balm)은 왁스물질을 응용한 화장품의 일종으로 1980년대 미국 약사인 찰스 브라운이 처음 개발했다. 갈라지거나 건조해진 입술에 바르면 입술에 막을 형성해 지질층을 보호하고 보습력을 강화한다. 흔히 ‘챕스틱(ChapStick)’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립케어 전문 브랜드 명칭이다.


증상 초기엔 가급적 화학성분 함량이 적은 입술보호제나 보습크림을 입술에 바르는 게 좋다. 달콤한 향이나 맛을 내는 입술보호제는 살리실산, 멘톨, 석유, 라놀린(양모에서 추출하는 오일) 등의 성분이 가려움을 유발하거나 입술을 붓게 할 수 있다. 입술에서 진물이나 피가 나면 스테로이드 성분의 부신피질호르몬 연고를 사용하기도 한다.


혀로 입술에 침을 바르는 습관은 남아 있는 수분마저 날아가게 해 건조증을 악화시킨다. 침 속 세균이 갈라진 틈새로 침투하면서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입술을 뜯는 습관도 피하는 게 좋다. 입술에 생긴 각질은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그대로 둬야 다시 생기지 않는다. 입술 피부는 죽은 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새 세포가 올라오는 과정이 다른 부위 피부보다 빨리 이뤄진다.


오 교수는 “습관적으로 입으로 숨을 쉬거나, 입술에 침을 바르거나, 자주 흡연하는 사람은 입술이 갈라지고 트는 증상을 악화시킨다”며 “촉촉한 입술 건강을 위해서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집에서 들기름이나 꿀을 살짝 발라도 도움되지만 꿀의 경우 과도하게 많이 바르면 오히려 건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술에 난 상처는 달걀 속껍질(난각막)을 붙이면 개선에 효과적”이라며 “비타민B·E가 다량 함유된 달걀, 연어, 잎줄기채소 등을 자주 섭취하면 입술 건강관리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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