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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에 관절통, 류마티스인 줄 알았는데 … 성인형 스틸병?

고열·두드러기·관절통·백혈구증가 특징 … 보통 1개월 넘어야 진단

입력 2017-03-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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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형 스틸병은 서로 관련성이 없는 각각의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년 전에 불명열로 진단받았는데 알고 보니 ‘스틸병’ 이래요.”

헤어디자이너 이모 씨(30·여)는 평소 에너제틱한 성격으로 병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중 2년 전 온 몸에 발진이 생기고, 관절이 아프며, 39도가 넘는 고열이 찾아왔다. 단순히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했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탓으로 여겼지만 증상이 나아지질 않았다. 결국 3주간 병원에 입원했지만 ‘원인불명’으로 증상이 호전되자 퇴원해야 했다. 다시 2년 뒤 같은 증상이 나타나 대학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고열, 발진, 관절통을 유발한 것은 ‘성인형 스틸병’(adult onset Stills disease)이었다.

스틸병은 1971년 최초로 보고된 질환이다. 성인형 스틸병은 전신형 소아 류마티스관절염이 16세 이상의 성인에게 나타나는 것을 지칭하며 15세 이전은 스틸병, 16세 이상은 성인형 스틸병으로 명명한다. 야간에 반복되는 39도 이상의 고열, 발진, 근육·관절통, 백혈구증가증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사람에 따라 인후통, 임파선 증대, 간·비장증대, 다발성 전신장기 침범, 간효소수치 증가 등이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몸살로 오해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거나 오진의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이는 주로 감염 혹은 면역력 문제로 유발된다. 이상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성인형 스틸병은 파보바이러스(parvovirus), EBV(Epstein-Barr virus) 등의 감염으로 면역시스템이 교란되거나, 이유 없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늘어나는 등 자가면역시스템의 이상이 문제가 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성인형 스틸병은 생소한 만큼 아직 정확한 유병률이 조사되지 않았다. 현재 10만명당 1~2명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는 20대 후반~50대 등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나이대에서 호발하며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진이 체감하는 남녀 환자의 성비는 약 1대 3이다. 

고열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나타나며 오후부터 밤에 심해지고 아침에는 열이 떨어진다. 거의 모든 환자가 무릎과 손목 등의 관절통을 경험한다. 일부 환자는 어깨나 고관절과 같이 몸통에 연결된 뿌리 관절에 관절염이 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관절염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환자의 90%는 몸통 혹은 사지에 발진이 나타난다. 전형적인 연핑크색 또는 연어색을 띠는 작은 두드러기로 발열과 함께 나타나며 열이 떨어지면 사라지는 게 특징이다. 인후통이 동반되고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의 임파선이 부어 만져지기도 한다. 환자 중에는 간부종이나 간기능 수치(AST, ALT, LDH 등) 이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급성 간염으로 오인되기 쉬우며 약에 의한 간수치 상승과 혼동될 수 있다. 

성인형 스틸병은 이처럼 서로 관련성이 없는 각각의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고열이 나면 해열제에 의존하거나, 근육통은 물리치료 등으로 증상만 개선시키는 데 집중하는 식이다. 어깨통증이 너무 심했던 40대 여성 스틸병 환자는 자신이 스틸병인줄 모른 채 세균 감염에 의한 화농성 관절염으로 의심받고 어깨수술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환자들이 자신의 병명을 찾기까지 1개월 정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처음부터 성인형 스틸병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는 거의 없다”며 “초기 진단이 쉽지 않아 주로 인후통·고열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관절염으로 의심돼 병원을 찾거나, 두드러기가 가라앉지 않거나, 급성간염이나 감염증으로 진단받는 등 다양한 증상을 시작으로 검진을 거쳐가며 확진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 악성종양 등 만성 발열이나 관절통을 동반하는 유사 질환들을 완전히 배제한 다음에야 스틸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인형 스틸병은 혈액검사 상 백혈구 다형핵구가 많이 증가돼 있고, ESR(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CRP(C-Reactive Protein) 등 염증지표가 상승돼 있다.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서 양성을 보이는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ANA)나 류마티스 인자(rheumatoid factor, RF) 등 자가항체는 보통 음성이다. 

이 교수는 성인형 스틸병의 혈청학적 지표로 ‘페리틴’(Frrritin)이 심하게 상승되는 점을 꼽았다. 이는 치료 후 스틸병이 조절되면 감소돼 진단 및 질병활성도 평가에 도움을 준다. 이후 정기검진 시에도 이 수치를 참고해 치료 강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성인형 스틸병은 세 가지 경과를 갖고 있다. 3분의 1 환자는 한 번 발생으로 끝나고, 또다른 3분의 1은 발열이나 발진이 간헐적으로 재발하며, 나머지 3분의 1의 환자는 스틸병이 만성화돼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형태로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대부분 예후가 좋다.

치료의 기본은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간수치가 상승돼 당장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쓰기 어렵거나, 고열로 소염제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환자의 90% 이상에서 스테로이드 처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항류마티스 약제를 병행하기도 한다. 기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생물학적제제 등이 투여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초기에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고, 퇴원한 뒤에도 6개월 정도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건강수칙을 지키는 것을 제외하고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이나 생활습관은 없다. 다만 전신의 관절이 아픈 만큼 지나치게 격한 운동은 삼가는 게 좋다. 자가면역질환인 만큼 스트레스와 상관관계가 적잖아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한국에서는 성인형 스틸병이 가임기 여성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여성들은 ‘임신’ 문제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상원 교수는 “성인형 스틸병은 자녀에게 물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약물을 복용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임신을 준비하는 것을 권한다”며 “치료 시 복용하는 약물이 아이에게 기형 등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질환으로 인한 염증성 물질도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육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임신 후 다시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 류마티스내과를 찾으면 태반을 통과하지 않는 안전한 스테로이드 단독요법으로 치료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성인형 스틸병을 완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제때 약을 챙겨먹는 것’이다. 6개월간 상당한 양의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귀찮아서 챙기지 못하는 환자가 적잖다.

이 교수는 “환자들은 대부분 약에 대한 반응이 좋은 만큼 약물을 제대로 잘 챙기는 게 중요하다”며 “성인형 스틸병은 초기에 집중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되는데, 당장 증상이 나아지는 것 같아 스스로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물은 치료 목적과 재발 방지 목적을 위한 것이 있는 만큼 환자는 의료진의 결정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이를 지켜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질환은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나이보다는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악성화 여부가 좌우된다. 가장 중대한 합병증은 대식세포활성증후군으로 간부전이나 골수부전으로 이어진다. 이 때 혈구 탐식성 림프조직구 증식증이 나타나 치사하게 된다. 따라서 고열, 발진, 인후통, 백혈구증가 등 이 질환의 4대 특징이 나타나면 긴장하고 조기치료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국내서는 환자가 10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되며 가급적 류마티스내과를 찾아야 조기진단이 용이하다.

정희원 기자 yolo031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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