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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MRI 정상인데 무릎 ‘뚝’ 소리 멈추지 않는 이유

추벽증후군, 방치하다 연골연화증 … 활액막염, 무릎 주변 물컹한 느낌

입력 2017-03-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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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벽증후군 자체는 정형외과에서 가벼운 질병으로 여겨지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추벽이 주변 대퇴연골과 계속 마찰을 일으켜 연골연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장인 박모 씨(30·여)는 올해 초부터 다어이트를 목표로 줄넘기를 시작해 1000개 이상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한달 전 줄넘기 도중 무릎 주변이 갑자기 아파 운동을 중단해야 했고,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더니 증상이 사라졌다. 2주일 전부터는 걷기만 해도 무릎에서 ‘뚝’ 소리가 들렸고 통증이 점차 심해졌다. 무릎통증 탓에 운동을 못해 ‘요요현상’까지 오자 병원을 찾았더니 추벽증후군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았다.


아직 나이가 젊고 다치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무릎 주변이 붓고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히 무릎통증은 고령층의 관절염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젊은층도 평소 격렬한 유산소운동을 즐기고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자주 취하면 다양한 무릎질환에 노출된다. 종아리뼈와 허벅지뼈를 이어주는 무릎은 뼈, 인대, 연골 등을 비롯해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무릎연골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관절염 외에도 점액낭염, 추벽증후군, 활액막염 등이 발병할 수 있다.


특별한 부상 경험이 없이 무릎에서 ‘똑똑’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느껴지면 추벽증후군(plica syndrome)을 의심해볼 수 있다. 추벽은 무릎 속 부드럽고 얇은 막으로 생후 6개월에서 1년 안에 사라지지만 성인 3명 중 1명은 그대로 남아 있다. 등산·줄넘기·자전거·마라톤처럼 무릎 사용량이 많은 스포츠를 자주 즐기면 추벽이 굵어지거나 두꺼워진다. 이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을 혹사시키면 추벽이 주변 관절 조직과 부딪히면서 뚝뚝 소리가 나고 연골이 손상된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남성은 슬개골을 감싸고 있는 대퇴사두근의 근력이 강해 무릎에 발생하는 충격을 같이 완충할 수 있지만 여성은 근육량이 적고 약해 충격이 바로 관절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위한 무리한 식단 조절도 무릎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추벽증후군은 무릎관절염과 놀라울 정도로 증상이 흡사하다. 그나마 관절염은 무릎을 움직일 때 머리카락이 스치는 듯한 가벼운 소리가 나고, 추벽증후군은 마치 뼈가 부딪히는 ‘우두둑’ 소리가 들리는 점이 차이난다. X-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첨단 장비로 진단이 어렵다. 추벽과 무혈관 조직인 연골의 미세한 상태 변화는 최신 촬영장비로도 관측하기 어려워 숙련된 관절 전문의가 환자의 증상과 연령, 외관상의 변화 등을 주의깊게 관찰한 뒤 관절내시경으로 내부조직을 살펴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정확하다.


추벽 상태가 양호하고 연골 손상이 적다면 소염제를 이용한 약물치료와 물리요법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 만성화됐더라도 관절내시경으로 유착을 일으키는 추벽 일부를 제거하면 된다.


추벽증후군 자체는 정형외과에서 가벼운 질병으로 여겨지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추벽이 주변 대퇴연골과 계속 마찰을 일으켜 연골연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골연화증은 무릎연골의 탄력이 없어지고 물렁해지는 것으로 퇴행성관절염 발병을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무릎이 전체적으로 붓고 열이 나며 물이 차는 느낌이 나면 ‘무릎 활액막염’일 가능성이 높다. 활액막은 무릎관절을 감싸는 관절낭 안쪽에 위치한 얇은 막으로 관절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고 연골에 영양을 공급하는 윤활액을 분비한다. 외상이나 과도한 무릎사용으로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윤활액이 과도하게 생성돼 무릎 전체가 붓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동반된다.


무릎 주변을 만지면 물컹거리는 느낌이 들고 심할 경우 부종 탓에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일반 무릎관절염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무릎관절을 사용할 때 유독 통증이 심해지는 반면 활액막염은 움직임에 관계 없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느껴진다.
평소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해서 걸으면 무릎관절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손상돼 활액막염이 나타날 수 있다. 무릎관절을 보호하려면 오르막에서는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이고 보폭을 작게 하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을 좀 더 많이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는 게 좋다.


이 질환은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질환이나 통풍성 관절염이 원인일 수 있어 되도록 빨리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해 손상된 연골 조각들이 관절강을 떠돌다가 활액막을 자극해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초기엔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는 소염제, 휴식, 냉찜질로 치료한다. 보존적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류마티스성 활액막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무릎 점액낭염도 젊은층에서 발생하기 쉬운 무릎질환이다. 무릎을 자주 꿇는 사람에서 발병률이 높다는 의미로 ‘성직자무릎병(clergyman’s Knee)’, ‘하녀무릎병(Housemaid’s Knee) 등으로 불린다.
점액낭은 뼈와 뼈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깨, 무릎, 팔꿈치, 고관절 등에 자리잡고 있으며 무릎의 경우 슬개골 앞쪽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무릎 사용량이 많으면 점액낭에 염증이 생겨 붓고 통증이 발생한다.


무릎을 꿇는 자세를 자주 취하면 무릎 앞쪽 슬개골과 점액낭이 자극받아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젊은 주부들 중에는 점액낭염으로 발생한 무릎통증을 퇴행성관절염으로 오해해 벌써 노화가 시작됐다며 우울해하거나 자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과 통증 양상이 조금 다르다. 퇴행성관절염은 무릎 내부가 삐걱거리며 아프고 시큰한 느낌이 드는 반면 무릎 점액낭염은 무릎 앞쪽 튀어나온 부분이 바닥에 닿을 때 화끈거리는 증상이 발생한다.


점액낭염은 무릎 외에도 다양한 부위에서 문제가 된다. 어깨에 과부하가 걸려 견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견봉하점액낭염’, 장시간 앉아 있어 골반 아래 뒤쪽 좌골이 눌려 통증이 느껴지는 ‘좌골점액낭염’, 오래 서있을 경우 엉덩이 부위의 근육이 마찰을 일으키는 ‘대둔점액낭염’,  너무 꽉 끼는 신발을 자주 신어 발목과 아킬레스건 주변이 아픈 ‘아킬레스 점액낭염’ 등이 대표적이다.

송상준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일상생활 중 무심결에 취하는 자세는 무릎관절에 독이 된다”며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무릎을 꿇는 자세 등이 그렇다. 특히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걸레질을 하면 무릎에는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부담이 가게 되므로 이같은 움직임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퇴 슬개골관절에 연골 마모나 손상이 심한 환자는 계단 오르내리기나 등산이 무릎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평지를 걷거나 실내 자전거 운동, 자유형 수영, 아쿠아 에어로빅 등의 근력강화 운동과 저충격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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