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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30대와 20대 라흐마니노프? 죽을 때까지 소년감성!” 피아니스트 이범재·박지훈

입력 2017-03-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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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범재. 박지훈3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두 피아니스트 이범재(왼쪽)와 박지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제 좀 홀가분해져 가는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 마지막 주를 맞은 박지훈 피아니스트는 그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박유덕·안재영, 이하 가나다 순)와 그의 우울증을 치료한 신경정신의 니콜라이 달(Nicholai Dahl 김경수·정동화) 박사의 일화를 다룬 작품이다.

오세혁 연출, 이진욱 음악감독, 김경수·박유덕·안재영·정동화 등 믿고 보는 연출과 음악감독,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이들 뿐 아니라 초연부터 함께 한 이범재와 앙코르에 새로 합류한 박지훈까지 믿고 보는 피아니스트로 급부상했다. 두 사람은 팬들 사이에서 각각 ‘범피’(이범재 피아니스트), ‘훈피’(박지훈 피아니스트)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이범재 “저 역시 위로 받죠”, 박지훈 “많이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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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이범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작년에 라흐마니노프로 뮤지컬을 만든다고 했을 때는 가능할까 싶었죠. 괜히 어설프게 만들어서 욕이나 먹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초연 때는 음악적으로 어색한 부분들을 배우들이 잘 채워준 것 같아요. 배우들이 큰 몫을 해줘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어요.”

잘 돼서 다행이라는 이범재 피아니스트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라흐마니노프’는 반가운 극”이라고 평했다.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한 건 정말 높이 평가받아야 해요. 남들이 아무리 어설프다고 해도 실제로 대중들이 느끼고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죠. 이런 극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지훈 피아니스트 역시 “클래식 대중화는 물론 저도 몰랐던 우울증을 앓던 라흐마니노프, 즈베레프(Nikolai Sergeyevich Zverev) 선생님, 니콜라이 달 박사 등을 알게 돼 좋았다”며 “중간 중간 클래식 넘버들 중 몰랐던 곡들도 있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말을 보탰다.

이범재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를 함께 하면서 라흐마니노프라는 사람 그리고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도가 깊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라흐마니노프라는 인물로 묘사했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그를 보는 시선이 변하기보다는 제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대한 위로를 받고 힐링이 돼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당신은 새로운 곡을 쓰게 될 거에요. 그러면 관객들은 당신을 사랑해 줄 것입니다’ 라는 대사가 저한테는 너무 위로가 돼요. 너무 공감이 가고 너무 감사해요.”

이범재는 반복적으로 사용한 ‘너무’라는 단어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듯 길게도 늘여 말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범재는 라흐마니노프가 겪었을 창작의 고통을 완벽하게 공감했고 달 박사에게서 위로받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작곡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 고통을 깊이 생각하게 됐죠. 사실 이 극이 주는 메시지가 꼭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너는 할 수 있어’ 딱 그거잖아요. 요즘 같은 시기에 너무 잘 맞고 좋은 것 같아요. 워낙 그 분 음악을 좋아해서 클래식 전공할 때도 라흐마니노프의 소품이나 소나타, 에튀드 등을 연주하면 저랑 가장 잘 맞는다고 얘기해주셨죠.”


◇3.1절로 2회 연속 공연 끝낸 박지훈, 고생길 열린 이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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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박지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처음엔 오로지 재밌을 것 같아서였어요.”


급작스러운 캐스팅에 연습시간도 빠듯했고 뮤지컬은 처음이었던 박지훈이 ‘라흐마니노프’에 합류한 이유는 이랬다.

“저도 사실 뮤지컬에 들어온 지 3년밖에 안됐지만 그간 겪었던 데서 터득한 것들을 (박지훈에게) 닥치기도 전에 많이 얘기해줬죠.”

빠른 습득을 위해 이범재는 족집게 선생님을 자처해 1부터 10까지를 알려주며 박지훈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갑작스럽게 합류를 결정하다 보니 시간도 별로 없는데다 뮤지컬도, 배우님들이랑 같이 일 해보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새롭다기 보다 처음이다 보니 아주 사소한 거에서 힘들었죠. 인이어 같은 거요. 컬처쇼크였거든요. 뮤지컬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게 페이스 조절이었어요. 모든 걸 다 쏟아 붓고 나오니까 다음엔 못하겠더라고요. 조절하고 싶은데 안해봤으니까 잘 안되고…. 그거 말고는 힘들었지만 재밌었어요.”

‘라흐마니노프’로 뮤지컬 무대 정식 데뷔 뿐 아니라 사회생활의 첫 걸음을 내딛은 박지훈이 고해성사(?)처럼 풀어놓는 말에 이범재는 “멋몰랐을 때가 제일 좋은 것”이라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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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두 피아니스트 이범재(왼쪽)와 박지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처음엔 이렇게 무거운 자리인 줄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뚜껑을 열고 보니 저에게 과분한 자리여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준비도 준비였는데 공연이 시작되고도 한회 한회 체력소모가 큰 작품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처음엔 맞추느라 정신 없고 회를 거듭하면서도 반복되는 무대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먹었다는 박지훈을 일으켜 세운 이들은 김경수·박유덕·안재영·정동화, 배우들이었다.

“특히 하루 2회 공연 때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는데 배우님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시는 동안의 에너지가 저한테까지 느껴지면서 없던 힘도 생기더라고요. 다행히 3.1절이 저한테는 2회 공연이 있는 마지막 날이었어요. 그래서 체력적인 부담이 없어져서 마음이 좀 후련해졌죠.”

박지훈이 독립운동 하듯 3.1절에 2회 연속 공연을 끝냈다는 것은 이범재의 고생길이 열렸다는 의미기도 하다.

“저의 이 상태가 모든 걸 대변하고 있어요. 정말 딱 하루만 쉬고 싶어요. 피아노를 아무리 쳐도 힘든 걸 몰랐는데 요즘은 너무 힘들어요. 공연이 없는 시간에도 작업을 많이 하거든요. 이제 시작이니까 한창 달릴 때라고 생각하다 보니 조절이 잘 안돼요.”

부쩍 감기몸살을 달고 다닌다는 이범재는 최근 티켓 예매 사이트 예매율 1, 2위를 다투는 ‘라흐마니노프’와 10주년을 맞은 ‘쓰릴 미’ 무대에 번갈아 오르며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혹자는 그에게 “너 혼자 다 해먹어라”라고 퉁바리를 주기도 한단다.

본가가 있는 용인, 백암아트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를 일주일 새 몇 번을 오가는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3.1절이 낀 일주일 동안 이범재는 9회나 무대에 올랐고 ‘라흐마니노프’ 마지막 공연까지 적지 않은 회차가 남았으며 ‘쓰릴 미’ 역시 남은 회차가 50여회에 이른다.

“두 작품 모두 피아니스트와 배우가 같이 간다는 매력 때문에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두 작품이 너무 다르죠. 리듬 자체부터 달라서 ‘라흐마니노프’가 클래식이라면 ‘쓰릴 미’는 팝이라고 해야 할까…너무 달라서 표현이 안되지만 정말 다른 매력이 있어요. 어느 극이든 ‘서곡’이 제일 부담돼요. 극의 얼굴이니까요.”


◇원숙미? 이범재 “죽을 때까지 소년감성”, ‘쌔’ 손가락? 박지훈 “성숙하게 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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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이범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희에게는 30대의 라흐마니노프와 20대 라흐마니노프가 있습니다. 앙코르 공연의 히든카드죠.”

오세혁 연출은 개막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더불어 박지훈에 대해서는 ‘새’도 아닌 ‘쌔’ 손가락이라는 감탄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이범재 피아니스트는 “자동적으로 전 ‘헌’ 손가락이 되는 건가요?”라며 볼맨소리다.

“제가 피아노 앨범을 낸 이유가 어렸을 때의 소년감성을 가져가고 싶어서 였는데…전 죽을 때까지 소년감성을 가지고 갈 건데 자꾸 30대라고 그러시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이범재는) 좀더 클래식하고 (박지훈은) 다소 현대적으로 들리긴 한다. 실력과 경력이 쌓여 어쩔 수 없이 원숙해지는 것들이 있지 않냐”는 반문에 “제가 그렇게 원숙해보이나요?”라는 반문이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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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박지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동심을 가지고 피아노를 하고 싶다”는 이범재의 염원과는 반대로 박지훈은 “성숙하게 치고 싶었다”고 대꾸한다.

“부분이 아니라 곡을 통으로 가져와 추가하다 보니 아무래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되긴 했죠. 그래도 배우님들이 그대로여서 다행이었어요. 게다가 피아노도 더블(캐스팅)이어서 좋아요. 그래도 여전히 힘들지만.”

초연 보다는 드라마와 극을 좀 더 살리는 데 주력했다는 이범재는 박지훈에 대한 대견함을 전하기도 했다.

“첫 뮤지컬인데다 좀 큰 작품에 투입이 되다 보니 걱정이 좀 많았어요. 하지만 강단이 있다는 걸 처음부터 느꼈어요. 제가 해내라는 것마다 무조건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안심했고 더 많이 밀어붙였죠. 잘해줘서 안쓰럽고 대견해요.”

이범재의 칭찬에 박지훈은 “연주도 너무 좋으신데 클래식 뿐 아니라 팝도 하시고 작곡도 하시고 즉흥연주도 너무 좋다”며 “배울 게 많다”고 화답한다.


◇이범재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기억 저편으로’, 박지훈 협주곡 2번 ‘옐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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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이범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의 선율을 넣은 ‘기억 저편으로’예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그의 곡들로 넘버를 꾸렸다. 기악곡으로 넘버를 만들었고 선율에 노래를 입혀 뮤지컬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신에는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뱃노래’(Tchikovsky Barcarolle)를 차용했고 모스크바 음악원 당시 즈베레프 교수와의 첫 만남에서는 짧지만 슈베르트, 베토벤, 바흐 등의 곡들이 연주된다.

이에 음악 전공자나 전문가들은 절묘한 결합에 놀라거나 왜 굳이 멜로디를 넣었을까 아쉬움을 표하는 등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범재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은 ‘기억 저편으로’는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에서 처음으로 최면을 시도하며 기억을 되짚는 장면에 쓰인 곡이다. 개막 열흘 전 이진욱 음악감독이 갑작스레 떠올린 아이디어로 재편성한 넘버기도 하다.

“저는 ‘옐레나’가 좋아요. 화성이 너무 예쁘게 잘 된 것 같아요.”

‘옐레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의 첫 번째 테마로 꾸린 곡으로 가슴 한켠에 아프게 자리잡은 누나 옐레나에 대한 심정을 담은 곡이다. 오세혁 연출과 이진욱 음악감독이 “봄의 따뜻한 시냇물 같은 느낌”이라는 데 의기투합해 꾸린 넘버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마지막에 라흐마니노프가 누나에 대해 얘기하지만 작곡가로서 쓰지 못하는 고뇌를 좀더 깊게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짜임새는 있지만 좀 아쉬운 느낌이에요. 막판에 다시 곡을 쓰는 과정도 좀 넣어주면 좋을 것 같고….”

이범재의 말에 박지훈 역시 시간의 한계로 곡의 일부분만을 들려줄 수밖에 없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맨 마지막(안녕, 라흐)의 콘체르토에 좋은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너무 조금만 보여드리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박지훈의 토로에 이범재의 “다음번에는 통으로 다 치겠다고 해”라는 종용이 따라 붙는다.


◇이범재의 생활연기? 박지훈의 “열려 있었네요, 닫혀 있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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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박지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열려 있었네요. 닫혀 있는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겠습니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던 박지훈은 달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의 방문을 들어서면서 했던 이 대사를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대사인데 극을 보면 볼수록 와닿는 것 같아요.”

박지훈 뿐 아니라 ‘라흐마니노프’를 여러 번 관람한 팬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이 대사에 대해 이범재는 “오세혁 연출님의 한수”라고 부연했다.

“음악가 얘기다 보니 연출님, 배우님들과 초반의 레슨신 같은 장면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어요. 음악을 안하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음악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요. 생각하시는 것과 저희가 느끼는 게 많이 달라서 대화를 하면서 디테일을 잡아 갔죠.”

이범재를 피아니스트로 영입하면서 이진욱 음악감독은 “아직 우리나라에 액터 뮤지션(연기하는 클래식 연주가)이 없으니 배우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제안에 대해 “무대에서 제가 연기하는 게 거북하지만 않으시다면 시도해보면 좋긴 하겠죠”라고 귀띔한 이범재는 초반 달 박사의 깐죽거림에 분노를 표출하는 라흐마니노프에 가장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야 말로 ‘생활연기’란다.

“왜 저렇게까지 성을 낼까 할 수도 있는 장면이죠. 하지만 작곡을 하는 입장에서는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데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거든요. 한번 잘했다고 했을 때 항상 그 다음은 어떻게 할까 싶고 그래요. 그래서 라흐마니노프가 감정을 발산하고 화를 낼 때는 너무 공감이 가요. 저런 신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피아노 그리고 달 박사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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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이범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항상 그런 상황에 직면하는 것 같아요.”

극 중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1번’(Symphony no.1) 혹평 후 신경쇠약과 더 좋은 곡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그걸 이겨냈으니 라흐마니노프가 대단한 것 같다”는 박지훈과 달리 이범재는 3년 동안 두문불출했던 라흐마니노프의 모습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기도 한 스스로를 떠올렸단다.

“극복하고 안하고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지금도 이미 극복했다면 극복한 거고 아니면 아닌 건데…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연주하고 곡 쓰고…항상 그리고 평생 숙제인 것 같아요.”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스로에게 가혹한 스타일의 이범재에게 라흐마니노프는 마치 동지처럼 자신을 닮은 캐릭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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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박지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미니 오케스트라 라고 생각해요. 악기 중에 가장 덩치가 크고 많은 음폭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죠. 오케스트라와 (다대일로) 맞먹을 수 있는 유일한 악기라고 생각해요. 정말 매력적이죠.”

극 중 달 박사는 라흐마니노프에게 “피아노는 어떤 악기인가요?”라고 묻는다. 그 물음을 피아니스트인 이범재, 박지훈에게 던지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답이 돌아온다.

“저와는 애증의 관계죠. 애와 증이 하루에도 수백번씩 왔다갔다 해요. 음악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럴 거예요.”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묻어나는 이범재에게 “달 박사 같은 존재가 있냐”고 묻자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한다.

“아직은 제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인데도 혼자만의 세계가 커요. 미래, 음악하면서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우울증 약을 먹기도 했죠.”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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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두 피아니스트 이범재(왼쪽)와 박지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기회가 되면 다른 모습으로 또 관객들을 봬면 좋겠어요.”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와의 이별을 준비 중인 박지훈은 “피아니스트의 역량을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라흐마니노프’ 아닐까 싶다”면서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 놓았다.

“저는 피아니스트보다 음악감독을 하고 싶어요. 음악감독을 하려고 모든 것들을 시작했죠.”

꿈을 전한 이범재는 “최근 협의 중인 작품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킹키부츠’와 ‘위키드’를 꼽은 이범재는 “음악은 좋은데 드라마가 아쉽거나 반대되는 경우들도 많은 데 두 작품은 쇼적인 요소랑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려서 동시에 와닿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말 하고 싶은 공연은 ‘번지점프를 하다’예요. 노래도 너무 좋은데다 피아노로만 표현해도 그 감성이 너무 좋을 것 같거든요.”

피아니스트와 작곡가, 가요앨범의 프로듀서, 현재 협의 중인 뮤지컬 음악감독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이범재는 곧 있을 토크 콘서트 ‘히즈 피아노 온 브로드웨이’(HIS PIANO on Broadway, 4월 중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준비에도 한창이다. 

 

올해로 3년째 하고 있는 ‘히즈 피아노’는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로 뮤지컬 넘버를 선사하는 공연으로 이번에는 박지훈과 함께 한다. 더불어 함께 무대를 꾸릴 뮤지컬 배우는 섭외 중이란다.

“곡을 쓰건 연주를 하건 저의 음악으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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