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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미스터마우스’ 김성철의 “선배님 우리 선배님!” 깨달음 조승우, 속상한 문종원, 항의(?)하는 마음 서범석

입력 2017-04-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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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스터마우스’ 인후 역의 김성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전 모르겠어요. 제가 뭐라고…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그런 거 아닐까요?”

“지켜보고 있는 후배”라던 조승우를 비롯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배들에 대해 김성철은 이렇게 말하곤 “아직도 만나야할 선배들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3월부터 김성철이 아이큐 68과 180 사이를 오가는 서인후(김성철·홍광호)로 살고 있는 뮤지컬 ‘미스터마우스’(5월 1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도 같은 역의 홍광호를 비롯해 강박사 역의 서범석, 문종원 등 베테랑 선배들이 그득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사람은 망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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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스터마우스’ 인후 역의 김성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난 정말 경력이 없구나…저의 위치를 다시 한번 깨달아요. 제가 데뷔 때부터 되게 많이 들었던 얘기가 ‘난 네 나이에 그렇게 못했어’예요. 스물넷부터 스물다섯, 스물여섯, 스물일곱까지 들었어요. 스물여덟, 아홉, 서른…선배들이랑 작업하는 이상 계속 들을 겁니다. 너무 감사한 말이죠.”

그리곤 “그래서 더 자극을 받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성철은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나 눈 여겨 보는 후배로 꼽히는 단골 배우다. 그리고 김성철의 말대로 “제가 그 나이 때는 그렇게 못했다”는 부연이 돌아오곤 한다. 


“저는 칭찬을 잘 안듣는 편이에요. 칭찬을 들으면 일단 귀를 탁 닫아요. 칭찬은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그 순간 감사함을 느끼고 바로 슥~ 흘려보내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인간은 망칩니다.”

이제 데뷔 3년도 채우지 못한 스물일곱의 배우가 가지는 자세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지혜로웠다. 자신의 결의를 다질 때면 ‘ㅂ니다’라고 마무리하는 말투도 사뭇 진지했다.

“더 잘,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 말은 스물일곱의 저를 믿어주신다는 거잖아요. 그 신뢰를 잃지 않도록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하는 것이 신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존중과 신뢰, 전혀 다른 서범석과 문종원의 강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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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스터마우스’ 인후 역의 홍광호(왼쪽)와 강박사 서범석.(사진제공=쇼노트)

 

“사람마다 매력이 다르잖아요. (서)범석 선배님 다르고 (문)종원이 형 다르고 (홍)광호 형도 다르고 저도 다르고…전 제 매력을 잘 키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선배들(서범석, 문종원, 홍광호) 역시 저를 되게 존중해주세요. 연습을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 때나 신을 연구할 때 ‘이렇게 저렇게 해라’가 아니라 ‘네가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미스터마우스’에서 함께하는 그 대단한 경력의 선배들로부터 존중받으면서 차곡차곡 배우로서 자신을 다질 수 있었던 김성철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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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스터마우스’ 강박사 역의 문종원(왼쪽)과 인후 김성철.(사진제공=쇼노트)
“범석 선배님의 강박사는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아요. 이성적이고 냉철한 박사죠. 종원이 형은 사람 자체가 따뜻하고 정이 많아요. ‘베르테르’할 때도 그랬어요. 알베르토(문종원)가 카인즈(김성철)를 체포하고 처형해야하는 장면이 있어요. 첫 공연 날 결국 울었어요. 저는 너무너무 놀랐고 ‘형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새삼 느꼈죠. 지금도 종원 형의 강박사는 인후에 대한 걱정이 많아요.”

그렇게 두 강박사와 쌓은 감정들은 생쥐 이누와 대화하는 인후의 “강박사님이가 요즘 나를 보고 자꾸 울어”라는 대사 한 마디만으로도 보는 이의 가슴을 울컥거리게 한다.

“종원 형이랑 하면 감정적으로 저도 많이 뛰어요. 왔다갔다를 많이 하죠. 범석 선배님이랑은 보기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보니 감정적 증폭 보다는 캐릭터와 캐릭터로 대입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반에 배치된 인후와 강박사의 격돌 신도 흥미롭다. 김성철의 인후가 서범석의 강박사와 문종원의 강박사를 대할 때의 감정도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신은 종원이 형이랑 하면 속상해요. 이 사람이 나를 이해하는 것 같은데 제 말을 안들어 주니까 ‘알면서 왜그래요’하는 느낌이에요. 범석 선배님께는 막 항의를 하죠. ‘나 이런 사람이에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라고. 그래도 둘 다 원망스러워요. 분노 보다는 속상함이나 울분 같아요.”


◇혼자 영화를 찍던 첫 무대 “승우 형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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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스터마우스’ 인후 역의 김성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할 때) 저는 제 걸 많이 쓰는 편이에요. 주변에서 얻어진 것도 제 거니까…그래서 평소에 많이 느끼고 듣고 보려고 노력해요. 언젠가 쓸 때를 대비에 심장에 담아두죠.”

인후에서 꺼낸 건 행복과 혼란 그리고 슬픔이다. 성적부진으로 체대 입시를 준비하다 연기로 전공을 바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했을 때, ‘사춘기’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미스터마우스’에 홍광호와 더블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각종 오디션을 준비할 때 “캬~” 혹은 “으아~”했던 순간들의 감정은 인후의 행복했던 순간들 대부분에 흘러들었다.

아이큐 68에서 180으로 똑똑해진 인후가 겪는 혼란의 시작점 역시 ‘연기를 잘 하고 있는 건지, 잘 살고 있는 건지’ 고민하면서 느꼈던 김성철의 혼란이었다.

“슬픔은 그냥 엄청 잘 느껴요.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대성통곡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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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로 김성철에게 깨달음을 준 조승우.(사진제공=CJ E&M)

 

김성철은 데뷔작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혼자 영화를 찍었다”고 회상했다. 연극이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연기는 같다고 믿었던 그를 일깨운 건 ‘베르테르’ ‘스위니토드’에서 연달아 함께 했던 배우 조승우였다.

“뮤지컬에서도 똑같이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조)승우 형을 보면서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스크린에서의 승우 형과 무대에서의 승우 형은 전혀 다르거든요. 뮤지컬, 연극, 영화, 드라마 등의 연기는 톤이나 호흡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뮤지컬에는 뮤지컬에 맞는 에너지의 연기가 필요합니다.”


◇좋은 사람, 캐릭터로 뇌리에 박히는 배우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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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스터마우스’ 인후 역의 김성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어마무시하죠.”

최근 공연계에서 주목받는 이들을 얘기하면서 한예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작사의 캐스팅 회의에서도 한예종 출신 배우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오래 전부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강필석, 최재웅, 김재범을 비롯해 ‘유도소년’의 박정복·이현욱,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최연우·이상이, ‘그날들’의 송상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성철·이창엽·양세종·이휘종 등이 한예종 출신이다.

“(이)상이, (이) 휘종이는 동기고 (이)창엽이는 두 학번 후배예요. 다들 잘 되서 너무 좋아요. 타고난 배우들은 별로 많지 않아요. 뮤지컬 전형도 이제 막 생겼기 때문에 노래를 잘하는 배우도 별로 없어요. 열심히 노력하는 거죠.”

끊임없이 노력과 최선을 강조하는 김성철은 ‘좋은 사람’ 그리고 캐릭터로 관객의 뇌리에 박히는 ‘신뢰할 수 있는 배우’를 꿈꾼다.

“사람으로서는 힘든 일이 있으면 얘기를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런 사람들이 저에겐 많거든요. 배우로서 저 자체로는 내세울 게 없어요. 캐릭터를 매력 있게 만드는 게 사명이죠. 지금은 인후를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에요. 언젠가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를 시켜주신다면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무색무취’라는 단어를 제가 없애겠습니다.”

또다시 ‘ㅂ니다’로 결연하게(?) 각오를 다지는 배우 김성철의 미래가 만나기 전보다 더 기대되기 시작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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