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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5월, 알파고의 화려한 귀환 … 바둑과 인공지능 '세기의 대결'

입력 2017-04-20 07:00 | 신문게재 2017-04-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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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꺾고 승리한 지 1년여 만에 알파고가 다시 돌아온다. 알파고는 오는 5월 중국 우전에서 커제9단과의 대국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제공=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지 약 1년, 알파고가 돌아와 커제 9단과의 대국을 펼치는 등 바둑과 인공지능의 잔치가 열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중국바둑협회 및 중국 정부와 함께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을 오는 5월 23일부터 5일 간 중국 우전에서 개최한다. 행사에는 중국의 바둑기사들과 함께 구글 및 중국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바둑의 고향 중국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알파고와 바둑기사 커제 9단의 일대일 대국이다. 5월 23일, 25일, 27일 총 3회로 진행되는 대국에서 커제 9단은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할 예정이다. 또한 작년과 달리 올해 행사에는 복식전과 단체전이 추가됐다. 복식전에서는 인간 바둑기사 1명과 알파고 플레이어 1명이 한 팀이 돼 상대방과 대국을 펼친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가며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함께 배운다’는 컨셉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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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맨 오른쪽)이 녜웨이핑 9단(오른쪽에서 세 번째), 판 후이 2단(오른쪽에서 두 번째], 구리 9단(맨 왼쪽)과 함께 작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초반의 수를 재현하고 있다. (사진=구글 블로그)

 


단체전에서는 중국 프로 바둑기사 5명으로 이뤄진 팀이 알파고를 상대로 대국을 진행한다. 이들은 팀으로 함께 바둑을 두며 알파고의 창의력을 테스트하고, 알파고가 여러 사람의 각기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피게 된다.

구글은 “지난해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바둑이 쇠락의 길을 걸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알파고의 승리는 오히려 인간 바둑기사들이 강력하고 창의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며 “프로 및 아마추어 기사들이 알파고의 전략적인 수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바둑의 새로운 지식과 전략을 배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둑 대결과 함께 5월 24일에는 ‘인공지능(AI)의 미래’ 포럼이 열린다. 중국의 저명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초청해 알파고가 어떻게 바둑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창조했는지 알아보고, 이를 가능하게 한 기술, 머신러닝(기계학습),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닥친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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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중국에서 알파고와 바둑기사의 두 번째 대국이 펼쳐진다. (사진=유튜브화면)

 

 

알파고에 사용된 머신러닝 방식은 이미 에너지 절약, 의료 진단과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머신러닝은 여러 구글 제품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구글 포토에서는 ‘눈 오는 날 찍은 강아지의 사진’을 검색해 바로 찾을 수 있고, 최근 인공신경망 번역 기술이 도입된 구글 번역은 지난 10년 간 있었던 품질 개선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개선을 한 번에 이뤘다.

구글은 “곧 있을 바둑 경기와 포럼에서 어떠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바둑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떠한 도움을 줄지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AI)과 바둑의 역사

바둑은 2500여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게임이다. 공자도 바둑에 대해 글을 쓴 바 있으며, 바둑은 미학적 가치를 인정 받아 진정한 중국 학자라면 갖춰야 할 사예(四藝)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전 세계 4000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는 바둑의 경기 규칙은 간단하다. 바둑 기사들은 바둑판 위 흰돌, 혹은 검은돌을 번갈아 놓으며 상대편의 돌을 들어내거나 빈 공간을 둘러싸서 ‘집’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바둑돌을 놓는 위치에 있어서는 10의 170제곱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이는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으며, 체스와 비교할 때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많은 것이다.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이들은 바둑을 매력적인 도전 과제로 여겨 왔다.

딥마인드는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는 바둑에서 사람과 해결 능력이 비슷한 알고리즘을 구성하기 위해 ‘알파고’(AlphaGo)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고급 트리 탐색과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결합한 것이다. 이 신경망은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와 같은 연결고리를 포함하는 12개의 층을 통해 바둑판을 분석하며, ‘정책망’(policy network)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신경망이 다음 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한다. ‘가치망’(value network)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신경망은 승자를 예측하게 된다.

딥마인드는 전문가가 플레이하는 게임으로부터 3000만 개의 움직임에 대해 신경망을 훈련시켰으며 57%의 확률로 사람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알파고는 자체 신경망 간에 수천만 회의 바둑을 두고, 강화 학습이라는 시행착오 프로세스를 사용해 연결고리를 조정함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했다.

그 후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실제 대국에 투입하여 테스트를 시행했다. 먼저 인공지능 연구의 선봉에 있는 바둑 프로그램들과 알파고 사이의 토너먼트를 진행했으며 알파고는 총 500회 대국 중 단 한 번을 제외한 모든 대국에서 승리했다. 또한 천재 바둑 기사 판 후이(Fan Hui)를 딥마인드 런던 본사로 초청해 알파고와 대국을 진행한 결과 알파고는 5회 모두 승리를 거뒀으며,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프로 바둑 기사를 최초로 이긴 순간이었다

이어 지난해 3월 진행된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5회 대국 중 4회에서 승리를 거두며 이슈가 됐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터에 따르면 2회 대국에서 알파고가 과감하게 둔 37번째 수는 인간 바둑 기사가 둘 수 있는 확률이 1만 분의 1이었다. 이세돌 9단은 4회 대국에서 역시 인간의 경우 1만 분의 1의 확률로 둘 수 있는 78번째 수를 비롯해 획기적인 수를 여럿 선보였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구글은 “알파고의 성과가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알파고가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 아니라 일반적인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해 스스로 바둑에서 이기는 법을 파악했다는 것”이라며 “바둑뿐 아니라 기후 모델링, 복합성 질환 분석 등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이러한 기술들이 쓰이기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린 기자 l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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