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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근육 두꺼운 ‘비후성심근증’ 축구·농구 등 경쟁운동 금물

입력 2017-07-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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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화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젊은 운동선수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6월 5일 중국 축구리그에서 활약하던 아프리카 출신 선수인 31세의 셰이크 티오테가 훈련 중 급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2003년 카메룬 출신의 유명 축구선수 마크 비비앙 푀가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 경기 도중 쓰러져 사망한 사건은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신영록 선수가 경기종료를 앞두고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혼수상태로 50일 만에 깨어났고,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소속 임수혁 선수는 2000년 경기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로 있다 2010년 결국 사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운동선수로서 20~30대의 젊고 건강한 나이에 운동 중 갑작스레 사망했으며, 심장질환이 사인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다. 이중 ‘비후성심근증’은 젊은 운동선수들의 가장 주된 사망원인중 하나인 것으로 전문의들은 분석하고 있다.


‘비후성심근증’은 선천적으로 심장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 심장기능을 방해하는 병으로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두꺼워진 근육으로 막혀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해 호흡곤란, 가슴통증, 어지러움, 실신을 겪게 되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 중 일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남들보다 운동을 잘해 운동선수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는 농구, 축구, 달리기경주 등 경쟁운동 경기 중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홍준화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젊은 사람이 운동 중 돌연사하는 것은 많은 경우 심장 이상이 그 원인인데, 비후성심근증, 관상동맥의 선천성 기형, 부정맥 등이 대표적”이라며 “특히 좌심실 근육이 정상보다 두꺼워지는 선천적인 질환인 ‘비후성심근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격렬한 경쟁운동을 할 경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후성심근증 환자는 상호경쟁을 유발해 운동 강도가 지나치게 올라갈 수 있는 축구, 농구와 같은 종류의 운동이나 급격히 높은 강도의 심박출량이 요구되는 단거리 달리기, 지속적으로 심박출량이 요구되는 장거리 달리기 등의 운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홍 교수는 “일반인들은 심장의 근육이 두꺼워지면 ‘강심장’이 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심장은 1분에 60∼80번씩 펌프질을 해서 온몸으로 피를 뿜어 보내는 역동적인 장기로, 심장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좁아지게 되고 심장은 필요한 혈액을 좁은 구멍으로 보내기 위해 더 강하게 수축하려 한다”며 “이 때 승모판막과의 상호작용으로 혈액의 출구는 더욱 좁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해 호흡곤란, 흉통,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적당한 운동이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려 국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데 이 연구가 마치 운동이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치료에 도움된다고 해석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운동이 비후성심근증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으며 해당 논문은 중간강도의 적당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운동능력이 경미하게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후성심근증은 환자마다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게 좋을지는 환자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직계 가족 중 돌연사 사례가 있거나, 비후성심근병증을 앓은 환자가 있다면 미리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운동 중이나 운동 직후에 흉통이나 어지럼증, 맥박 이상이 느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전문의 처방에 따라 우선 베타차단제나 항부정맥제 등 적절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두꺼워진 심장근육으로 인해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는 ‘혈액 유출로’가 폐쇄된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적 방법으로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심근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심근절제수술은 가슴 앞쪽 한 뼘 이하의 작은 절개를 통해 대동맥 판막 아래쪽의 근육을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평균 일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고 2~3주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은 물론 부정맥, 급사의 위험을 줄여 장기생존율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며 수술 성공률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홍 교수는 “증상이 경미하면 수술 없이 약물만으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며 “단 증상이 심할 경우 삶의 질이 떨어지고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기관에서 수술 여부를 상의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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