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기자수첩] 얼굴 읽는 아이폰X, 구글의 모토를 보라

입력 2017-09-14 11:10 | 신문게재 2017-09-15 3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web_120-150
김수환 국제부 기자

“거짓말하면 내가 다 알아요.” (AI 에이바)

영화 ‘엑스마키나’에서 세계 최대 검색엔진업체 블루북은 전 세계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사용자의 다양한 얼굴표정을 수집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에이바를 만든다. AI는 자신을 평가하는 인간을 꿰뚫어보며 역으로 인간을 테스트하는 경지에 도달한다.

사용자의 얼굴에서 3만 개 이상의 특징점을 추출해 얼굴을 인식하는 아이폰X의 페이스ID를 보며 미래의 AI 에이바를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아이폰X의 탁월한 얼굴인식 기술을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이런 우려를 떨치기가 어렵다.

불혹의 나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얼굴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패스워드와는 달리 쉽게 변경할 수도 없다.

이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의 얼굴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표정을 읽고, 개인의 성격과 특징까지 속속들이 파악한다면 이를 전례 없는 ‘빅브라더’의 탄생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러한 기술이 온라인 채팅방까지 재갈을 물리는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

사용자가 주고받는 메일의 내용에서 성향을 파악해 광고 등에 활용해온 기술력이라면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더욱 우려된다. 경쟁사가 돈을 버는 데만 몰두하는 사이에 자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는 영화 속 AI 개발자이자 검색업체 회장의 말에서 과거 구글의 “사악해지지 말자”는 모토가 떠오른다. 

 

이 모토는 알파벳 지주회사 체제에서 “옳은 일을 하라”는 더욱 적극적인 뉘앙스로 바뀌었다. 기술이 강력해지는 만큼,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는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수환 국제부 기자 ksh@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