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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반갑다! ‘ 꾿빠이 , 이상', 나를 직면하는 솔직함 그리고 서울예술단!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김연수 소설 '꾿빠이, 이상' 원작, 오세혁 각색, 오루피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예효승 안무가
이상의 몸, 지성, 감각 역에 최정수, 김용한, 김호영, 고석진, 이기완, 박혜정, 김성연, 이혜수 등
오감도, 이런 시 등 읊으며 나를 직면하게 하는 솔직함과 위로 전해

입력 2017-09-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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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

 

“당신이 정말 당신입니까?”

원작소설이 있음에도 감히 예상조차 어려웠던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30일까지 CKL스테이지)은 입장부터 첫 장면 그리고 극이 던지는 메시지까지 가히 충격적이다.

알려진 것이라곤 김연수의 동명소설을 ‘라흐마니노프’ ‘보도지침’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오세혁 작·연출이 각색했고 ‘록키호러쇼’ ‘마마돈크라이’의 오루피나 연출·김성수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했으며 신체·지성·감각을 상징하는 최정수·김용한·김호영 세명의 이상(李箱)이 등장한다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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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
입장 전 나눠주는 마스크를 쓰고 장례의식처럼 “이제 나는 간다”를 외치는 배우에 등 떠밀려 어영부영 공연장에 들어서면 충격적인 제의식이 치러진다. 동경제국대학 응급실로 실려간 시인 이상은 이미 관 속에 있다.



관을 둘러싼 김기림, 김환기, 서혁민, 피터주, 권순옥, 조우식, 길진섭, 최승희, 김유정, 박태원 등의 예술가들, 연인 금홍, 전처 변동림, 여동생 옥희 등 열 세명의 지인들이 이상을 기리고 김해경을 논한다. 

 

그런 가운데 관에서 일어서는 이상의 몸, 지성 그리고 감각.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우며 기묘한 비주얼과 음악에 ‘이게 뭔가’ 싶은 지경에 이른다.

기묘한 장례식 후 자리를 잡고 앉아서도 객석 아래·위, 앞뒤에서 시종일관 제 할 일을 하는 이들, 심지어 그들은 관객들을 헤치고 무대 아래 위를 오르내린다. 

 

어디서도 그들을 아예 보지 않을 수 없고 어디서도 그들 모두를 볼 수 없다. 도무지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고 부산스러운 극은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 보다는 ‘오감도’ ‘이런 시(詩)’ 등 이상의 시와 전통에 발을 디딘 서울예술단 특유의 춤사위, 독창적이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음악으로 신세계를 꾸렸다.

이상의 신체 최정수, 지성 김용한, 감각 김호영은 같은 시 구절을 반복적으로 읊어대지만 전혀 다른 뉘앙스로 관객들을 다시 한번 혼란에 빠뜨린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부산스러운 중에도 이상의 시와 리듬에 젖어들고 음악에 호흡을 맞추게 되는, 이상의 시만큼이나 난해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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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

 

그렇게 서울예술단이 돌아왔다. ‘꾿빠이, 이상’은 참으로 ‘서울예술단’다운 공연이다. ‘신과함께-저승편’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이른 봄 늦은 겨울’ 등 일군의 마니아를 거느린 창작가무극을 선보이는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은 전통예술이다. 춤사위, 소리, 선율, 의상 등 우리 전통 요소들로 꾸린 작품들은 그래서 뮤지컬이 아닌 창작가무극이다.

객원 배우들이 전면에 나서도 무대를 꽉 채우는 서울예술단원들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춤사위가 눈길을 사로잡으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곤 했다. 반면 굳이 없어도 되는 장면이 지나치게 긴 시간 동안 아름답게도 표현돼 맥락을 끊거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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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새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은 그런 아쉬움을 특장점으로 부각시켜 반가운 마음이 들게 한다. “배우, 스태프들의 역량이 무대 위에서 동등하게 발휘되면 좋겠다”던 오세혁 작가의 각색 의도는 주효했다.

없는 역할을 만들고 장면을 끼워넣기 보다는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을 한껏 살렸고 장면들은 춤, 노래, 대사, 조명, 음악 중 가장 적절한 표현요소들이 적용됐다. 세 명의 이상 뿐 아니라 13명의 단원들, 더불어 관객들까지 누구 하나 허투루 존재하는 이들이 없다.

이상의 신체를 담당한 최정수의 절도 넘치면서도 유려한 춤사위는 오랜만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상의 지성인 김용한 역시 침착하게 시를 읊고 내레이션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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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

김성수 음악감독이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던 금홍 박혜정과 이상의 몸 최정수가 춤을 추는 신은 그 소망과 열망이 고스란히 감지될 정도로 훌륭하다.

“이상도 김해경도 아닌 얼굴로…수많은 내 얼굴들이 각기 다른 춤을 추며 나에게 다가온다. 모르면 모를수록 점점더 유쾌해진다.”

“나는 누구길래 왜 이렇게 수많은 내가 있어”라는 혼란으로 시작한 ‘꾿빠이, 이상’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다. 제비다방, 춤, 양갱, 시와 문학회 등을 떠올리게 하는 이상이나 김해경이 아니어도 좋다. 

 

“세상이 하나의 얼굴을 강요한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 중이다.”

 

어떤 누구도, 심지어 스스로도 나를 정의내릴 수는 없다. 13인의 예술가이자 지인들이 기억하는 이상은 춤을 추고 싶을 때 춤을 추고 복잡함과 모호함으로 뒤얽혔던 사람이었다. 

 

또는 그들이 외치듯 거울이고 청년정신이며 나무이자 아방가르드다. 거대한 흐름이고 퍼붓는 소나기 사이로 직진하는 우산이기도 하며 바닥과 천정 사이의 허공이기도 하다. 


이들 중 정답도 오답도 없다. 사회의 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 스스로의 생각 등에 얽매인 강박이 있을 뿐이다.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 이상을 논하고 추억하는가 하면 장례식에 참석한 손님이 되기도 했던 관객들 역시 결국 “왜 이렇게 많은 내가 있어”를 외치게 된다.

‘꾿빠이, 이상’에 대한 평 역시 극과 극으로 엇갈릴 게 분명하다. 반복적으로 읊고 기이하게도 리듬을 타는 이상의 시만큼이나 난해하고 나를 직면하게 하는 극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르면 모를수록 점점더 유쾌해진다”던 극 중 이상처럼 지극히 ‘이상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꾿빠이, 이상’이 ‘이런 시’의 마지막 구절에 빗대 위로를 전한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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