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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생체인식 대세, 이대로 괜찮은가

입력 2017-10-09 15:52 | 신문게재 2017-10-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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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애플에서 새로 출시한 아이폰 X에 3차원 안면인식 기술이 채택된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다. 바야흐로 기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우리 몸의 일부, 다른 부위도 아닌 자신의 명함 급에 해당하는 얼굴을 들이대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펼쳐진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이미 작금의 일은 아니다. 생체 인식에 대한 관심은 이미 스마트폰 고도화와 더불어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우리는 기계를 의인화하는 일에 제법 너그러운 편이다. 특히 기계가 컴퓨터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알파고를 의인화했던 경험을 상기해본다면 부인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대국 제4국에서 기계가 79수를 실수했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기계는 실수라는 것을 모르는 그야말로 기계일 따름이다. 그 수는 엄연히 실수가 아니었다. 기계는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 수한 최종 결과대로 둔 것 뿐이었다. 이렇듯 기계를 무의식적으로 의인화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주종관계가 바뀔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기계가 인간 얼굴을 구별 혹은 선별하는 시대가 되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특히 미국과 영국 공항에서 입국심사시 사진 촬영과정을 거치는데 그냥 일반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입국자 홍채 정보 저장 작업이라는 점을 아는 이는 적다. 홍채 정보 확보 수준에서 촬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 신체 일부가 다른 나라의 공안 당국 컴퓨터 서버에 영구 기록된다는 점을 알면 불쾌감을 갖지 않는 이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 기기 사용 목적으로 홍채가 동원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신기하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생체가 원천적으로 변경불가능한 속성을 갖는다는 점이 더 문제시되는 부분이다.

변경불가성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극대로 활용하는 주체는 다름아닌 해커 조직이다. 주민번호가 고정불변성으로 인해 문제시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다. 별 것 아닌 일 같아도, 번호 하나를 중심으로 각종 개인정보들의 관계를 퍼즐처럼 재구성해 볼 수 있는 ‘마스터 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위험한 일이다. 개인식별 수단을 다변화하면 해커는 그 순간 무력해진다. 지금이라도 주민번호를 전화번호나 신용카드처럼 바꿀 수 있게 허용만 해준다면, 그 날로 해커는 대한민국 땅을 떠날 거라는 이야기가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닌 것이다.

생채인식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는 머지않아 ‘21세기 디지털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생체정보를 아무 데나 흘리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그러므로 개인식별 방법을 다변화하지 않는 한 해킹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

패스워드를 사용하는 최대 장점은 자유자재 변경가능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워드가 해커들에게 가지고 놀기 쉬운 장난감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주로 고객들 자신이 패스워드 변경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거기에 덧붙여 서버관리자들의 패스워드 유출까지도 큰 몫을 했다. 생체인식 방법의 또 다른 종류가 불현듯 등장하기 전에 패스워드의 장점을 살려 나갈 묘안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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