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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없는 갑상선암수술 ‘테크니션’

박경식 건국대병원 갑상선센터 교수 … ‘과잉진료’ 표현 부적절, 치료 미루다 임파선 전이·합병증

입력 2017-10-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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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식 건국대병원 갑상선암센터 교수는 갑상선암 과잉진료 논란에 대해 “무분별한 수술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지 진단이나 치료 자체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갑상선암에서 과잉진료란 표현은 적절치 않습니다. 무분별한 수술을 경계하라는 뜻이지 진단이나 치료 자체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다간 작은 암세포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착한 암’이라고 오판해 갑상선암을 무조건 가볍게 여기고 치료를 미루다간 차후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몇 년째 이어진 과잉진료 논란의 여파로 최근 5년간 국내 갑상선암 수술 환자는 2012년 4만1306명에서 2016년 2만3832명으로 42.3%나 감소했다.
과잉진료 여부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갑상선 전문의들은 갑상선암을 ‘아예 진단·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병’으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며 우려하고 있다.
 
박경식 건국대병원 갑상선센터 교수(외과)는 “갑상선암은 종양의 크기뿐만 아니라 발생 위치, 림프절 전이 여부, 환자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치료법과 예후가 급격히 달라지므로 적극적인 조기진료를 통해 다각적인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며 “갑상선 결절은 모양만 보고 양성인지 악성인지 진단하기 어려워 정밀검사나 수술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한 뒤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갑상선외과계에서 떠오르는 명의로 저위험군에 한해 갑상선 일부만 절제하는 엽절제술을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갑상선암의 표준치료법은 전절제술로 목 앞쪽을 절개한 뒤 갑상선암을 포함한 갑상선 양쪽을 모두 절제한다. 하지만 수술 후 목 앞쪽에 흉터가 남아 미용적으로 보기 좋지 않고 드문 확률로 성대마비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갑상선을 일부만 절제한다면 갑상선 기능을 보존하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박 교수는 “종양 크기가 1~2㎝ 내외이면서 갑상선 외 다른 조직에 침윤이 없고 경부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갑상선 반쪽만 제거하는 엽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과거엔 재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절제술을 권장했지만 최근 재발 저위험군에 한해 갑상선 기능 보존 및 합병증 감소를 목표로 엽절제술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양 크기가 작고 재발 위험이 적은 저위험군의 경우 엽절제술과 전절제술의 예후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엽절제술은 성대마비, 부갑상선 기능저하, 폐경 이후 비만 등 부작용이 덜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술엔 3D내시경을 활용한다. 이 장비는 꿀벌의 눈을 모방한 단일센서를 통해 수십만개의 시각정보를 입체화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현미경을 이용해 육안으로 몸 속을 보는 것 같은 거리감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어 수술 정확도를 높이고 수술 시간은 단축시킬 수 있다. 삽입하는 내시경렌즈의 크기도 줄어 수술 흉터가 5㎜에 불과하다. 기존 복강경장비의 절개창 크기인 12㎜보다 절반 가량 작은 수치다.
만약 피부가 켈로이드 체질이거나 미용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겨드랑이 혹은 가슴 부위에 최소절개창을 내고 내시경을 삽입해 암조직을 제거한다.


갑상선은 목 한가운데서 앞으로 튀어나온 물렁뼈(갑상연골)의 아래쪽 기도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신체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생산 및 저장했다가 필요한 기관에 보낸다. 갑상선호르몬은 체온을 유지하며, 신생아의 뇌와 뼈 성장·발달에 도움을 준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점차 쉰 목소리, 부기, 통증,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고 목에 혹이 만져지는 게 특징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방사선 다량 노출, 유전적 요인, 비만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보통 암보다 자라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당장 괜찮아보여도 10~30년 뒤 노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므로 조기진단 및 치료가 더 중요하다.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갑상선 유두암은 생존율이 90~98%로 높지만 1% 미만의 비율로 나타나는 미분화암(역형성암)은 림프절·원격 전이 속도가 빨라 진단 당시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평균 6개월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는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
 
박 교수는 “종양이 작으면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있는데 미세한 종양도 갑상선 피막을 뚫고 나가거나 임파선으로 전이될 수 있어 무조건 악성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며 “조기에 진단된 암을 키워 나중에 수술하면 오히려 수술 범위가 넓어지거나 합병증이 늘어나고, 방사선 동위원소치료 등 추가치료가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했다.
 
대한갑상선학회는 초음파검사 상 5㎜ 이상, 1㎝ 이하의 결절은 바로 수술할 필요 없이 세침흡인검사를 실시하거나 추적관찰에 들어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직검사 및 세침흡인검사에서 악성이 의심되거나 확진되면 수술로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최근엔 로봇수술이 갑상선암수술에 도입돼 흉터와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하고 있다. 박 교수는 “오는 11월부터 최신 기종의 로봇시스템을 활용해 내시경 갑상선절제술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양측 겨드랑이와 유륜부에 직경 1㎝ 내외의 작은 절개창을 4개만 내어 밖으로 보이는 흉터 없이 암을 깨끗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술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갑상선 분야 연구에 매진해 2013년 ‘갑상선암 환자의 맞춤형 약물요법’ 연구로 대한외과학회 유유연구학술상, 갑상선절제술 후 유착방지제 사용 효과 및 안정성 연구로 두산연강학술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해외연수를 통해 암치료 술기를 연마하고, 의료진간 팀워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년간 미국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 앤아버캠퍼스에서 기초실험을 임상에 적용하는 중개암치료 및 암백신 관련 연수를 마쳤다.


박 교수는 “미국 의료기관에서 느낀 것은 친절함과 긍정적 개인주의”라며 “현지 의사들은 칭찬을 통해 원할한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우수한 개인의 역량을 결집해 최고의 성과를 도출하는 데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다소 경직된 국내 의료계 문화를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치료술기나 연구역량을 향상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의학 서적들을 읽으며 외과 전문의의 꿈을 키웠다. 의대생 시절 직설적인 성격 탓에 내과 선배들이 ‘어떤 진료과 선택할거야’라고 물으면 바로 ‘외과’라고 대답해 선배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향후 갑상선 전문가로서 치료율 향상을 위해 환자별 갑상선암 특성을 명확히 구별하는 암유전체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과거 목이나 머리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았거나 갑상선종 또는 양성결절 등이 발견된 환자는 갑상선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며 “다시마·미역·김 등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 양배추·브로콜리·무 등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 및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갑상선암 예방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박경식(朴京植) 건국대병원 갑상선센터 교수 프로필


1996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
2005년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 (의학석사)
2009년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 (의학박사)


2004년 외과 전문의 자격 취득
2004년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전임의
2005~2007년 국군청평병원 군의관 복무 및 외과 과장
2008년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전임의
2011년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학술 우수논문상
2012년 대한외과학회지 편집위원
2012년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지 편집위원
2012년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유유연구학술상 수상
2004년 ~ 현재 갑상선암수술, 내시경 이용 흉터없는 갑상선수술 2000례 이상 집도
2008년 ~ 현재 네이버 ‘외과 전문의’ 답변의사
대한외과학회 평생회원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평생회원
대한유방암학회 평생회원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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