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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2017 서울 프라이드영화제' 김승환 프로그래머 "韓최초 동성부부이자 영화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입력 2017-11-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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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라이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승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퀴어영화축제에서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 2일 개막한 2017 서울프라이드영화제(이하 SPFF, 11월 2~8일)가 올해로 7회를 맞았다. 지난 2015년 LGBT 영화제에서 이름을 바꾼 지 2년차. 국제 영화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본 요건인 전세계 30개국 70편(장편) 영화를 상영할 정도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세계적인 기업의 후원과 더불어 인건비를 제외한 예산만 1억원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영화축제로는 가장 큰 큐모의 행사다.

영화제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영화제 안팎에서 뛰어온 김승환 프로그래머(32)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합쳐서 부르는 ‘LGBT영화제’일 때는 대기업 LG 관련 행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단순히 성적 스펙트럼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퀴어 영화제를 추구하며 ‘프라이드’란 단어를 쓰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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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라이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승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제는 성소수자들을 차별적인 시선으로 대하는 대신 무성애자(Asexual), 남녀한 몸(Intersex), 아직 자신의 성정체성, 성적 지향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Questioner)과 이성애자들까지를 평등한 인간으로 아우르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

김 프로그래머는 김조광수 감독과 한국 최초의 동성결혼식을 올린 부부로도 유명하다. 19살 차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지난 2013년 9월 공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이란 이름으로 개봉되기도 했다.

 

모든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로는 당연해야 할 혼인신고서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매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현재도 국회에서 입법 절차 중이다.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대만이어서 아쉬움이 커요. 성적 지향에 기반을 둔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법적으로 공론화한 거니까요. 그래도 올해 대통령 후보자들이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는것만으로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부부가 영화라는 한 우물을 파는 고충을 묻자 장점부터 나열한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직장 상사이자 흠잡을 데 없는 영화계 선배”라면서 “연애할 때는 맛집도 많이 알고 있어서 데이트하기 좋았다. 부부로서도 집안일을 잘하고 일적으로는 엄하지만 나쁜말을 하지 않는 타입이다. 배울게 정말 많다”며 미소지었다.

올해 영화제의 장점에 대해 묻자 ‘다양한 작품의 향연’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인생 동반자인 김조광수 감독이 직접 세운 영화사인 청년 필름을 통해 쌓아온 인적 네트워킹을 디딤돌 삼아 퀴어 영화를 전문적으로 수입한 레인보우 팩토리의 대표이기도 한 김 프로그래머가 전세계 영화제와 해외 마켓을 발로 뛴 결과물이기도 하다.
 

서울프라이드영화제 공식포스터
2017 서울프라이드영화제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영화제사무국)

“초기에는 영화제라기보다는 상영회에 가까웠죠.(웃음) 초기에는 해외마켓에서 판권은 주지만 영화제 크레딧은 주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포기하지 않고 영화제와 인연이 닿는 영화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했고 지불도 확실하게 했어요. 지금은 베를린 경쟁부문에 상영한 영화까지 가져올 정도로 인정받고 있답니다.“   

 

올해 개막작은 칸 국제영화제 3개 부문(심사위원 대상·퀴어종려부문·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로빈 캄필로 감독의 ‘120 BPM’이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한 시네필로 CGV명동 라이브러리 로비가 가득 찰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영화제 상영작 수준이 높아지면서 특색있는 화합의 장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김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과 거리감’이다. 뭐든지 객관화하고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한창 자리잡고 있는 영화제에서 ‘이별’을 논하는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다행히 빠른 성장을 하고 있지만 각 팀별로 인력이 확보되면 언제든지 떠날 생각이에요. 품안의 자식을 더 잘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랄까요. 부산이나 전주국제영화제 아니면 상영 기회가 없지만 감독이나 제작사들도 모르는 루트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우리가 가진 자산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다면 언제나 열린 영화제로 자리잡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올해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의 후원사는 부산국제영화제도 못 따라갈 정도로 쟁쟁하다. 구글코리아, 골드만삭스, 허프포스트코리아, 씨네21, LUSH, 키노빈스, 레진코믹스, 아이샵, 더부스, 민음사, 하이트 진로, 크롬바커, 페덱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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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라이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승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는 “정치행사가 아닌 문화적인 행사라 좋게 봐주신 것 같다.이제 영화제 이름에 걸맞게 프라이드 한대만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눙치면서도 “모든 기업들을 뚫기까지 3년에서 많게는 5년이 걸렸다. 처음 거절은 당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대신 영화제를 놀러오시라고 했다. 영화제를 보시고 생각이 바뀌더라. 꾸준히 제안하고 노력하는 것을 보여드렸을 뿐인데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겸손해 했다. 

 

“퀴어영화들은 대체적으로 시대상을 반영하기로 유명해요. 이성애자 감독들조차 현재 상황을 담은 영화를 찍잖아요. 과거 할리우드 고전에서 사이코나 괴물로 그려진 성적 소수자들이 최근에는 화합의 아이콘이나 가족의 일원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넓은 의미로는 영화제 답게 각 나라의 색깔을 담은 영화들을 많이 상영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2000년대에 나온 프랑스 장편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요.  퀴어영화제 대한 올바른 시선을 담은 수작들과 더불어 세계 영화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서울프라이드 영화제로 놀러오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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