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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로마서8:37' 신연식 감독 "쌍욕먹거나 대박 흥행하거나"

[人더컬처]

입력 2017-11-15 07:00 | 신문게재 2017-11-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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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 가장 후회가 없는 작품이 바로 이 영화 ‘로마서8:37’예요.”


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유명 영화의 연출부나 조감독이었던 적도 없고 유학파도 아니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그 어떤 분야보다도 출신성분을 따지는 영화계에서 어쩌면 신연식(41·사진) 감독은 이단아일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들은 시적이고 색다르며 그래서 아름답다.

특히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좋은배우’ ‘페어러브’ ‘러시안 소설’ ‘프랑스 영화처럼’ 등은 시네필(영화마니아)들의 필수무비로 꼽힌다. 14살부터 써온 글솜씨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동주’ 등의 각색과 각본으로 증명됐다. 수많은 제작자들이 그와의 작업을 꿈꾼다. 배우들이 가장 출연하고 싶은 감독으로 꼽히기도 하는 그는 직접 배우들을 발굴하고 가르치는 선생이기도 하다. 3대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신연식 감독의 최신작 ‘로마서 8:37’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로마서포스터
‘로마서8:37’ 포스터

“5년간 고민했어요. 농담이 아니라 이제 겨우 빚 갚고 먹고 살 만한데 지금 이 영화를 찍어야 하는걸까. 감당할 자신은 있는지 끊임없이 되물었거든요. 성경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모두 신앙적인 두려움이 있어요. 시작은 ‘우리의 죄는 하나님이 되려는 건데 과연 회개가 가능할까’였어요. 복음,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죄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죠.”


영화는 유명 목사와 그를 둘러싼 교회 관계자들의 비리 등 종교와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교회를 둘러싼 문제를 다룬 모태신앙 감독의 연출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로마서 8:37’은 사실적이고 담백하다.

신도를 추행하고 죄를 덮으려는 목사와 단체로서의 이기심 등은 소재로 등장할 뿐이다. 영화의 완성도는 영상미로 빛을 발한다. 영화의 러닝 타임은 134분, 종교영화로 생각하고 보기엔 꽤 긴 시간이다. 하지만 신 감독이 의도했던 ‘성경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영화’로 만들기 위한 색다른 연출법이 지루함을 거둔다.

“결과적으로 반응은 좋은데 스타일적으로는 위험한 시도였어요. 일정 에피소드가 소제목으로 구분되는 건데 전통적인 영화의 구성방법에 완전 위배되는 방식이거든요. 말로써 공간을 이동시키고 뒤로 갈수록 목소리로 이야기를 구분짓죠.” 

 

신언식감독인터뷰7
‘로마서8:37’의 신연식 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신연식 감독은 자신이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여러 시도들에 감사하면서도 그 안에 치열했던 경험들을 토로했다. 스스로 ‘업자’라고 표현할 만큼 서울시를 비롯한 각종 지방자치단체 관련 홍보 영상을 수도 없이 만들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쌓은 것들로 ‘기준없는 연출법’이 가능했단다.

“영화 감독으로서 겁이 없다는 점은 장점 같아요. 이 영화가 17회차로 마무리됐는데 그럼에도 부족함이 없었어요. 흥행이나 여러 상황들을 걱정하며 작품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영향을 미치게 되죠. 그런데 저는 그런 겁이 좀 없어요. 배우복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단점을 없애면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죠. 감독으로서 어떤 배우를 쓰느냐 보다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시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직업적인 감독으로서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야말로 기술적인 디렉션보다 선행되야 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 때문일까. 단 한번도 배우 캐스팅에 실패한 적이 없다. ‘페어러브’의 국민 배우 안성기도 4년을 기다릴 만큼 신 감독의 진심어린 태도와 인간에 대한 예의는 유명하다. 실제로 ‘러시안 소설’에 출연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흔쾌히 ‘로마서’에 출연할 정도다.

그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예수님을 모를 수 있어요. 오히려 교회 안에서 은혜는 그 자체가 특권”이라며 “과연 회개가 가능하냐는 물음에는 ‘근본적인 회개’는 불가능 하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비종교인도 볼 법한 영화라고요? 그런 평가가 감사하죠. 사실 저 스스로도 자신이 없어서 제목을 성경 구절에서 따온 게 아닌가, 너무 순수한 척 하는 건 아닌가 끊임없이 의심해요. 인생을 길게 보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기점으로 제 영화가 나뉠 거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으로 겪을 수 있는 시련들은 다 받아들일 겁니다. 기독교 신자가 많은 한국에서 ‘로마서’는 욕을 먹거나 감당 안 될 정도로 흥행이 잘 되거나 둘 중 하나일테니까요. 대신 차기작은 무조건 지독한 오락영화를 할 겁니다. 3편 정도?(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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