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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독이 성기능 향상? 무면허 봉침, 생명까지 위협

‘이독치병’ 원리, 무릎통증에 주로 시술 … 투입량 조절 실패시 포스포리파아제가 호흡곤란 유발

입력 2017-12-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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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자에게 봉침시술을 받아 체내에 벌독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쇼크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한 여성 목사가 성기능 향상에 좋다는 이유로 여러 남성의 성기에 봉침을 불법시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천사 목사와 정의 사제, 헌신인가 기만인가’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해 간음으로 신부직을 박탈당한 김모 전 신부와 그의 파트너로 알려진 목사 이모 씨의 파렴치한 행각을 폭로했다.


김 씨는 신부직 박탈이 부당하다며 교구를 고소했고, 이에 교구는 이례적으로 그의 면직 사유를 공개했다. 공개된 면직 사유는 천주교 사제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십계명 중 제 6계명인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 위반이었다. 이 면직 사유서에 등장한 추문의 주인공이 이모 씨(43·여)였다.


사유서에 18번이나 등장한 이 씨는 김 씨와 함께 장애인 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방송에도 수차례 출연해 ‘한국의 마더 테레사’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실상은 장애인·비장애인 할 것 없이 사랑을 빙자해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고, 입양한 것으로 알려진 아들은 남의 손에 길러지고 있었다.
게다가 ‘성기능 향상’이라는 명목 아래 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남성들에게 불법 봉침시술을 했다. 남성들은 부부관계에 좋다는 말을 믿고 별 의심없이 바지를 내렸다. 또 은밀히 시술받는 남성의 나체 사진을 찍어 돈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봉침(蜂針)은 정제한 벌독을 경혈에 주입해 인체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질병을 치료한다. 현대에 들어와 대체의학의 하나로 자리잡았는데 시작은 기원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문명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벌침과 벌꿀을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다. 또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는 벌독을 이용한 침술을 ‘신비의 의학’이라고 평가했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엔 벌꿀과 함께 인체에 이로운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벌독은 벌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산란관을 통해 독을 채취한 뒤 무균 환경에서 건조시켜 분말로 만든다. 한의사는 환자의 체질과 질병에 따라 적정 농도로 벌독 분말을 희석해 사용한다.
독성을 제거한 균이나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사해 저항력과 면역력을 키워주는 백신과 비슷한 원리다. 이처럼 독으로 병을 다스리는 방식을 한의학에선 ‘이독치병(以毒治病)’이라고 한다. 벌독과 함께 비상, 초오, 천오, 부자 등이 이독치병에 쓰이는 대표적인 약재다.


한의학계에 따르면 봉침요법은 강력한 항염증 작용으로 관절 주변의 염증세포 제거하고,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신경계 흥분작용을 통해 신경장애를 치료하고 혈액순환 및 호르몬 분비체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임상에선 주로 무릎 관절강에 봉침을 시침해 무릎통증을 개선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관절강에 직접 봉침을 놓는 것을 온경통락(溫經通絡)이라고 한다. 혈행을 원활하게 하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는 의미다.
관절강은 서로 마주하는 뼈와 뼈의 틈새로 관절낭에 의해 싸여 있다. 노화와 무리한 활동으로 관절강 주변 조직이 위축되거나 어혈, 습담 같은 노폐물이 쌓이면 관절이 부드러움을 잃게 된다. 점차 뼈에서 골극(뼈돌기)이 형성되고, 인대와 연골엔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관절 자체가 탄력을 잃고 얇아진다. 결국 관절의 완충작용이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연골이 파열될 수 있다.


한의사들은 신경통이나 관절염에 항생제 및 소염진통제 과다사용이 문제되는 현 시점에서 봉침요법은 유해성이 덜한 자연치유법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검증받지 않은 기관이나 개인에게 무분별하게 봉침시술을 받다간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벌독에 들어있는 ‘포스포리파아제(phospholipase)’ 성분은 호흡곤란 같은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시침 횟수를 조절하지 못해 벌독이 체내에 너무 많이 쌓이면 쇼크를 비롯한 각종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며 “봉침을 한 번 맞고 괜찮다고 해서 차후에 무조건 안전하다고 담보할 수는 없어 시술 전 한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4년 부산에선 당뇨병과 고혈압 등을 앓던 50대 여성이 종아리와 손 등 10여군데에 벌침을 맞은 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쇼크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봉독알르레기가 있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심하면 의식을 잃는 쇼크가 오고,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다. 보통 50만명에 한 명꼴로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돼 침을 맞기 전 한의원에서 봉독알레르기 테스트를 받아보는 게 좋다.
 
무면허 한방치료의 위생 상태도 문제다. 한방병원에서는 침이나 부황 치료를 할 때 1회용 의료기구를 사용한다. 한번 사용한 의료기구는 폐기해야 하지만 무면허시술은 사용한 침을 재사용할 수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편이다.


이 교수는 “독으로 독을 치료하는 시술은 투여량을 정확히 결정하는 게 중요한 만큼 전문가의 처방 아래 적절한 용량만 사용해야 안전하고 확실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심장병, 당뇨병, 뇌질환 환자 등은 전문가와 상담해 시술 가능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봉독치료 중이나 후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치료효과가 제대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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