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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박물관이 사회적기업", 경북과학대 겨레문화사업단

입력 2018-01-11 16:08 | 신문게재 2018-01-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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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문화사업단 직원 일동
경북과학대학교에 제1호 문화재형 사회적기업인 겨레문화사업단이 있다.사진제공=경북과학대학교

 

 

박물관을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는 대학이 있다.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경북과학대학교는 문화재형 사회적기업 1호로 지정된 겨레문화사업단을 설립했다. 대부분의 대학 소유 박물관이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꽁꽁 잠겨 있지만, 경북과학대 박물관은 지역 사회에 개방된 사회적기업으로 살아있다.

겨레문화사업단(단장 이영진, 문화재관리과 교수)은 2012년 설립돼, 2015년 7월에 예비 딱지를 떼고 정식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당시 사회적기업 조건이 모 법인을 둔 조직도 신청할 수 있었기에, 경북과학대 산학협력단은 정관을 개정해 독립조직으로서 사업단 신설 규정을 마련하고 ‘대학 박물관 최초의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겨레문화사업단의 뿌리는 1993년 신설된 문화재관리과로부터 시작된다. 이 학과는 유물 발굴과 보존처리, 복원 등을 수행하는 이색 학과로, 대부분의 교육이 실습으로 이뤄진다. 1997년에는 실습 교육 수행과 확보한 유물 등을 전시할 전용 공간으로 박물관을 신축했다.

타 대학에서는 보기 드문 이색 학과이다 보니 전국 180여 개의 문화재 발굴 전문기관들과 지역 대학 박물관들은 이곳으로 유물보존 처리를 의뢰해 왔다. 이러한 이색 학과의 특성을 인지한 당시 칠곡군수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 활용과 관광자원 개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학에 사회적기업 설립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칠곡군과 경북과학대, 발굴전문 기관인 한빛문화재연구단은 4억 5000만원의 초기 자본을 마련하고 겨레문화사업단을 띄운다.

회사는 현재 무보수로 대표직을 수행하는 이영진 교수와 지역의 경력단절 여성 등 6명이 정규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많을 때는 9명까지 고용했지만, 보존처리 사업이 축소돼 인원 감축이 불가피했다. 매출은 지난해 4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사업단의 수익 모델은 문화재 보존 처리와 문화재활용 교육사업이다. 겨레문화사업단의 문화재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은 경북지역에 소문이 나면서 자유학기제로 8000여 명,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으로 연간 1만 5000명에서 2만명의 초중학생들이 참여할 만큼 성황을 이룬다.

이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것은 2001년 대학 인근 폐교를 인수해 조성한 대학박물관 부설 전통문화체험학교 때문이다. 1600여점의 유물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이곳에서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활용이 최선의 보존방법’이라는 이영진 대표의 박물관 운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이제는 대학 박물관뿐 아니라 지역 문화재도 새로운 교육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겨레문화사업단은 구미시와 인동 장씨 문중의 요청으로 문중이 소유한 구미 옥계서원을 어린이 인성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5000평 규모의 대단지 서원은 현재 구미시 관내 초중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들의 교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사업단은 가족들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구미시, 칠곡군, 성주군과 함께하는 ‘얼쑤 문화재와 함께 놀아보세’ 프로그램이 그것으로, 칠곡에 있는 600년 전통의 매원전통마을에서 세시풍속 체험을, 구미시 일선리 문화재단지 마을의 용와종택에서 종가집 슬로우푸드 체험 여행이, 구미시 동락서원에서 선비체험 행사가, 성주군 성주향교에서 인성사람 캠프도 수시로 개최되고 있다. 특히, 4월부터 12월까지는 지역의 유명 문화재를 방문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체험하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도 대구 경북지역 초·중학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우리집 정체성 찾기, 한옥의 역사와 과학을 주제로 열리는 이 현장방문 교육은 구미시 일선리 문화재단지마을, 사육신 박팽년의 후손들이 거주하는 달성군의 묘골마을, 광주이씨 집성촌인 칠곡의 매원마을, 배산임수의 전형을 보여주는 성주의 한개마을 등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렇듯 박물관과 지역 문화재를 체험과 전시가 있는 문화상품으로 개발한 겨레문화사업단의 소식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까지 전해져 일본 박물관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영진 대표는 “박물관과 지역 문화재를 참여형 공간으로 개방해야 문화재도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학은 박물관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가진 곳이다. 대학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지속 가능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또 청년 취업난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는데 사회적경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동홍 기자 khw09092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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