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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최저임금과 후생총량증대법칙

입력 2018-01-25 10:36 | 신문게재 2018-01-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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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사회후생함수’는 사회 구성원 전체 후생 수준의 총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총량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에 대한 담론 가운데 대표적인 두 가지는 ‘평균 극대화’와 ‘최저 극대화’다.

평균 극대화는 사회 평균 소득을 높이되 조세 및 재정정책을 통해 고소득자에서 저소득자로 소득이전을 함으로써 최대 사회적 후생을 달성한다. 공리주의 개념이다. 1인당 GDP를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높이는 동시에 4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거둬 그 이하의 저소득자에게 소득보전을 해주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이론이다. 고소득자도, 저소득자도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다. 어차피 모든 사람의 소득은 4만달러로 회귀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아무도 일을 하지 않아 모든 사람의 소득은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최저 극대화는 최저 후생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다. 최저 소득자의 소득을 높여줄 때에만 사회후생은 한 단계 더 올라간다. 최저임금제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6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린다는 것은, 최저 소득자도 최소 시간당 1만 원 정도의 삶은 누릴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이 이론도 문제는 있다. 소득수준이 3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후퇴해도 최저소득만 6000원에서 1만 원으로 올라가면 사회적 후생은 증가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많은 기업과 자영업에 비용 부담을 주어 일자리를 없애고 경제를 오히려 후퇴시킬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소득 불균형을 치유하려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인가.

우리 가구의 분위별 소득을 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1분위 가구(전체가구 시장소득 기준 최하위계층)의 소득은 2008년 45만 4766원에서 서브 프라임 충격을 받은 2009년에는 43만 6141원으로 하락한다. 이후 2013년 52만 9750원까지 시장소득은 늘어난다. 문제는 2014년부터다.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지속했으나 1분위 시장소득은 2016년 46만 7887원까지 감소한다. 소득5분위 배율도 2008년 7.38배에서 2013년 7.59배로 정체되다가 2016년에는 9.32배까지 급격히 늘어났다. 소득 불평등도가 최소한 2013년 이후 2016년까지는 심하게 후퇴한 모습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소득 불평등도가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1만 원의 최저임금도 그렇게 과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먼저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인상 속도를 감내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너무 빠르면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실업 사태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장 충격을 받을 자영업자들이 비용 상승에 대응하는 방법은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고, 그 결과는 시급 알바의 실직이다. 따라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과 함께 관련업계의 고부가가치화 지원에 나서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노사정이 만나 일자리 축소 방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부작용을 막아내지 못하면 노·사·정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인상된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의 후생 총량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어야 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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