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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민감도 높은 소아청소년, 커피 사랑은 ‘독’

성인보다 신경과민·불면증 심하고 성장장애 … 커피우유 한팩, 권장량 초과

입력 2018-02-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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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등을 통해 매일 200㎎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청소년은 카페인중독 초기일 확률이 높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성인만의 기호식품으로 여겨졌다. 대다수 부모들이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 ‘키가 안 큰다’는 이유로 아이가 커피를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늘면서 카페에 담소를 나누거나 과외수업을 받는 청소년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커피우유, 커피아이스크림 등 커피 관련 식품군의 다양화로 소아들의 커피 섭취량도 증가세다.


소아청소년의 커피 섭취량이 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초중고교 등 모든 학교에서 커피를 포함한 고카페인 함유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7월부터 개정안이 시행된다.


현행법은 소아청소년의 올바른 식생활 정립을 위해 고열량·저영양 식품, 정서저해 식품, 고카페인 함유 식품 등의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반 커피음료는 성인음료로 분류돼 학교 내에서 커피자판기나 매점을 통해 판매돼 왔다.


커피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커피에는 1000여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고, 이들 물질은 각기 어떤 질병의 위험성을 낮추는 반면 다른 질병의 위험성을 높이는 양면성을 가진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피 섭취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에는 당뇨병, 일부 암, 파킨슨병 등이 포함된다.
반대로 고혈압(단기간 혈압상승), 철결핍성빈혈(철분흡수 방해) 등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밖에 과도한 커피 섭취는 칼슘 불균형, 역류성식도염, 가슴두근거림, 어지럼증, 메스꺼움, 불면증, 신경과민, 기억력 손실, 치아 변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판매되는 모든 커피에 암 발생 경고문을 붙이는 것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반면 하루 3잔 이하의 커피는 암 발생을 낮춘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도 보고돼 추가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소아청소년의 커피 섭취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의학계 중론이다. 원인은 커피 속 카페인이다. 성장기 아이는 성인보다 카페인 민감도가 훨씬 높고 카페인이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어린 시절 자주 들었던 ‘커피를 마시면 키가 안 큰다’는 말은 어느정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 카페인은 칼슘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고 소변을 통한 칼슘 배출을 촉진해 키 성장을 방해한다.


각성·흥분 효과로 인한 불면증과 수면시간 감소도 문제다. 박기형 교수는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 특히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집중적으로 분비되므로 불면증이 있는 아이는 제대로 키가 크기 어렵다”며 “잠들기 6시간 전에 카페인을 섭취하면 수면량이 평균 8분 줄고, 3시간 전에 섭취하면 평균 27분 감소한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면 시 카페인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오후 1~2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또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활성화해 메스꺼움을 유발하고, 이는 식욕저하와 편식으로 이어져 성장 발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소아의 카페인 섭취가 뇌 속 호르몬체계에 장애를 일으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카페인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량의 카페인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해 기억력, 집중력, 지구력 등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적당량만 섭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카페인은 금방 내성이 생긴다. 커피를 마신 기간이 길어질수록 하루에 한두 잔을 넘어 세 잔은 마셔야 뭔가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된다.


식약처 권고안에 따르면 카페인 1일 섭취량은 성인 400㎎ 이하, 임산부 300㎎ 이하, 소아청소년은 체중 1㎏당 2.5㎎ 이하다. 자판기 커피 한잔엔 평균 52.9㎎,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300㎖) 한 잔엔 평균 100~15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성인 기준 아메리카노를 하루 3잔, 커피믹스는 하루 5잔 이상 마시면 하루 적정 카페인 섭취량을 초과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어린이도 안심은 금물이다. 식약처가 2014년 커피와 코코아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1202개 제품의 성분 함량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든 커피음료류는 카페인이 1㎏당 449.1㎎으로 가장 많았고 가공유류가 277.5㎎, 에너지음료 등 음료류 239.6㎎, 코코아 가공품류 및 초콜릿류가 231.8㎎였다. 아이들이 자주 먹는 커피우유나 초콜릿 등에도 다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보통 초콜릿우유 2잔이면 커피 1잔에 든 카페인 함량을 뛰어넘는다. 몸무게 20㎏인 5세 아동의 경우 200㎖짜리 가공유류 한 팩만 마셔도 하루 카페인 섭취 권고량을 초과하게 된다.


박 교수는 “커피 등을 통해 매일 200㎎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청소년은 카페인중독 초기일 확률이 높다”며 “아이가 갑자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조울증 증상을 보인다면 카페인 과다 섭취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어린이도 커피·초코우유나 아이스크림 등 카페인 함유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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