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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도 스타트업 키워보실래요? 한국만 "No"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우리만 모르는 벤처투자 '기회의 땅'

입력 2018-05-28 07:00 | 신문게재 2018-05-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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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구글 출신의 한 인도인 지인이 인도에서 회사를 설립했는데, 초기 투자금으로 무려 300만 달러나 받았다는 소식을 필자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곤 “한번 더 투자를 받을 예정인데, 이번에는 500만~700만 달러 정도 받게 될 것 같다”고 자랑을 이어 나갔다. 어떤 사업 모델로 투자를 받았냐고 물었더니,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흔한 ‘대리기사 서비스’라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도에 진출하려던 콘텐츠 대기업 해외사업총괄 부사장 출신의 또 다른 지인은 재직시 발견한 인도의 가능성을 보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인도 현지 시장에 대한 사전 테스트까지 마치고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그동안 안면을 터왔던 국내 벤처 투자자 10여 곳의 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투자를 받는데 실패했다.

인도인 지인에게 어떻게 투자 받았냐고 물으니 “인도에 없는 처음 시도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해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성과를 물으니 “16% 씩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연 16% 성장이라면 그리 큰 성장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니, ‘월평균’ 16% 성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한국인 지인에게 투자를 받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40대인 창업자 나이, 주 수익 모델이 온라인 광고 기반이고, 인도에서 처음 소개되는 서비스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투자 거절 사유였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대략 1시간 정도 미팅을 하면, 인도를 아예 범죄와 부정부패가 판치고 경제 상황은 열악한 곳이기 때문에 투자지로서도 적절치 않다”, “인도에서 아직 이런 서비스가 소개되지 않은 것은 시장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등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은 조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 앱 다운로드 100만 건을 기록하면 다시 투자 심의를 해볼 수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씁쓸해 했다.

우연한 기회에 이 한국인 지인의 투자 상담을 했던 벤처 캐피탈 대표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투자 거절 사유에 대해 슬쩍 물으니 그는 본심을 이야기했다. 우선, 자신이 인도에 대해 전혀 모르고 투자 결정에 대해 크로스 체크해 줄 시장 전문가도 없고 한국에서는 도저히 통하지 않는 광고 수익 모델을 가져온 것 자체가 심사 탈락의 사유라는 것이었다. 

인도
인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육성하는 벤처기업의 3분의 1 이상은 1년 안에 외부 투자를 받는다..(사진=Microsoft India)

 

한국의 많은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에게 인도 온라인에서 중국 알리바바가 만든 ‘UC브라우저’의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고, 구글 ‘크롬’의 점유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는 5%의 점유율도 안된다는 사실과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구글 플레이’가 4년 전에는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었는데 현재는 30%도 안되고, ‘나인 앱스(9 Apps)’라는 앱스토어 시장점유율은 4년만에 3%에서 60%로 점유율이 뛰어 올랐다고 이야기 하면, “나인 앱스가 뭐죠?” 라는 전혀 예상 밖의 질문이 돌아온다.

뿐만 아니라 인도 IT관련 뉴스만 모아 놓는 개인 블로거도 월 광고 수익이 2만 달러(2100만원) 수준이고, 한국에서 절대 투자하지 않는 ‘뉴스 앱’도 인도에는 투자가 활발하다고 이야기 해주면 깜짝들 놀란다. 여기에 덧붙여 10년 이상 직장 경력을 가진 40대 전후 스타트업 성공 확률이 47%정도로 인도에서 가장 높다고 전해주면 할 말을 잃어버린다. 한국에서 투자 거절 사유로 들었던 이유가 인도에서는 오히려 아주 훌륭한 투자 조건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인도 스타트업 관련 펀드 규모는 현재 5000억 달러(534조 원)에 이른다. 거의 대부분 민간 자본이다. 반면 한국 스타트업 관련 펀드 규모는 10조원 정도로 인도의 5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정부로부터 나오는 자금이다.

정부 투자가 없으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기형적 모습은 ‘시장’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다. 정부가 투자에 나서면, 투자와 회수는 뒷전이고 ‘돈 풀기’만을 목적으로 해 시장이 외형만 커진 속 빈 강정이 된다.

더 심각한 것은 10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할 만큼 한국 스타트업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표만 놓고 보면 한국의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수는 2010년 2만개에서 2016년 3만 5000개로 커졌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우량 벤처나 스타트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국내 벤처 및 스타트업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9.7%로, 처음으로 일반 중소기업보다 뒤처졌다. 영업이익률도 4.4%로 2년째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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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사 보잉이 인도에 만든 스타트업 지원 센터에서 임직원들이 토론에 한창이다.(사진=Boeing India)

 

한국에서 시가총액이 1조원 수준인 ‘유니콘 기업’은 티몬과 옐로모바일 정도인데, 이마저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2018년에 무조건 투자돼야 하는 만기 펀드 재원과 새로 조성된 펀드 재원이 대략 5조원 수준이라고 한다면, 1개 기업에 10억원씩 투자한다고 단순 계산해도 투자할 만한 5000개의 양질의 스타트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5000개의 스타트업이 한국에는 없다.

신규 투자 증가세 역시 신규 펀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신규 펀드는 전년 대비 27% 늘어났지만 신규 투자는 불과 3% 밖에 늘지 않았다. 때문에 벤처캐피탈 업계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보다는 보유한 포트폴리오 가운데 괜찮은 실적이 나오는 곳에 추가 후속 투자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내부 기준을 만드는 곳이 많다.

실제로 스타트업 투자 관계자는 “정말 괜찮은 곳이 아닌 이상은 새로운 곳에 투자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정말 투자할 만한 곳을 찾을 수 있을지 회의감마저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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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인디아와 이스라엘 투자 전문가들이 인도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 관련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사진=Intel India)

 

인도 500대 투자 자본을 분석해 보면,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민간이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은 해외 투자자들이다. 자금 규모로만 따져본다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은 절대적이다. 해외 투자자 가운데 미국이 55%로 선두이며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 투자자도 각각 6% 씩 차지하고 있다. 투자금액 규모 기준으로는 미국이 46%, 일본이 36%에 이른다. 이들의 수익성 또한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통계 자료에 잡힌 인도 내 한국의 투자자는 단 한곳도 없다.

민간,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 시장을 주도하는 인도에서 매년 투자 및 스타트업들이 급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과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13억 인구가 시장을 만들고, 기업은 그 시장에서 기회를 만든다.

한국에서 적절한 투자처와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다면 인도에서 찾는 것이 어떨까? 그것도 아니라면 인도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다. 그러려면 인도에 대한 공부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권기철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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