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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의 역풍, 최대 승자는 북한?…美언론·의회 비난 물결

‘CVID·핵폐기 시한’ 빠지고 ‘연합훈련 중단’에 美언론·야당 비난
CNN “김정은, 트럼프에게 ‘진짜 보상’ 받아”
NBC “한미훈련 김정은에 양보, 모두를 놀라게 해”
WP “중국의 쌍중단 요구에 동의한 것”
美국방부 대변인 “한미훈련 중단, 매티스 장관과 사전 논의”

입력 2018-06-13 11:43 | 신문게재 2018-06-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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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에 손 올린 김정은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나란히 서명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잠시 손을 올렸다. (AFP=연합)

 

“김정은이 위대한 정상회담을 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심지어 아무것도 줄 필요가 없었다”며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이처럼 평가했다.

방송은 김 위원장이 회담 전날 밤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수행을 받으며 싱가포르 명소를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은 일들을 언급하면서, 그가 인권을 유린하는 나라의 ‘독재자’라기 보다는 ‘록스타’에 더 가깝게 대우를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CNN은 “김 위원장이 받은 ‘진짜 보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보낸 5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두 정상이 서명한 합의문은 이미 북한이 이전에도 했고 기본적으로 반복한 약속이며, 북한이 비핵화에 헌신하는 것을 증명할 새로운 내용이나 구체화된 양보도 없고 더 나아가 미국에 오랫동안 요구해온 “체제 보장”이 담겼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공동합의문에는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방식으로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핵폐기 시한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 대신 북한이 주장해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기됐다.

일각에선 합의문에 미처 담지 못한 이면합의가 있었는지도 주목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은 그보다 한술 더 떴다. ‘한미연합 훈련 중단’과 향후 ‘주한미군 철수 검토’ 가능성 까지 시사한 것이다.

이러한 회담 결과에 미 야당과 현지언론은 ‘세기의 담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모호함에도 서둘러 합의문을 발표해 북한의 위상이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브라이언 샤츠(하와이) 상원의원도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한 일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잠룡’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으로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 혜택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현지 주류언론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지상파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한미연합훈련 문제를 양보한 것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동안 한미훈련에 대해 ‘침략 준비’·‘중대 도발’이라고 한 북한측 주장에 가깝다는 점을 꼬집었다.

NBC는 차기 한미연합훈련은 오는 8월에 예정돼 있으나, 미 국방부와 한국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마치 기습을 당한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은 “최신의 지침을 받은 바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한국군은 “발언의 의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논란이 된 기자회견 발언이 즉흥적인 것은 아님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차 강조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쌍중단(雙中斷)’ 요구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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