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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기현장실습’ 통해 새로운 채용문화 정착하길

오창헌 코리아텍 교무처장

입력 2018-07-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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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헌 교수
오창헌 교수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수가 201,000개에 달했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미취업 청년들이 이 빈 일자리를 찾아 들어가면 취업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인은 다양하다. 정작 부족한 일자리는 청년들이 희망하는 소위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로, 눈높이 미스매치 문제가 있다. 또한 인문·사회계열과 공학계열 간의 일자리 수요 불균형 같은 전공별 미스매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선택한 조직과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입사 1년 이내 조기 퇴사(27.7%, 경총,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결과) 하는 경우도 청년 취업난을 부채질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는 데는 새로운 일자리 확대 정책도 필요하지만, 청년 취업난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 방안 중 하나는 학생과 기업 간 만남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요즘은 중학생들도 한 학기 동안 자유학기제를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 및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는데, 하물며 인생의 첫 직장 및 직업을 선택하는 대학 졸업생들은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진로 및 직장을 선택한다. 이것이 다양한 미스매치 문제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라도 청년들이 재학 중 전공분야 산업체 직무경험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진로와 직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학생과 기업의 만남의 장으로,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현장실습 제도 활성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제도를 필수 또는 선택으로 운영(2016년 기준, 154,223명 참여)하고 있으나 대부분 1달 정도의 짧은 실습기간, 전공과 무관한 단순작업 등 형식적인 운영으로 인해 현장실습제도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 열정 페이 및 안전 문제 등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현장실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 외국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코업 (co-op: cooperative education program. 산학협동교육)과 같은 체계화된 제도를 적용한다면 현장실습제도 본래의 취지 달성과 함께 청년 취업난 해결의 단초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코리아텍의 경우 2012년부터 코업을 벤치마킹한 4개월 이상의 장기현장실습(IPP: 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 제도를 설계·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800명이 넘는 학생들이 380여개의 기업체에서 장기현장실습을 수행하였으며, 모든 학생이 기업으로부터 월 평균 130만원 수준의 실습수당을 받고 있다. 지난해 IPP 참여학생의 취업률은 비참여학생의 취업률보다 5.3% 높은 87.6%의 취업률을 보였다. 또한 IPP 참여학생의 중소·중견기업 취업률은 비참여학생 취업률 32.8%보다 10.1% 높은 42.9%의 취업률을 보여,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인력채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의 중소기업 및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실제 기업체 근무를 통한 직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 취업에 대한 자신감 함양 등에 따른 것으로, IPP 제도가 청년 취업문제 뿐만 아니라 눈높이 미스매치 해소에도 기여함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는 고용노동부가 이를 사업화하여 현재 전국 38개의 4년제 대학에서 이 제도 운영을 통해 청년 취업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2016년 기준 13개 대학(IPP형 일학습병행제 참여 1기 대학)의 IPP 참여학생 취업률은 평균 74%로,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 64.3%보다 9.7%p 높았다. 더불어 13개 대학 전체 취업률 평균과 비교할 때, IPP 참여학생 취업률이 8.8%p 높게 나타났다.

장기현장실습을 통해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조기 발굴하고, 인성·직무역량을 검증하여 채용할 수 있으며, 채용 후 OJT(On-the-Job Training)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학생은 전공분야 실무경험을 통해 전공직무 역량 및 취업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고, 적성파악 및 진로선택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업체와 대학으로 받은 수당으로 다음 학기 학비를 마련하는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둔다. 장기현장실습은 기업과 학생 간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채용까지 이어지면 청년 취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인 것이다.

장기현장실습제도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사항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현장실습 전담센터 구축이 필요하다.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조직이 각 대학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구축되어야 한다. 더불어 현장실습 전문인력(산학협력 전담교수)을 배치하고 필요한 학사제도 개편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일정기간(2년 이내) 각 대학에 필요한 인건비 및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 부처별 소관 법령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장기현장실습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정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소관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고 필요한 경우 새 법령을 제정해 통합·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장기현장실습을 수행하는 학생들의 처우와 관련된 법을 마련하여 학생들이 실습기간에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참여 기업에 대한 지원(세제혜택, 인건비 지원, 정부사업 가점 등) 관련 법률 검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장기현장실습기간을 공식 경력으로 인정하여 호봉 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미의 경우 Co-op을 수행한 경우 해당 경력을 취업 시 인정하고 있다.

셋째, 장기현장실습을 관리·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하다. 실습시기, 실습시간, 인정학점, 실습수당 및 실습(교육)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전담하는 정부 차원의 기구가 필요하다. 100년 이상의 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북미의 Co-op 제도 역시 운영 초기에는 국가, 지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성공적인 제도로 발전시켜 왔다. 향후 4년제 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학 및 특성화 고교의 장기현장실습도 담당할 수 있도록 해 우리나라 장기현장실습 교육을 총괄하는 중앙기구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끝난 지방선거 당선자들도 너나없이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지속가능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히려 있는 일자리에 적합한 주인을 찾아 주기 위한 노력이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는데 더욱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경제단체,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현장실습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장기현장실습을 통한 채용문화 개선은 청년들에게는 불필요한 스펙 쌓기 등 구직활동에 투여한 기회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업에게는 신입 직원의 조기 이탈로 발생한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주는 효과도 창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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