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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오! 캐롤’ 델 모나코 정원영·서경수 “서로 숟가락 얹는 사이? 같이만 있어도 마냥 좋은 사이”

닐 세다카의 히트곡으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오! 캐롤', 한진섭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가 등 의기투합
주병진, 허비 역으로 데뷔 41년만에 뮤지컬 도전! 같은 허비 역에 성기윤·서범석·윤영석, 에스더 박해미·김선경·이혜경
미워할 수 없는 델 모나코 정상윤·서경수·박영수·정원영, 게이브 박한근·김태오·조환지 등 출연

입력 2018-08-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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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정원영(왼쪽)과 서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도 모르게 지쳐 있는 시기에 굉장히 잘 만들어둔 작품에 들어와 숟가락을 얹게 돼서 편안하면서도 즐겁게 하고 있어요.”

뮤지컬 ‘오! 캐롤’(8월 16~10월 21일 디큐브아트센터)에 델 모나코로 새로 합류한 정원영은 진짜 신나 보였다. ‘오! 캐롤’은 닐 세다카의 히트곡들로 넘버를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로 ‘브레이킹 이즈 하드 투 두’(Breaking Up Is Hard To Do, 이별은 너무 힘들어)라는 오프브로드웨이 소극장 공연에서 음악만을 라이선싱해 대극장용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스트릿 라이프’ 창수, ‘라카지’의 장 미셸 그리고 ‘오! 캐롤’ 델 모나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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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정원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게 (서)경수 공연을 보고 너무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서였어요. 그 동안 감정 소모가 많은 역할을 하면서 좀 지쳤던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지쳐 있는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났죠.”

‘오! 캐롤’은 미국 마이애미의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3류 코미디언 출신의 리조트 MC 허비(주병진·성기윤·서범석·윤영석)와 유명 가수 출신의 리조트 사장 에스더(박해미·김선경·이혜경)는 20년 동안 함께 하며 무르익은 중년의 순애보를 선사한다.

더불어 슈퍼스타를 꿈꾸는 악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델 모나코(정상윤·서경수·박영수·정원영)의 성장, 소심하지만 천재 작곡가 게이브(박한근·김태오·조환지)와 발랄하고 긍정적인 가수지망생 로이스(최우리·스테파니·허혜진)의 풋풋하고 설레는 로맨스, 결혼식 날 파혼당한 마지(최지이·아미·이하린)와 레오나드(김준우·오희중·최종선)의 오래된 사랑 등이 펼쳐진다.

정원영과 서경수가 연기할 델 모나코는 리조트 최고의 가수로 슈퍼스타를 꿈꾸는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이다. 서경수·정상윤이 2016년 초연부터 함께 했고 박영수·정원영이 2018년 시즌에 새로 합류했다.

“저랑 (박)영수 형은 (정)상윤 형·경수 덕분에 편안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있는 상태”라며 “남녀 간의 사랑을 비롯해 에스더와 수잔(장서현), 로이스와 마지 등 여자들의 우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어서 웃음을 제일 목표로 준비했다”는 정원영의 말에 서경수는 “같이 해서 너무 좋다”고 웃는다.

“(정원영) 형이랑은 ‘스트릿 라이프’의 창수, ‘라카지’의 장 미셸, ‘오! 캐롤’의 델 모나코까지 같은 배역이 세 번째예요. 첫 시작인 ‘스트릿 라이프’에서는 형이 다 만들어둔 창수에 제가 숟가락을 얹었죠.” 

 


◇이보다 하찮을 수 없어서 사랑스러운 델 모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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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서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델은 야망이 넘치지만 속내가 훤히 보여서 사랑스러운 인물이에요. 지질미가 가미돼 순화돼서 나타나죠. 허세를 부리고 멋있는 척을 하는데 그 속내와 이면을 관객들이 다 알고 있어서 하찮고 같잖고 그래요. 사람들을 자기 발 아래 둔 줄 아는데 사실은 델이 모두의 발 아래 있거든요. 그래서 밉지 않고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이렇게 전한 서경수는 “초연에 이어 곧바로 재연을 하면서 (정)상윤 형이랑 의견을 조합해 지금의 델 모나코가 나왔다”며 “원영 형, 영수 형이 와서 또 다른 소스들이 보완됐다”고 귀띔했다.

“처음 텍스트에는 관객분들은 물론 연기하는 저희까지 거부감이 들만한 표현들이 있었어요. 굉장히 공격적인 말들이 많았죠. 순식간에 속된 말들을 막 쏟아내서 굉장히 나쁜 놈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런 부분들을 상의 하에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전환·순화해 표현했죠.”

이어 “제(델 모나코)가 나쁜 놈으로 보이는 게 싫기도 했지만 ‘오! 캐롤’이라는 작품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결의 느낌이었다”는 서경수의 말에 정원영은 “야망이 욕심이라는 탈을 쓰거나 진심으로 화나 분노를 표출하면 미워보일 수 있는데 이 부분들을 굉장히 부드럽게 잘 만들었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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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정원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다행인 건 밉상인데 빠른 반성과 사과가 이어진다는 거예요. ‘제가 어리석었고 노래를 진짜 부르고 싶습니다’하는 장면만큼은 장난스럽지 않게, 진심으로 하면서 박수를 받고 게이브를 안는 모습이 되게 사랑스러웠어요.“

이렇게 말한 정원영은 “어떻게 보면 게으른 것”이라며 “자기가 뭘 하거나 노력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운좋게 게이브를 만나서 얻은 것들”이라고 부연했다.

“진짜 성공을 하려면 리조트를 떠나 음악작업을 해야죠. 친구들 앞에서 허세 부리는 재미에 빠져있고 ‘아메리칸 슈퍼스타’가 온다니까 들떠 있고…그건 진짜 야망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냥 현실에 안주하고 행동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조차도 ‘감히 나한테’인 거지 진짜 화가 생기거나 쌓이는 건 아니에요. 겉으로 표출만 할 뿐이지 알맹이가 없는 인물이랄까요.”

그래서 정원영의 델 모나코는 어린아이처럼 표현된다. 그는 “아는 것도, 가진 것도 쥐뿔 없으면서 그냥 엄마가 밥 먹여주고 예쁜 옷을 입혀주면 마냥 좋은 어린아이 같은 델”이라며 “그런 델의 성향과 제가 가진 것을 섞어서 다른 델보다 어리게 표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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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서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캐릭터적인 표현 보다는 ‘최고의 가수’라는 인물 설명에 충실하게 노래만큼은 잘 불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만 잘 되면 노래에 심취해 행복한 캐릭터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델 모나코는 극 후반부 모든 것이 들통 나 어쩔 줄 모르는 델에게 연인 스텔라가 하는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캐릭터다.


◇첫 시작부터 다른 네명의 델 모나코, 도베르만 서경수, 시추 정원영, 오리지널 푸들 정상윤, 왕족견 박영수

“초연부터 했던 정상윤·서경수 배우, 새로 들어온 박영수 배우와 저까지 4명이 하는데 ‘델 모나코’라는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인물이 나와요. 그런 점이 신기하고 재밌어요. 게다가 작품 속에서 델 모나코가 해야하는 역할이 등장마다 리프래시가 되도록 해야 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전한 정원영은 “이미 잘 만들어진 델 모나코에 탑승했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셋과 섰을 때 키가 작아서 다르게 다가가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며 “첫 시작부터 다르다”고 말을 보탰다.

“델이 처음 등장할 때 ‘너 공연 안해?’라고 하면 원래 대본에는 ‘속옷만 입으면 돼요’라고 해요. 영수 형은 대본대로 하지만 경수는 ‘배만 넣으면 돼요’, 상윤 형은 말 없이 바라보고 저는 ‘깔창만 깔면 돼요’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또 다들 어디로 튈지 몰라요. 특히 영수 형은 원본대로 가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리곤 “저나 경수는 특히나 델을 연기하면서 평소 성격이 많이 나온다. 무대 밖 모습이 그대로 나와서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 평소 모습”이라며 “영수 형은 반대로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적인 델이어서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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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정원영(왼쪽)과 서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영수 형 본인도 알아요. 자신에겐 도전이라는 걸. 하지만 서울예술단 공연을 보면 아시겠지만 영수 형이 몸을 잘써요. 너무 유연하고. 그 장점이 중간 중간 나올 때마다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저희도 다 같이 놀라요. 여러 가지 허당기가 있는, ‘록키호러쇼’의 브레드같은 모습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시작부터 다른 네 명의 델 모나코는 화를 내는 부분도 전혀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정원영은 “경수는 소리만 지르고 막상 뭘 하는 게 없고 상윤이 형은 공룡 제스처까지 나왔다가 말고 영수 형은 주변공기만 바뀌고 저는 이중적인 면을 좀 보인다”고 설명했다.

“언어를 순화하면서 행동적인 것도 공격성을 상쇄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예를 들어 화가 나서 소리는 지르는데 행동을 안하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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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정원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서경수의 설명에 정원영은 강아지요 강아지! 무서워서 짖는, 전혀 다른 네 마리의 강아지”라고 표현했다.

“경수는 도베르만(Dobermann Pinscher), 저는 시추(Shih Tzu), 상윤이 형은 진짜 큰 푸들(Poodle), 영수 형은 길죽길죽한 자태가 왕족견 같다”는 정원영의 말에 서경수는 “이빨은 없어요”라고 대꾸하고는 마냥 좋아 웃는다.


◇닐 세다카 히트곡들로 꾸린 넘버 “따땃하지만 델은 억울합니다!”

“노래 자체가 너무 좋아요. 세 번째 하니 점점 더 익숙해지고 노래를 들으면 가족처럼 편안하고 ‘따땃해지고’ 그래요. 좋은 익숙함? 막 소름끼치고 전율 돋고 그런 건 아닌데 소소하게 ‘따땃한’, ‘따뜻’까지는 아니고 미지근 다음 단계의 온도죠.”

닐 세다카의 히트곡들로 꾸린 넘버에 대해 정교하게도 설명한 서경수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 노래를 가장 많이 하는 캐릭터여서 행복하다”고 털어놓았다.

“전작인 ‘미인’부터 ‘올슉업’ ‘광화문연가’ 등 주크박스 뮤지컬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닐 세다카 노래는 부모님 세대 가수여선지 ‘오! 캐롤’ ‘유 민 에브리싱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 정도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가사랑 드라마가 너무 잘 맞아서 주크박스 뮤지컬을 한다는 느낌 보다는 이 작품에 잘 맞는 노래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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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오! 캐롤’에서 공연 중인 델 모나코 서경수(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이렇게 말한 정원영은 “저도 경수 공연을 보면서는 평소 모습 그대로 하면서 편안하게 노래 잘하고 있구나 했는데 막상 불러보니 볼 때랑은 너무 다르다”고 토로했다.

“경수랑도 많이 얘기했는데 되게 억울해요. 엔딩을 확 질러주면 박수가 나오고 뭉클함이 생기는데 델 넘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정쩡한 위치에서 성대에 계속 무리를 주면서 노래를 하거든요. 노래가 절대 편하지가 않아요. 호흡도 그렇고 쉬운 게 없어요. 어정쩡한 음역대에서 흥은 넘치지 춤도 춰야하지…1막 피날레에서 확 지르는 노래도 보통은 솔이나 라에서 지르는데 비플랫이라니까요.”


◇허비들의 ‘광대의 왕’, 게이브·로이스의 ‘빗속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저 당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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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서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처음 들었을 때는 ‘빗속의 웃음소리’(Laughter in The Rain)가 너무 좋았어요. 장면이 너무 예쁘거든요. 로이스와 게이브가 주고받는 멜로디도 좋지만 다같이 합창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요.”

서경수가 좋아하는 넘버이자 장면으로 꼽은 ‘빗속의 웃음소리’는 마지와 다툰 로이스와 그녀를 위로하는 게이브가 함께 부르는 노래로 우산을 활용한 안무와 앙상블들의 하모니가 돋보인다.

“이번에 저랑 같이 합류하게 된 주병진 선생님을 비롯한 네명의 허비들이 부르는 ‘광대의 왕’이 너무 좋아요. 저희 직업도 그래선지 그때만큼은 극에서 좀 빠져나와서 개인적으로 감정이입을 하게 돼요. ‘눈물 그려 웃음 주는’ 광대처럼 살아가는 입장에서 그 장면은 굉장히 뭉클해요. 언제 들어도 소름돋고 눈물나는 장면이죠.”

두 사람의 말처럼 ‘오! 캐롤’은 사랑과 우정, 마냥 행복하고 유쾌한 작품이지만 의미심장하고 위안이 되는 대사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허비가 ‘광대의 왕’을 부르고 나서 하는 ‘어차피 선택권이 없다면 해보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희 배우들은 선택권이 없어요. 저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죠. 선택권이 없는데도 결정하기 위해 고민할 때가 많잖아요. 앞으로 살면서도 고민될 때 ‘해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메시지인 것 같아요.”

정원영의 말에 서경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그저 당신이니까”라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

“가족이든 연인으로서든 제가 좋아할 때는 이유가 물론 있겠죠. 하지만 그냥 그 사람이니까 좋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어떤 사람이든 돈이 많든 적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가 않아요. ‘그저 당신이니까’처럼 그냥 그 사람이면 좋더라고요.”


◇수위조절이 중요한 델을 연기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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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정원영(왼쪽)과 서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는 형 때문에 계속 웃음이 터져요. 각자 사람마다 표현방법이 다른데 저는 너무 재밌거나 표현이 안될 정도로 좋을 때는 욕이 나와요. ‘미쳤다’ 이런 식으로요. 형은 그런 순간들이 너무 많아요. 따라 하려고 해도 못하겠다 싶을 정도죠. 엄청나요.”

이어 서경수는 정원영의 합류로 “생각이 트였다”며 “저럴 수도 있겠구나 깨달음을 주고 관객으로서 같이 많이 웃고 있다”고 감탄했다.

“사실 경수랑 친하지만 저랑 같이 새로 합류한 영수 형이랑 굉장히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경수나 상윤 형이나 캐릭터가 확고하고 너무 잘해서 볼 때마다 기운이 빠져요. 완벽하게 옷을 입은 사람과 그 옷을 이제 막 디자인하는 단계는 너무 다르거든요.”

그렇게 부담으로 시작했다는 정원영은 “더 잘하려는 노력보다는 흉내라도 내보자 했다”며 “아무리 재밌는 얘기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텍스트와 인물이라도 너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고민 끝에 내가 편해야 보는 사람들도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윤이 형이나 경수는 델의 공간을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써요. 시선들이나 바다 내음 등 육감이 살아있죠. 그건 아무리 흉내를 내려고 해도 안돼요. 무대에 올라서 관객분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스며들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나 욕심은 내려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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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정원영(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부담과 욕심에서 벗어나 델 모나코로 다가가는 데 가장 주효했던 건 캐릭터를 함께 만든 정상윤·서경수·박영수, 동료 배우들에 대한 신뢰였다.

“경수도, 상윤이 형도, 영수 형도 웃음에 솔직한 배우들이에요. 제가 델로서 무언가를 했을 때 그들이 웃으면 가져가도 되는 설정이라고 믿었죠. 얼마 전에 영수 형이 애드리브를 했는데 너무 좋아서 저랑 경수도 하기로 했어요. 수위 조절이 중요한 델 모나코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공유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공감 100% 정원영의 레오나드와 마지, 서경수의 “죽으면 끝”

“등장인물 모두가 현실이 많이 반영된 인물 같아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거든요.”

서경수의 말처럼 ‘오! 캐롤’의 이야기는 아프고서야 혹은 잃고 나서야 소중해지는 사람들, 결혼을 앞두고 겪게 되는 갈등, 오해나 한순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거짓말과 비틀어져버린 관계들, 남 몰래 키워온 꿈 등 누구나의 일상 풍경이다.

“저는 결혼을 해선지 레오나드와 마지의 관계에서 많은 걸 느껴요. ‘어느덧 청춘의 한 고비를 넘기고 어른이 돼 있었네’ 라는 생각에 마냥 아이처럼 살고 있는 제가 문득 느껴졌죠. 가끔 경수랑도 얘기하는데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고등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으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직도 고등학생 같은 느낌이 있는데 저는 벌써 이만큼이나 자라 있더라고요.”

이렇게 전한 정원영은 “여전히 군인을 보면 아저씨 같은데 저는 이미 예비군도 끝나서 민방위 4년차”라며 ‘오! 캐롤’ 속 에스더의 아픈 과거, 델 모나코의 연인 스텔라나 병에 걸린 수잔 등의 사연에서 스스로 해야할 일, 가야할 방향을 찾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스텔라도, 수잔도, 에스더도 죽으면 다 끝이라거나 다 늙어서 뭐할 거냐고 하면서도 ‘이제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합시다’라고 밀어붙이는 모습이 가슴 아파요. 뒤늦게 그런 마음 갖지 말고 젊을 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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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서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리곤 ‘오! 캐롤’에 대해 “나이 들고 젊은 사람들의 우정부터 죽음까지를 아우르며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다”는 정원영의 설명에 서경수는 “저도 비슷하다”고 동의를 표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자주 하는 말인데 ‘죽으면 끝’이라는 거예요. 부정적인 죽음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죽잖아요. 사후세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지구라는 곳에, 지금 여기 있을 때 즐겁게 잘 살자는 의미죠.”

그리곤 “제가 진짜 좋아하는 말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순간에 충실하라) 그리고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오늘을 즐기다)”라고 덧붙였다.

“가진 게 없는데 대출 받아서 비싼 차를 사자는 게 아니에요. 기본적인 이성의 틀 안에서 오늘을 즐기고 이타심으로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살고 싶어요.”


◇우리 같이 할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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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캐롤’에서 델 모나코를 연기하는 정원영(왼쪽)과 서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의외로 호흡을 맞춘 건 별로 없어요. ‘베어더뮤지컬’이 유일해요. ‘신과함께-저승편’도 같이 하긴 했지만 거의 만나는 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좀 아쉬웠어요.”

한목소리로 이렇게 전한 정원영과 서경수는 “상대 배역으로 만나든 같은 역할을 하든 같이 하면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원영은 “경수가 있어서 도전이라기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며 “알고 있던 경수의 모습을 보며 즐거운 동시에 새로운 모습도 알아가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합을 맞추는 역할이든 같은 역할이든 형이랑 하는 자체가 너무 좋아요. 굳이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형이랑 같이 있으면 좋아요. 같은 공간에 있고 함께 다니고…그러면 그냥 좋아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두 사람은 ‘신과함께’를 할 때도, ‘오! 캐롤’을 연습하면서도 늘 함께 출퇴근을 하며 행복했단다.

“둘이서 ‘구텐버그’ 같은 걸 한번 해보고 싶어요. 경수나 저나 긍정적인 기운이 강한데다 밝고 재밌는 성격이거든요. 무대 위 뿐 아니라 밖에서도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죠. 그런데도 슬픈 역할을 많이 했어요. 델처럼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역할로 호흡을 한번쯤 맞춰보고 싶기는 해요. 밝은 에너지의 극에서 둘이 만나면 어떨지 저희도 너무 궁금하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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