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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실패하더라도…적에서 친구가 되기까지 평화를 향한 지난한 180분, 연극 ‘오슬로’

르완다 대학살,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을 재치있게 다룬 J.T. 로저스의 연극 '오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정 이끌어낸 노르웨이의 티에유와 모나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 연출작, 손상규, 전미도, 김정호, 임준식, 정원조, 최지훈 등 출연

입력 2018-10-0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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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슬로'
연극 ‘오슬로’의 이성열 연출(왼쪽부터), 모나 역의 전미도, 티에유 손상규(사진제공=국립극단)

 

“적에서 친구가 돼가는 지난한 과정이 이 작품의 줄기입니다.”

2일 국립극단에서 진행된 연극 ‘오슬로’(10월 12~11월 4일 명동예술극장)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성열 예술감독이자 연출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말 번역됐고 올 봄 공연을 확정한 ‘오슬로’는 르완다 대학살,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을 재치있게 다룬 J.T. 로저스의 작품이다. 2016년 뉴욕에서 초연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연극 오슬로
2일 연극 ‘오슬로’가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국립극단)

 

노르웨이의 티에유 로드 라르센(손상규)과 모나 율(전미도) 부부가 비밀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실화를 바탕으로 꾸린 작품이다. 연습실 공개에서는 러닝타임 180분(인터미션 15분 포함) 중 극 초반 40분을 시연했다.

손상규는 자신이 연기하는 티에유에 대해 “실존인물이고 연구소를 운영하는 겁 없고 열정적인 사회학자”라며 “권위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행동력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연극 오슬로
연극 ‘오슬로’ 모나 역의 전미도(사진제공=국립극단)

모나 역의 전미도는 “모나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며 “관객들에게 이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해설자이면서 극 속에 들어가서는 티에유의 아내이자 노르웨이 외무부 외교관이다. 위기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해결하는 현명하고 이성적인 냉철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서사구조로 돼 있는 대본이라서 한번 읽어내는 데만도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어요. 그럼에도 그럼에도 마지막에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있었어요. 논리적으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끌린 것 같았어요. 연습을 진행하면서 끌린 이유를 알게 됐는데 우리 상황과 맞닿는 부분이 많아서 인 것 같아요.”

국립극단 부임 후 첫 연출작인 ‘오슬로’에 대해 “번역을 해두고도 심사숙고했다”고 토로한 이성열 예술감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국가들이 평화로 가는 길이 우리랑 어떤 상관이 있을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에 60개의 신이 있습니다. 거의 영화처럼 잘게 잘려 있는데다 장소도 런던, 오슬로, 이스라엘 등으로 옮겨 다녀서 쫓아가기가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영상이 투사되며 장소에 대한 자막과 이미지 등이 따라다니죠.”

이렇게 설명한 이성열 연출은 “무대는 매운 단순하다. 특정 공간을 위해 만들어지기보다 수많은 장면을 소화하기 위한 중립적 공간으로 설계됐고 가변성을 중점을 뒀다”며 “뒷벽과 양 옆벽이 앞뒤, 좌우로 이동된다. 문이기도 하고, 문이 열리면서 집 복도가 되기도 하고, 영상을 쓸 수 있는 스크린 기능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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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연극 ‘오슬로’가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국립극단)

“수많은 장면들을 빨리 빨리 전환시켜 흐름이 끊기지 않게 신경을 썼습니다. 죽죽 달려갈 수 있도록 암전이 한번도 없습니다.”

이어 오리지널 공연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민족 간 정서적 차이가 있었다. 한국의 경우 드라이한 데 익숙치 않아서 좀더 정서적으로 느끼면서 즐길 수 있게 했다”며 “그를 위해 원작보다 힘을 준 몇몇 장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연극 오슬로
연극 ‘오슬로’ 이상열 연출(사진제공=국립극단)

“메시지는 분명 있습니다.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작품이죠. 당사자에 가까운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보고 느낄 게 분명 있어요.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이스라엘이 친구가 되기로 하지만 쉽지 않아요. 친구가 됐나 싶다가도 순간순간 적으로 돌아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평화협정까지 맺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하지만 이 작품의 주제는 평화협정을 맺는 그 자체가 아니에요.”


이렇게 분단국가인 한국, 최근 화해무드로 가는 길목에서 공연되는 ‘오슬로’의 의미를 전한 이성열 연출은 “극 말미에 협정이 체결되지만 실제로는 2년 뒤 사실상 오슬로협정은 무마(撫摩, 분쟁이나 사건 따위를 어물어물 덮어버리다)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그의 전언처럼 이스라엘 극우파의 반발을 산 이츠하크 라빈 총리는 2년 뒤 암살 됐고 아라파트 수반은 권좌에서 밀려났다.


“마지막에 라르센이 관객에게 던지는 말이 있어요. 과거에서 여기까지 온 가능성, 앞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말하죠. 적에서 친구가 돼 가는 과정 보다는 그게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에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룬 첫 번째 협정을 본 거예요. 이후 6번의 회담을 더 거쳐 겨우 8번째야 오슬로협정을 체결하죠. 그 뒤 무마되고 주동자들은 테러를 당해 죽거나 물러나지만 그럼에도 이만큼 나왔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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