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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올 하반기 기획전 “Post-Human‘인간 이후의 인간”展 개최

기술혁신시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 제공
총 10팀, 14명의 작가들로 구성…다양한 세대의 시선으로 ‘포스트휴먼’시대 바라볼 수 있는 계기 마련

입력 2018-11-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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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브릿
이정윤 작가의 ‘숨쉬는 통로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오는 30일부터 2018년 하반기 기획전 “Post-Human ‘인간 이후의 인간’”展을 개최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2006년 개관 이래 현대미술에서 건축과 도자의 확장된 지평을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해 왔다.

이번 “Post-Human ‘인간 이후의 인간’”展은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로부터 야기된 인간 노동의 감소에 대한 불안 그리고 인간의 대표적인 창작물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포스트휴먼’시대를 바라보는 비관적 태도와 낙관적 태도의 양가적 입장을 취하고 있고,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부터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한 N세대(인터넷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참여작가의 시선을 통해 기술혁신시대에서 예술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전시는 세 가지 소주제로 구성됐다. 세 파트는 ‘예술 원형 그리고 지속가능성’, ‘협업과 3D기술을 통해 진화하는 예술’, ‘포스트휴먼시대의 공간 알고리즘’으로 도자, 조형, 미디어 등 설치 10팀(14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현대 미술의 상상력, 타 분야와의 협업, 그리고 공감각적 경험으로의 확장에 대해 보여준다.

전시는 관객 참여 작품들이 주(主)를 이룬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예술 작품을 시각적으로만 감상하는 수동적인 관람자에서 나아가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직접 체험해보면서 작품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번 전시 “Post-Human ’인간 이후의 인간’”展을 기획한 김윤희 전시기획팀장은 “인공지능(AI)이 모든 분야를 규칙화할 수 없으며,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처럼 인공지능의 기술이 첨단화되고 더욱 복잡해질수록 원형으로 되돌아가려는 측면이 부각되기 마련이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포스트휴먼’ 시대를 새로운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3월 24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 파트Ⅰ‘예술 원형 그리고 지속가능성’에서는 김광우, 신이철, 김홍진, 심준섭 작가가 포스트휴먼 시대에 현대미술의 상상력, 지속가능성에 대해 보여준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김광우 의〈자연+인간 ‘우리의 상황Ⅰ’〉과 마주하게 된다. 김광우는 인류와 문명 사이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50년 이상의 창작 내공을 축적해온 예술계의 거목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특별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가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낡은 지프트럭과 흙 그리고 그 흙으로부터 파생된 물질문명의 파편을 배치하고, 각각의 물질들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둔다. 발견과 변화의 연속선상에 위치한 그의 작업은 ‘자연+인간’을 주제로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로비에 위치한 신이철의 <로보트 태권보이>는 기술 발전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장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전시장 내에 그대로 재현해 보이는 그는, 과거에는 단지 이미지일 뿐이었던 ‘태권브이’가 현재에는 대화 가능한 친구, 애완로봇, 요리사 등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공산품으로서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갤러리1에 위치한 김홍진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생명, 윤리, 종교, 자본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작품에서‘개미’를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모습을 개미에 비유하고 있다.

(김해=브릿지경제)심준섭 사진2
심준섭 작가의 ‘기관의 순환’
심준섭의 <기관의 순환>은 도시화로 인해 발생한 ‘소음’에 대해 성찰을 시도한다. 작가는 실제와 다르게 왜곡되어 인식되는 소리가 공간의 왜곡으로까지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장 내 그의 공간에는 마치 건축적 구조 혹은 신체의 내부와 같은 어두컴컴한 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파트Ⅱ‘협업과 3D기술을 통해 진화하는 예술’에서는 ‘김지수+김선명’, 노진아, 김준, 김과현씨(김원화+현창민)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진화된 예술을 갤러리2에서 보여준다.

김지수+김선명의 <페트리코>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작품의 제목 ‘페트리코(Petrico)’는 식물이 발아하는 과정에서 분출되는 기름이 비와 함께 주변 자연물 속에 녹아들어 나는 냄새를 의미한다. 작품은 예술가와 메이커 그리고 화학자가 함께 협업해서 제작되었다. 작품은 식물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냄새로 소통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노진아의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기계가 인간과 구분될 수 없을 만큼 생명성을 지니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기계와 인간은 어떤 미래를 공유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관람객은 <진화하는 신 가이아>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인간과 너무도 닮은 ‘가이아’의 모습에 우리는 낯익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관람객이 ‘가이아’와 나눈 대화는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김해=브릿지경제)김지수+김선명 작품 내부
김지수+김선명 작가의 ‘내부’
김준은 영상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작품에 깨지기 쉬운 도자기의 상징적인 이미지 그리고 내부기관 없이 껍데기만 존재하는 신체의 모습을 담아낸다. 실재와 가상이 통합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알 수 없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이러한 현대 사회의 현상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도록 제안한다.

김과현씨(김원화+현창민)는 <見指忘月(견지망월)> 현대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 존재를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달 탐험 중 사고로 죽은 우주비행사의 엄지손가락의 이야기에 관한 비디오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은 달은 보지 못하고 그것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는 ‘견지망월’의 의미와 같이 불가능할 것 같은 현실이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능해지게 되면서, 우리의 상상력과 감성은 잃어버리고 오로지 더 높은 목표 지점만을 향해 달려가는 현재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트Ⅲ ‘포스트휴먼시대 공간의 알고리즘’에서는‘공간’에 대한 규칙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정윤+오신욱+안재철이 함께 협업해 제작한 작품은 갤러리2와 1층 로비에 걸쳐서 펼쳐진다.

전지구적인 소통과 협업을 시도하는 이정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공간을 다루는 오신욱(건축가), 그리고 안재철(설치미술가)과 함께 협업을 시도했다. 소통의 공간이 점차 사라지는 현대사회에서 그들의 <숨쉬는 통로>는 인간 본질에 해당하는 ‘공간’은 결코 기계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의 내부에는 군중, 도시의 이미지가 설치되어 있고, 작품의 외부에서 그 그림자를 볼 수 있도록 연출되었다. 관람객은 숨쉬는 통로를 직접 걸어서 통과해보며 살아 숨쉬는‘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김해=브릿지경제
김준 작가의 디지털프린트, 컴퓨터그래픽 작품
‘공유와 재생을 위한 제안’인 강지호의 재생프로젝트 <잭-버킷리스트>는 매표소 앞 야외 마당에 설치되어 있다. 프로젝트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대화의 장이라 할 수 있는 미술관 전시의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목재 폐기물을 예술적인 방식으로 순환시키고자 시도됐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18년 상반기 기획전 전시의 연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목재 폐기물은 강지호 작가를 통해서 ‘잭’이라는 인물로 지난 10월 재탄생됐다. ‘잭’은 작가 자신이 되기도 하고, 관람객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잭’은 이번 전시가 시작되기 전까지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를 수행하기 위해 잠시 도시에서 벗어나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늦은 휴가를 떠났다가 미술관으로 다시 돌아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김해=이진우 기자 bonnl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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