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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평균나이 72세 어른들이 보여주는 확고함…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김지수 작가

170만 명이 읽은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로 꾸며 본 저자와의 만남
이메일로 질문에 대한 추가 답변을 보내며 '인간에 대한 탐구와 예의'보여줘
한때 종군기자 꿈꿔, 현장을 뛰는 저널리스트로 나이 들고파

입력 2018-12-19 07:00 | 신문게재 2018-12-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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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170만 명이 읽은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펴낸 김지수 작가.(사진=본인제공)

기자에게 최고의 찬사는 무엇일까. 출입처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글 잘 쓴다’ 만큼 설레는 말은 없을 것이다. 

 

인터뷰집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의 김지수 기자는 ‘문장의 배우’ ‘믿보쟁’(믿고 보는 글쟁이)이라는 찬사의 주인공이다. 

 

오랜 시간 패션지 ‘보그’ 에디터로 활동하다 한 매체의 디지털 편집국에서 문화부장인 그가 2015년부터 온라인에 연재했던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중 가장 많이 공유되고 회자된 엑기스만을 모았다. 

 

그들이 가장 많이 공유한 인터뷰는 평균연령 72세로 자기 영역에서 30년 이상 일해 오고 있는 어른들이었다. 

 

예술가, 블로거, 작가, 패션디자이너, 음악가, 배우 등 이 시대의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여전히 현역인 그들의 이야기는 김지수 작가를 만나 때론 베라왕 레이스처럼 섬세하게 빛났으며 때론 작고 단단한 스즈키 허슬러처럼 정곡을 찔렀다. 

 

그들의 삶과 일에 대한 통찰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가열차게 옮긴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2030 젊은세대들이었다. 진정한 어른들의 조언과 직언에 목말라 했던 그들의 욕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낸 김지수 작가와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Q. 요즘 세대는 ‘꼰대’라는 표현을 씁니다. 하지만 그들이 인터뷰들을 가장 많이 공유했더군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제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전학을 많이 다니며 어둡고 어른을 미워하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왜 리얼 라이프에는 제대로 된 어른들이 없지?’라는 생각이었죠. 제 부모님 세대는 먹고 사는 데 바빴으니까요. 그때부터 어른이란 좋고 선한 인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집이 슈퍼마켓을 운영했는데 가게를 볼 때는 하루종일 집에 있는 유일한 전집인 위인전을 50번도 반복해 읽은 기억이 나요. 헬렌 켈러나 이순신처럼 고난을 이기고 기어이 ‘자기다움’을 실현한 사람들에 기대어 일상의 비루함과 심심함을 견뎠죠. 그때의 경험이 지금 나타나는 것 아닐까요? 저 역시 어른들을 갈구 했기에 지금 세대들의 이런 반응들이 충분히 이해가갑니다.”

Q. 이번 책에는 윤여정, 노라노, 정경화, 니시나카 쓰토무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분들이 유독 많아요. 섭외과정이 궁금합니다. 

 

“언제나 고난의 연속이죠.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지만 이런 심층 인터뷰는 쉽지 않아요. 한 여배우는 갖은 연줄과 섭외로도 다 까이고(?) 결국엔 중국에 살고있는 여고시절 불어과외 선생님을 통해 극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가장 신뢰도 높은 측근 인사에게 부탁했을 때 성공률이 높아요. 제가 만나는 사람의 변호사이자 정신과 의사, 보디가드가 돼야 하는 게 이 직업이에요. 그 안에 제 욕망과 독자의 궁금함까지 충족시켜야 하죠.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어떤 텍스트가 오독돼 퍼질지 알 수 없기에 어떤 분들은 오히려 저를 피하기도 합니다.(웃음) 물론 이병헌, 한효주, 이혜영, 감우성, 류승룡 씨처럼 그 자신을 깊이 이해한 인터뷰 글, 그것 하나만으로도 고마운 선물로 여기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죠. 일단 섭외가 되면 준비를 많이 해요. 상대방을 장악하고자 하는 욕구가 제 안에 있어야 해요. 사실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과도한 친분은 도리어 인터뷰에 독이 될 수도 있거든요.” 

 

Q. 인물 선정의 기준이 따로 있나요?

 

자기인생의 철학자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평균 나이 72세,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의 말’| 김지수 |1만6000원.(사진제공=어떤책)

“(잠시 생각을 한 뒤) 저를 감동시키는 인물들이죠. (이후 김 작가는 이메일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 ‘제가 탐구할 만한 우주를 가진 분’이라는 부연설명을 보내왔다) 그 존재가 끝없이 광활하고 높을 수도 있고 아직은 미완성인 채로 일 때도 있습니다. 존재는 누구나 다른 존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원칙이에요. 영화와 책을 좋아해 주로 배우나 작가를 중심으로 인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특별히 장르에 제한을 두지는 않아요. 제 생각에 그 사람의 지식과 주장 혹은 그 사람의 작품이나 인성에 밝은 빛을 비췄을 때 독자들에게 지혜를 전할 수 있겠다 싶으면 선택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책에서 노라노 선생님의 인터뷰가 다시 한번 와 닿았어요. ‘너무 열심히 살지마. 인생을 건달처럼 살아. 남의 비위 맞추지 말고’라고 확신에 차서 말 할 수 있는 어른의 조언!제 인생의 등대 같아요.”


Q. 아이 둘과 작가, 기자로 살면서 그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단언하지만 비결은 없어요. 과연 비결이란 게 있을까요? 단지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편이에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엄마로서 해줄 수 없는 건 포기하고 일적으로는 후배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자 주의입니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그걸 이루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타인을 존중하며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할 뿐입니다. 균형은 제가 찾는다고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걸요. 요즘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묵상’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잠깐이라도 ‘혼자 있음’의 기름진 시간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중심축이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요.”

Q.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셨는데 앞으로 꼭 만나보고픈 인물이 있다면?

“사실 저는 인터뷰를 하는 기사를 쓰려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얼마 전에 이 책을 드리려고 시인 이성복 선생을 만났습니다. 제게 착할 선에 집 재를 넣어 ‘선재’라는 호를 지어주셨어요. 선과 악이 엎치락 뒤치락 다투는 마음으로 선과 악을 다루는 글을 쓴다는 게 늘 어렵습니다. 무엇이 ‘옳다’고 ‘주장’하기 힘들기에 사람이든, 사건이든 항상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서사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저널리스트로 불리고 싶습니다. 제 인생의 안전가옥이었던 ‘보그’ 시절에도 종군기자를 꿈꿨는걸요.(웃음) 앞으로 시간과 여건이 허락한다면 ‘사건’이 있는 현장에서 현장을 다루는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싶어요. 이런 말 조심스럽지만 인터스텔라를 통해 북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어요.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체사상과 인민과의 관계, 스위스 유학시절 등 궁금한 게 너무 많습니다. 최근에는 미셸 오바마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의 첫 자서전 ‘비커밍’을 읽었는데 자기 삶을 기술하는 작업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사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를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어요. 지금의 주제가 어른이라면 앞으로는 비즈니스, 배우 등 섹션을 나눠 낸다면 좋을 것 같아요.”

Q. 당신이 만난 어른은 어땠나요?

“첫째 불평하지 않고 둘째 잘난 척하지 않고 셋째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 일본의 만화가 야마다 레이저가 쓴 ‘어른의 의무’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으면 어른들은 점점 더 기득권에 익숙해지고 더러 집단에서 뻔뻔한 객식구가 되기 십상이죠. 제가 만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이런 어른의 의무를 준수하면서 오래도록 일하는 즐거움을 깨달아가는 분들이었습니다. 스스로 나이듦을 비통해하지 않고 방황하는 후배들의 애틋한 마음을 알아주는 성숙한 어른들을 만나면 안정감을 느끼게 되지 않던가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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