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새문안通

[새문안通] '당연한 것이 당연해질 때까지'

입력 2019-01-15 15:39 | 신문게재 2019-01-16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여배우란 말 안 좋아해요. 그냥 배우, 엄마·딸·며느리·아내 아닌 대한민국의 배우입니다.”

14일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배우생활 25년 만에 ‘베르나르다 알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영주의 말은 지난해부터 최근 스포츠계까지 터져 나오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로 불거진 위계에 의한 폭력과 침묵의 카르텔, 갑질과 신구 갈등 등에 대한 원론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여자 10명만으로 꾸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3주 공연이 매회 매진사태를 이뤘고 한해를 정리하는 시상식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유산도 물려받을 수 없었고 성추행에 저항하는 몸부림에 감옥에 갇혀야 했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의 가장 보수적인 때를 배경으로 “당연한 것이 당연해질 때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요”라고 외치던 뮤지컬 ‘레드북’도 같은 시상식에서 4개상을 거머쥐며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여배우, 아역배우, 앙상블 배우는 차별받거나 폄훼돼서는 안되는 오롯이 배우들이다. 이는 비단 배우들뿐 아니다. 여기자, 여직원, 여의사, 홍일점 등 우리 사회에는 ‘차별’을 일상화하는 호칭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호칭들은 이 사회에 뿌리 깊은 적폐로 남아 보이지 않는 계급과 위계로 무장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자와 감내해야 하는 자를 구분 짓는다. 그 난무하는 호칭들만큼이나 여자여서, 어려서, 고학력이 아니라서, 남들과 달라서, 대기업이 아니어서, 연봉이 적어서 부당한 일들을 감내해야했던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던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도 했던가. 하지만 이제 여자들의 목소리가 부도덕한 이들을 고발하는 시대다. 뱁새가 왜 황새를 따라가야 하느냐 반문하는 시대다.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