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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대중화, 정부지원확대, 합리적인 정책 마련 그리고 공공극장의 역할…제10회 영아티스트포럼 ‘순수 예술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속 딜레마

순수예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혼재, 시민예술 활성화, 엔터테인먼트와 흥행만을 중시하는 풍조, 정권 교체마다 문제제기되는 낙하산 인사, 52시간 근무제 등 현장 이슈들 토론
도스도예프스키 '백치' 국립극장 판매, 뮤지컬 '파가니니' 공동제작 대전예술의전당, 크레디아의 디토 프로젝트 등 사례로 풀어보는 이슈들

입력 2019-02-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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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영아티스트포럼
‘순수 예술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진행한 제10회 영아티스트포럼(사진=허미선 기자)

순수예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혼재, 시민예술 활성화, 엔터테인먼트와 흥행만을 중시하는 풍조, 정권 교체마다 문제제기되는 낙하산 인사, 52시간 근무제 등 현장 이슈들….

지나 1월 2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진행된 제10회 영아티스트포럼 ‘순수 예술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는 이창주 빈체로 대표이자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장이 이렇게 전한 현실에서 시작했다.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 공동주최하는 이 포럼은 순수 예술 시장의 현황을 진단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의 공유와 토론을 통해 시장 활성화, 클래식에 대한 인식제고, 정부 정책 수립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 등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포스터] 1월28일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와YAFF_공동주최포럼
제10회 영아티스트포럼(사진제공=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이날 포럼에서는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이강원 크레디아 이사, 김지현 서율튜티앙상블 대표이자 피아니스트가 발제자로, 강창일 전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이자 현 찾아가는박물관 이사,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이신규 클래시칸앙상블 부대표 겸 비올리스트가 토론자로 나섰다.


오병권 관장은 ‘공공예술기관의 숨은 이야기 통해 바라본 순수예술시장 문제 해법’이라는 제목으로 낙하산 인사로 인한 기관장의 전문성 부재, 공공극장 평가 시스템, 음악교육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 취임 이후 적잖은 공연예술기관장이 임기가 남았는데도 사직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기관장의 전문성 부재로 한 교향악단에서 발생했던 웃지못할 해프닝을 전했다.

“새로 부임한 대표가 악단 문제를 지적하다가 경제적 논리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악보 복사용지를 쓰는지를 물었고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어요. 이에 저렴한 용지로 바꿔 악보를 복사했죠. 악보를 넘길 때마다 소리가 크게 들리는가 하면 용지가 얇아 뒤에 악보가 겹치기도 해 결국 본래 용지로 돌아왔죠.”

현재 오 관장이 몸담고 있는 대전예술의전당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 연간 실적은 공연장 활용률 98%, 20만명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개관 이래 현재까지 전국 최고수준의 활용율을 기록 중이며 76개 기획공연의 132회 공연, 평균 유료객석 점유율 76.5%에 이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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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술의전당과 HJ컬쳐가 공동제작한 뮤지컬 '파가니니'(사진제공=HJ컬쳐)

“공연장 관련자들이라면 이 정도의 실적이 얼마나 긍정적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 실적으로도 지난해 시의회 행정감사 결과 공연기획 예산 5억원이 삭감됐습니다.”

오 관장이 전한 예산삭감 이유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자체 제작해 국립극장에 판매한 도스도예프스키 연극 ‘백치’에서 지역 배우들이 주연을 맡지 못했고 ‘라흐마니노프’ ‘파리넬리’ ‘1446’ 등의 제작사 HJ컬쳐와 공동제작한 뮤지컬 ‘파나니니’ 저작권을 겨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작 및 초청 기획공연의 유료객석 점유율이 80%에도 수지율이 40%에도 못미치는 점도 예산 삭감의 요인이었다.

4가지 사례를 통해 오 관장은 “전문성을 가진 문화예술기관장이 왜 중요한가, 무엇이 전문가인가를 생각해 봐야할 때”라며 문화예술인의 기용과 지역 문화예술발전의 관련성, 관객 개발과 예술교육 그리고 생활예술 정책, 문화예술기관 종사자들의 자세 등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크레디아의 이강원 이사는 12주년을 맞은 젊은 연주자들의 프로젝트 디토 출범 과정을 짚었다. ‘클래식 음악에 공감’을 캐치프레이즈로 하는 디토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중심으로 젊은 음악가들의 실내악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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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즌을 맞아 올해 종료 예정이 디토(사진제공=크레디아)

 

이 이사는 “(디토 출범) 당시 연주료는 비싸고 환률은 상승하는가 하면 공연 가격은 뛰었다. 신설극장 및 공연이 많아지면서 공급은 과잉됐지만 수요는 늘지 않아 티켓판매와 협찬에만 의존해 생존해야하는 현실이었다”며 “비전을 찾아야만 했다. 해외 연주자, 오케스트라, 공연단체가 아닌 우리가 직접 만들어 수출하고 시장규모를 키울 수 없을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클래식의 선입견을 없애고자 대중문화처럼 마케팅했고 버스킹, 클럽공연, TV출연 시즌제 등을 도입해 사람들과 부딪히려 애썼습니다. 관객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가니 뜨겁게 반응이 왔어요. 10회 이상 전국투어, 광고모델 데뷔, 공연 연일 매진, 일본·중국 투어까지 가능해졌어요. 하지만 2, 30대 여성이 주 고객 층이다 보니 상업성을 비판받기도 했고 연주력은 평가절하됐으며 클래식계 시상식에서 어떤 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스타를 만들어 관객들이 공연장으로 오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클래식이 어디까지 대중적일 수 있는지는 지금까지 계속되는 고민입니다.”

이어 “환경 급변과 관객 취향도의 변화 등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라는 판단 아래 디토는 올해 12시즌을 마지막으로 종료 예정”이라고 전하고 “어떤 프로젝트로 관객을 찾아나서야할지 미궁인 상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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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영아티스트포럼(사진제공=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소수를 위한 음악이라는 클래식은 시장논리로 따지면 실패한 산업입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이제껏 이어오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가치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음악산업군으로 존재하며 매년 전국 음악대학에서 음악도들이 쏟아지고 세계 콩쿠르에서 수상 소식을 전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존이 어렵고 종사자들 역시 위축돼 근근이 버티고 있어요. 더 이상 클래식 음악이 서양의 소수만을 위한 음악이라 여겨지며 외면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어 “국악, K팝과는 달리 국가지원을 받을 만한 명분이 없다. 미디어에서 사라지고 있는 클래식 음악은 대중들과 더욱 멀어지며 그들만의 리그 안에 갇힌 느낌”이라며 “상업적으로 성공적이진 않지만 사회 다양성과 구성원들의 존립을 위해 서양의 것이라는 시선이 아닌 순수예술의 진흥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 그리고 업계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연장·연주자·연주단체·매니저·기획사들은 긴밀히 상생의 길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무대와 관객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연장의 책임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전한 이 이사는 높은 대관료 문제, 스타 연주자만을 좇는 시스템으로 인한 신예 발굴·소개 기회의 부재를 지적하고 전문성을 갖춘 프로듀서, 에이전트와의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부 주도의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의 필요성, 관객과의 다양한 소통 노력 등을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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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영아티스트포럼(사진제공=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이번 포럼에서 제기된 순수 예술 지원 확대 및 합리적인 정책, 공공극장의 역할 등의 문제에 대해 오병권 관장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연주시리즈 ‘아르스노바’ 론칭을 예로 들었다. 


“당시 비전문가였던 CEO의 ‘보통 정기연주회보다 제작비는 많이 들어가고 연습시간도 2, 3배 이상인데 관객도 훨씬 적게 오는 이 (아르스노바) 음악회를 왜 해야 하냐’는 질문에 저의 설득논리는 ‘이를 공연이 아닌 기업의 연구개발로 이해야 한다’였어요. 이를 하지 않으면 레퍼토리 개발도, 단원들 훈련도 어렵다고 설득해 승인을 받았죠.”

오 관장이 전한 예처럼 클래식의 대중화도, 공적 지원도, 공공극장의 정체성 확보도 결국은 명확한 ‘정의’와 타당성을 확보한 ‘명분’을 기반으로 한다. 클래식의 대중화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대중화’의 정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공적 지원 확대를 위해서 해야할 일 역시 설득논리가 명확한 명분이다. “클래식은 모든 예술의 근원”이라는 두루뭉술하고 관념적인 논리가 아닌 설득 가능한 명분 설정이 우선이다.

윤보미 대표는 “고전 레퍼토리 반복으로는 새로운 시장과 관객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앞으로 올 편곡과 변형, 융합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또 하나의 스타,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한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게 다양하고 장기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공극장이 플랫폼이 돼야 한다. 흥행이 아닌 진흥을 위한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정책관계자들을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표의 말처럼 공공극장의 기능과 역할 제고 역시 궁극적인 목표의 명확한 설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생력, 재정자립도, 흥행 등 보여주기 성과에 집중할 것인지,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공공성 확보에 나설 것인지는 공공극장이 반드시 해결해야할 딜레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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