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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공포②] “지갑닫은 가계, 투자안하는 기업” 물가하락의 그늘

“물가 떨어지는데 왜 사?” 가계·기업 지출 연기
내수위축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 거세
IMF, 무역갈등·금융긴축·브렉시트·中둔화 경고

입력 2019-02-11 16:59 | 신문게재 2019-02-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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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기업은 투자를 주저한다. 미래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물가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가계와 기업은 돈을 쓰지 않는다. 앞으로 더 싸게 살 기회가 있는 탓이다. 이렇게 되면 안그래도 위축된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이처럼 경제주체들이 지출을 연기하면 물가상승률이 둔화한다. 물가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다. 한마디로 독약이다. 중심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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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를 지적하며 각국 정부에 ‘경제적 스톰(폭풍)’ 가능성에 대비할 것을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글로벌 경제를 훼손하는 ‘4대 먹구름’을 거론하며 구름이 너무 많으면 한 번의 번개만으로도 스톰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4대 먹구름은 △무역 긴장과 관세 인상 △금융긴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한 불확실성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 가속 등이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생산기지인 중국의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공급이 넘쳐나고 재고가 남아돈다. 가격 하락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총수요 둔화로 하방압력이 증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8년만에 최저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는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 우리 상품의 수출길을 가로막으며 한국이 공급과잉에 시달릴 가능성을 높인다.

조짐은 나타났다. 노무라는 지난해 12월 우리의 생산은 대외수요가 약해지며 자동차와 반도체 부문의 위축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제조업 출하는 전달대비 -1.6%, 재고는 2.2% 늘었다. 재고율(116.0%)은 20년만에 최고다.

씨티그룹은 자동차(-7.1%), 반도체(-5.1%) 등의 출하가 줄었으며 자동차(6.5%), 통신방송장비(33.5%) 등의 재고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유가하락으로 한국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한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결속력 약화로 감산이 제대로 안될 경우 공급과잉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다.

때문에 통화긴축(정책금리 인상)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긴축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면 물가하락 압력이 더욱 커지는 탓이다.

호주는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고, 영국은 기준금리를 0.75%로 유지했다. 지난해 금리를 두 단계 올린 인도는 인하대열에 합류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교역량 감소로 이어지며 공급과잉을 불러오고, 여기에 내수 위축이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전형적인 경기침체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주요 투자은행(IB)은 우리나라 올해 물가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바클레이즈는 1.8%에서 1.3%로, 노무라 1.7%에서 1.0%, 씨티그룹 1.7%에서 1.3%로 내려잡았다.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2월은 과도기다. 3월에는 굵직한 출발이 많다”면서 “먼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미중 무역갈등이 어떤 방향으로든 재개되는 때다. 미국의 3월 FOMC 회의는 올해 금리 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최광혁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의 변수로 브렉시트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슈다. 때문에 우려가 크다”고 했다.

홍보영·이정윤·이은혜 기자 by.hong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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