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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감정 보다 이성, 열정 보다 절제, 박장대소 보다 공감대…다시 돌아온 연극 ‘대학살의 신’

2년만에 돌아온 김태훈 연출, 오세혁 각색·드라마트루그 연극 '대학살의 신', 남경주·최정원·이지하·송일국 출연
송일국 "아내, 삼둥이(대한·민국·만세)와 1년여간 파리에서 생활하며 가족과 겪었던 순간들이 극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입력 2019-02-1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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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연극 ‘대학살의 신’(사진제공=신시컴퍼니)

 

“서로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우려했던 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였습니다. 공연 자체, 웃음 포인트를 너무 잘 알아서 앞서가면 어쩌나 싶었죠.”

 

19일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대학살의 신’(3월 24일까지) 프레스콜에서 변호사 알랭 역의 남경주는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2019 대학살의 신_알랭(남경주)
연극 ‘대학살의 신’ 알랭 남경주(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어 “네 배우 모두가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일, 그 순간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웃음 포인트가 달라진 건 그래서다”라고 자평한 남경주에 최정원은 “템포와 타이밍은 연습량에 비례한다”고 말을 보탰다. 

 
“매번 잘 되진 않지만 네 배우 모두가 타이밍이 잘 맞은 날은 환호를 할 정도예요. 꼭 축구 경기 같아요. 어시스트를 해주고 잘 받아 골을 넣으면 같이 기뻐지는 게 팀워크고 하모니 같아요.”

‘대학살의 신’은 자식들 싸움으로 한 자리에 모인 부도덕한 제약회사의 법적대리를 맡은 변호사 알랭(남경주), 고상하지만 남편에게 억눌린 중압감에 토악질을 해대는 아네뜨(최정원),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면서 햄스터를 내다 버리는 미셸(송일국), 권위적인 원칙주의자 베로니끄(이지하)가 유치한 설전과 무지막지한 육탄전으로 내달리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막을 시연한 프레스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정원은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좀 과장해서 풀어낸 블랙코미디”라고 ‘대학살의 신’을 소개했다.

“자기 본성에 숨겨진 속마음을 게워내고 술에 취해서야 드러내는, 아이들보다 유치하고 폭력적인 어른들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관객들이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할까’를 고민할 수 있는 철학적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 담아 깊어진 허영심, 위선, 이기심, 천박함 그리고 박장대소와 공감대 


2019 대학살의 신_아네뜨(최정원)
연극 ‘대학살의 신’ 아네뜨 최정원(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인물들이 가진 허영심, 위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모습, 실제론 그렇지 않지만 거짓말을 하게 되는 모습을 더 드러내 보여주는 게 배우들이 해야할 일 같습니다.”

이렇게 전한 남경주는 “지난 공연에는 알렌에 남경주가 많이 들어 있었다”며 “이번엔 남경주를 좀 빼고 알랭을 더 면밀히 찾아서 넣어보자 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공연에서는 상대가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면 참지 못하고 격하게 대했어요. 이번엔 변호사인 알랭이라면 어떻게 대할까를 생각하니 좀더 이성적인 게 맞는 것 같아요. 상대의 말을 정확하게 귀 기울여 들어야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알랭 안에서 남경주를 완전히 지우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019 대학살의 신_미셸(송일국)
연극 ‘대학살의 신’ 미셸 송일국(사진제공=신시컴퍼니)

 

남경주의 말에 최정원은 “초연에서는 열정만 가득 했다”며 “대본을 다시 보고 (2017년과)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적어도 가식 안에 진심을 보여줘야겠다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

“내 아들에 대한 생각, 진심으로 양쪽 잘못이라는 데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생기면서 훨씬 편해졌어요. ‘맘마미아’를 10년 넘게, ‘시카고’를 18년간 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내가 이 작품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지하는 ‘대학살의 신’에 대해 “단어 하나, 아주 작은 차이가 크게 다른 결과물을 내는 그 연쇄작용이 이 작품의 재미이자 어려움”이라며 “네명의 앙상블이 작품 결과물을 전혀 다르게 만들어버린다”고 밝혔다. 

 

2019 대학살의 신_베로니끄
연극 ‘대학살의 신’ 베로니끄 이지하(사진제공=신시컴퍼니)

 

“베로니끄라는 인물을 다르게 분석한 건 아니에요. 2017년에는 코믹하게 해보고 싶고 웃음을 더 끌어내려는 욕심이 있어서 더 희화화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최대한 절제하고 리얼하면서도 훨씬 이기적으로 접근하는 게 오늘을 사는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덜 웃더라도 공감해주시는 게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송일국은 “2017년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당연히 알랭인 줄 알았다. (김태훈) 연출님은 저한테 없는 걸 끄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며 ‘대학살의 신’에 대해 “배우 생활하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작품 만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습실과 무대가 행복한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2019 대학살의 신_알랭(남경주)_아네뜨(최정원)
연극 ‘대학살의 신’(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17년 공연에서는 뭔지도 모르고 소리만 지르다 끝났어요. 처음엔 사극대사처럼 했거든요. 이 작품을 하면서 웃는 연기가 우는 것 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죠.”

  

이어 “2017년 ‘대학살의 신’이 끝나자마자 아내를 따라 파리로 해외 연수를 1년 좀 넘게 다녀왔다. 1년 동안 24시간 아이들(대한·민국·만세), 아내와 시간을 보내면서 어렵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 시간들이 이 연극을 다시 접했을 때 다르게 느껴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내와 싸울 때 아주 확 와닿았어요. 전에는 잘 안 와닿았던 게 부부생활을 하면서 지는 게 이는 거라 생각하고 늘 많이 누르고 지냈어요. 서로 존대를 하니 큰소리칠 일이 없기도 했죠.” 

 

2019 대학살의 신_몸싸움하는 베로니끄(이지하)_미셸(송일국)
연극 ‘대학살의 신’(사진제공=신시컴퍼니)

 

송일국은 1년의 공백기에 대해 “어쩌면 1년간 연기를 쉰 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가족과 겪었던 순간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내 베로니끄와 싸울 때 2017년에는 소리만 쳤다면 이번엔 그 안에서 밀리다 풀리기도 하는 등 디테일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싸우면서 평소에 쌓였던 걸 다 풀고 있어요. 완전 속이 후련하죠. 제가 느낀 통쾌함을 관객들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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