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B사이드] 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와 이승현·유성재·박규원의 ‘미운 정 고운 정’ 그리고 그들의 사람들

뮤지컬 ‘최후진술’의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이어 ‘미아 파밀리아’에서 또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승현·유성재·박규원
은인 김운기 연출·이희준 작가, 정리의 달인 이승현, 다재다능 유성재, 걱정 많은 박규원

입력 2019-06-01 22:04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미아 파밀리아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의 오스카 유성재(왼쪽부터), 리차드 이승현, 스티비 박규원(사진=강시열 작가)

 

“(이)승현 형, (박)규원이와 적지 않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것 같아요.‘

오래도록 함께 하고 있는 이승현, 박규원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유성재는 “이전과 지금의 승현 형에게서 느끼는 감정, 에너지 등이 굉장히 다르다”며 “예전에는 같이 하던 공연이 끝나면 별로 연락하고 싶지 않은 형이었다면 지금은 형한테 전화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고민을 얘기했을 때 승현 형이 툭 던지는 말들이 있어요. 그 안에 저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죠. 규원이는 예민하고 감성적이에요. 되게 품어주고 싶은 아이죠. 규원이가 되게 많이 힘들어 할 때도 있고 그 고민들을 얘기할 때도 있는데 그 고민을 들어주고 싶게 만드는 친구죠. 그게 무슨 에너지인지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데…기꺼이 들어주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미아 파밀리아 박규원
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의 박규원(사진=강시열 작가)

유성재의 말에 박규원은 “일종의 사랑”이라며 “우리 세 사람이 어느새 진심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원래 사람들이 처음 만나면 스스로를 좀 감추곤 하잖아요. 오래 함께 하며 진심이 되니 얘기도 들어주고 가끔 이해 안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오해를 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

2017년 뮤지컬 ‘최후진술’ 초연부터 2018년 재연, 2019년 세 번째 시즌(6월 9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윌리엄 셰익스피어로, ‘미아 파밀리아’(8월 11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리차드·오스카·스티비로 꼬박 2년째 함께 하고 있는 이승현·유성재·박규원은 서로에 대해 “미운 정 고운 정 든 사이” 그리고 “어느새 진심이 돼 버린 사이”라고 정의했다.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는 ‘해적’ ‘최후진술’ ‘사춘기’ ‘마마 돈 크라이’ 등의 김운기 연출·이희준 작가 콤비작으로 2013년 초연됐다 5년만에 돌아오는 작품이다.

 

금주령이 내려진 대공황기의 1930년대 뉴욕에 있는 아폴로니아 인&바(Inn&Bar, 이하 아폴로니아)를 배경으로 그곳의 상설무대 배우 리차드(이승현·권용국·김도빈,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와 오스카(유성재·안창용·조풍래) 그리고 이들을 찾아와 자신의 보스 일대기를 무대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마피아 솔저 스티비(허규·박규원·박영수)의 이야기다.


◇은인 김운기 연출과 이희준 작가
 

미아 파밀리아 이승현
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의 이승현(사진=강시열 작가)

 

“진짜 신기한 게 ‘미아 파밀리아’도, ‘최후진술’도 대본대로 하면 돼요. 약간 헷갈릴 수는 있어요. 신과 신이 연결이 안되고 뚝뚝 끊기니까요. 약간의 노하우라면 (이희준) 작가님 그리고 저 스스로를 믿고 진정성 있게 그 신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이승현을 비롯해 유성재, 박규원은 김운기 연출과 이희준 작가를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이승현의 표현처럼 “숨은 보석을 찾아낸” 이들과 2010년 ‘마마돈크라이’ 초연의 싱어로 인연을 맺은 유성재는 2013년 초연 ‘미아 파밀리아’를 비롯해 2017년부터 매년 공연 중인 갈릴레이 이야기 ‘최후진술’까지 함께 하고 있다.  

 

“저는 그저 감사해요. 여러 가지 음색을 낼 수 있는 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잘 캐치해주셨어요. 2010년 ‘마마돈크라이’ 초연 싱어로 발탁하시면서 ‘그게 장점이야’라고 말씀해주셨죠. 아무도 저를 안 써줄 때 그 장점만을 보고 계속 불러주신 분들이에요.”

미아 파밀리아 유성재
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의 유성재(사진=강시열 작가)

이렇게 말하는 유성재 뿐 아니다. 박규원 역시 2016년 ‘아폴로니아’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편’, 2017년 연극 ‘아틀란티스’, 2017년부터 매년 공연 중인 ‘최후진술’, 지금의 ‘미아 파밀리아’까지 김운기 연출·이희준 작가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유)성재 형은 진짜 너무 잘하세요. 다양한 역할로의 연기변신에 특화돼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부족해요. 그런데도 두분 작품을 많이 한 배우 중 한명이 됐죠. 처음부터 지금까지 근 3년 간 저를 계속 믿어주셨어요. 지금도 어떤 작품을 하든 연락을 주시죠. 두분의 것이 아닌 다른 작품의 역할에 대한 조언도 해주시고.”

이어 “했던 작품을 또 한 건 ‘최후진술’ 뿐”이라며 스스로도 의아하다는 박규원은 김운기 연출·이희준 작가에게 언젠가 “잘 하지도 못하는데 왜 저를 믿어주시냐”고 묻기도 했단다.

“저도 궁금했거든요. 그랬더니 ‘너 잘되는 거 보고 싶었다’고 딱 그 한 마디 하셨어요.”

박규원의 전언을 듣고 있던 유성재 역시 “저한테도 그러셨다”며 “정말 저희에겐 감사한 분들”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이에 이승현은 “‘미아 파밀리아’ 초연을 했던 5년 전만 해도 두분 작품은 ‘이상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요즘은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 뿐 아니라 연일 매진됐던 ‘해적’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분들이 시류를 맞추기 보다 시류가 두 분께 온 것 같아요. 그 5년 동안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만들어오셨다는 게 놀라워요. 지금의 이 시류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리의 달인 이승현, 다재다능 유성재, 걱정 많은 박규원

page000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의 리차드 이승현(왼쪽부터), 오스카 유성재, 스티비 박규원(사진제공=홍컴퍼니)

 

“이번 ‘미아 파밀리아’도 그렇고 ‘최후진술’ 때도 승현 형이 정리를 진짜 잘 해주세요. 어찌 보면 정신 없을 수도 있는 극들이잖아요. 대본분석이나 테이블 작업 뿐 아니라 잘 하다가도 정신이 없어질 즈음이면 형이 길을 알려주시죠.”

박규원의 전언에 유성재는 “그러기 위해서는 연출님, 작가님, 배우들과 얘기도 많이 해야 하고 혼자 생각도 많이 해야 하니 힘들 것”이라며 “게다가 말에 되게 예민해서 표현법을 어떻게든 해결하느라 애를 쓴다”고 귀띔했다. 그렇게 말하는 유성재에 이승현은 “성재는 제가 없는 배우로서의 장점이 굉장히 많은 친구”라는 칭찬으로 화답해다.

“웃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웃겨요. 그게 너무 부러워요. 같은 오스카 역의 (조)풍래가 ‘저 형은 다 가졌다’고 할 정도죠. 미운 걸 해도 안밉고…저는 미운 걸 하면 진짜 밉거든요. 성재만의 장점들을 십분 잘 살리는 역할들을 만나서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미아 파밀리아 이승현
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의 이승현(사진=강시열 작가)

 

이승현의 말에 박규원은 “성재 형 스스로는 쑥스러우니 ‘원래 땀이 많은 체질’이라고 하는데 한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그런 형과 무대에 섰을 때 받는 에너지가 엄청 크다”고 털어놓았다.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연기적인 부분이에요. 성악 전공자들이 뮤지컬이 노래하는 장르라는 생각에 많이 도전을 하는데 정말 연기가 중요한 것 같거든요. 성재 형은 무대 위에서 너무 자유로워 보이고 다재다능해요. ‘최후진술’ 연습을 할 때도 다 같이 성재 형만 보고 있을 정도였죠.”

걱정 많은 박규원에 대해 이승현은 “노래도 잘하고 착하고 예쁘다”며 “성격이 그렇게 자유롭지 않은 편인데 엄청 애를 쓴다. 그 노력이 빛을 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제 ‘최후진술’에서는 다 내려놓고 막 하더라”는 이승현에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형들 덕분”이라는 박규원. 그런 박규원에 이승현은 “그렇게 다 내려놓고 해도 예쁘잖아요”라며 웃는다.


◇늘 불안한 박규원에 전하는 이승현의 위안 “애쓰지 않아도 지금과 같을 거야”
 

미아 파밀리아 유성재
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의 유성재(사진=강시열 작가)

 

“요즘의 저는 가진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규원의 토로에 이승현은 “저 역시 그렇게 오래 배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배우생활을 벌써 15년째 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배우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게 저 스스로도 신기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예전에 선배 한분이 ‘이 세상엔 배우를 할 수 있는 인간과 할 수 없는 인간이 있는데 승현이는 후자’라고 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요.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이 감사하다”는 이승현은 “그나마 연기 잘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까지는 뮤지컬 ‘밑바닥에서’ ‘오디션’을 원캐스트로 3년, ‘미스 사이공’ 커버로 들어가 앙상블 1년 등 5년 가까이를 세 작품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미아 파밀리아 박규원
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의 박규원(사진=강시열 작가)
“저 스스로를 믿는 시간까지 오래 걸렸어요. 규원이도 그럴 거예요. 자꾸 불안하고 조바심이 나고….”

이승현의 말에 박규원은 “출연 요청이 계속 들어오는데도 일이 끊길까 무섭다”며 “공연을 많이 하고 싶었고 지금은 많이 하고 있는데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제 실력과 위치에 만족을 못하는 것 같아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아요. ‘최후진술’도, ‘더 픽션’도 잘 되고 있고 예전에 비해 상황은 분명 좋아졌고 발전한 부분도 있는데 제가 인정이 안돼요. 이 불안이 뭔지 모르겠어요. ”

박규원의 토로에 이승현은 “저야 말로 항상 불안하게 살았는데 안 그러려고 애쓰고 있다”며 “제 꿈이 애쓰지 않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저도 그런 시간이 있었거든요. 성재도 그랬어요. 애쓰다 보면 정말 그것 밖에 없어요. 스티브 잡스가 ‘일만 죽어라 했는데 일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더라’고 했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애를 쓰는데 결국 ‘작품들’로 뭉뚱그려지기 일쑤예요.”

이승현의 말 끝에 “형은 주옥같은 말을 참 많이 한다. 지금의 저 역시 ‘애쓴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는 박규원에 “너 능력 있어. 너무 불안해하지마”라는 위안이 돌아온다.

“규원이는 스스로를 완벽하게 믿으면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도 표현해 내는 배우예요. 자신을 완벽하게 믿기까지 굉장히 힘들어하죠. 그래서 계속 규원이한테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충분히 능력 있으니까 스스로에게 좀 더 믿는 마음을 가져도 좋다고. 애쓰지 않아도 지금과 같을 거라고.”

이승현의 말에 박규원은 “이 형이 또 저를 치고 갔어요. 형이 이래요”라며 쌀국수 집에서 조우했던 일화를 전했다.

“몇달 전에 저도, 형도 혼자 밥을 먹으러 쌀국수 집에 갔다가 예기치 않게 만난 적이 있어요. 거의 매일 공연을 하다 보니 쌀국수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힘이 들던 때였죠. 제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형이 딱 한 마디했는데 깨달음을 얻었어요. ‘규원아, 네가 제일 원했던 상황이야’라고. 형은 조언의 달인이에요. 정말 제 꿈은 딱 하나, 공연을 많이 하는 거였거든요. 형의 말로 현실에 지쳐 꿈이 이뤄졌음에도 감사할 줄 모르던 저를 발견했죠.”

_CSY0861s
뮤지컬 ‘최후진술’ ‘미아 파밀리아’의 유성재(왼쪽부터), 이승현, 박규원(사진=강시열 작가)

 

이어 “형의 그 한 마디가 당시의 저에겐 가장 필요했던 말”이라며 “형이 무심하게 툭 던지는 말들이 늘 저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고 덧붙였다.

“성재 형도 그래요. 승현 형이 선배 같다면 성재 형은 또래 친구 같아요.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죠. 굳이 얘기를 안해도,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성악 전공자로서 뮤지컬에 도전하는 데 어떤 고민과 불안감이 있는지를 공유하며 얘기를 많이 하죠. 그걸 극복한 형은 멋있어요. 형은 무대에 서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무대에서 계속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어 “승현 형이 굳건하셨으면 좋겠다”며 “건강하게 오래 배우 생활을 하시갈 바란다. 형은 저의 목표니까”라고 털어놓았다.

“43세에도 배우로 활동하는 형처럼 되고 싶거든요. 형이 오래 오래 배우를 하셔서 제가 추구하는 목표가 계속 높아지고 커지면 좋겠어요. 저는 그만큼 노력할 거고 제가 형을 넘어서는 순간 형이 ‘고생했다’고 하실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신뢰를 고스란히 전하는 박규원에 이승현이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진다.

“행복해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