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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年150만 인도인 생명 빼앗는 '달콤한 식탁'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세계 최대 당뇨국' 인도의 교훈 (상) 한국과 너무도 유사한 '친 당뇨 문화'
비만 위험인식 부족, 탄수화물 및 간식 문화, 운동부족 등 한국과 판박이

입력 2019-06-24 07:00 | 신문게재 2019-06-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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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당뇨 예방 캠페인 모습. (출처 = HT)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당뇨 환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중국과 인도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국제당뇨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에 따르면, 인도 당뇨병 환자는 2018년 기준 7300만 명으로 인도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까지는 1억34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뇨병은 ‘인도 국민병’이라고 할 만큼 일반화된 질병으로,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당뇨병 환자가 많은 국가다.

그 만큼 당뇨의 역사도 깊다. 서기 600년 인도 의약의 아버지인 수수르타(Susruta)는 당뇨병 증상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하였고 당뇨병을 메드후마(medhumeha)라고 했다. 메드후마(medhumeha)란 ‘벌의 오줌’이라는 말로, 환자의 소변이 달다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진 병명이다.

그 당시 당뇨환자의 오줌에서 단맛을 발견했지만 이 단맛의 정체가 포도당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때 까지는 무려 1200여 년이 더 걸렸다. 현재 당뇨병의 학명을 ‘Diabestes mellitus’라고 하는데, 이는 ‘Diabetes’와 ‘mellitus’가 각각 ‘오줌’과 ‘벌꿀 같이 단’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역사에서 기인한다.

당뇨병 관련해 인도는 ‘세계의 당뇨병 수도(Diabetes Capital)’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국민 질병에 해당하지만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2017년 기준으로 인도 사망 요인의 63%는 비전염성 질환(심장질환, 당뇨, 암 등)이다. 1990년대 39.7%였던 것에 비하면 급격히 증가한 셈이다. 참고로 2015년 기준 인도 평균 수명은 68.3세(남자 66.9세, 여자 69.9세)로 한국의 평균 수명 82.4세 보다 10년 이상 낮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인도에서는 매년 15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세계에서 당뇨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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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당뇨병을 유발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만은 2016년 인도 네셔날 헬스(National Health)의 조사 결과를 보면,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시골지역보다 도시지역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다이어트 업체 핏호 웰니스(FitHo Wellness)에서 실시한 인도 당뇨병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명 중 3명 즉 73%가 과체중이다. 그리고 조사대상의 거의 절반(4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평균 비만지수 25 이상이다.

지난 40 년 동안 인도에서 당뇨병 발병률은 급격히 증가했다. 1970 년대 초반 도시 인구의 약 3 % 가 당뇨병이었다. 2017년 인도 15개 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도시에 살고 있는 인도 성인의 11.2 %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에 비해 도시, 저소득층 보다는 상대적인 고소득자 층에서 당뇨병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도 뉴델리에 본부를 둔 당뇨병 재단 수석 책임자 시마 룰라띠(Seema Gulati) 박사는 “아시아 모든 주요 국가 중 인도가 당뇨병 발생률이 가장 높다”고 지적하며 “향후 당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큰 우려를 표했다.

인도 특수 당뇨 센터(Diabetes Specialties Centre)에 있는 V. 모한(V. Mohan) 박사에 따르면 “의심 할 여지없이 인도 당뇨병의 급격한 증가는 음식 섭취 습관의 변화와 신체 활동의 감소”라며 “식생활 개선과 운동만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음식과 신체 활동’이 당뇨병 유발과 해결의 핵심이다.

지난 두 세대 동안, 중산층 및 상류층 인도인들의 식단은 고도로 가공 된 식품으로 채워진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조부모 세대의 식생활 습관과 비교했을 때 인도인들은 소금, 정제된 탄수화물과 지방, 설탕을 더 많이 섭취하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배가 나온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당뇨의 주요 요인인 비만에 대한 인도인들의 태도와 행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만에 대한 문제 의식 자체가 없다. 개발 도상국 사람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으나, ‘살찌기=부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어, 비만 자체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영향으로 인해 1975년 이래 남성 비만율은 무려 2500%나 증가했다.

둘째,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가 문제다. 인도 식사의 대부분은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도인들의 주식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남북에 따라 크게 다르다. 북부지방에서는 ‘짜파띠(Chapati, ’로티‘라고도 함)을 주식으로 삼고 남부지방에서는 쌀을 주로 먹는다. 물론 북부라고 해서 쌀을 안 먹는 것은 아니고 남부라고 해서 빵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탈리(Thali, 일종의 백반)에도 밥과 빵이 함께 나온다.

그 외에도 난(Naan, 화덕에서 구운 희고 두툼한 발효빵), 빠로따(Parotta, 짜파띠와 비슷한 음식), 푸리(Puri, 짜파띠를 튀긴 것), 파파드(Papadum, 얇고 바삭하고 짜기 때문에 빵보다는 감자칩에 가까운 맛이 나는 음식) 등과 같은 다양한 음식이 있다. 모두 기름을 두른 조리 방법으로 인해 칼로리 자체가 무척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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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표 음식 짜파띠. (사진-= Testing Table)

세번째는 간식 문화다. 인도 스위트(인도 전통 과자와 케잌들)는 간식으로 먹는 것인데, 단맛과 향신료로 인해 혀 끝에 전해지는 그 특유의 느낌이 무척 강렬하다. 하지만 강한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설탕을 활용한 고칼로리 음식은 필수요건이다.

달콤한 간식 중에서 특히 굴랍 자문(Gulab jamun)은 상당히 유명하다. 코야(Khoya, 파니르와 비슷하지만 단맛이 더 강한 치즈)를 둥글게 말아 기름에 튀겨서 설탕을 졸여 만든 시럽에 담근 음식이다. 길거리에서 팔기도 하는데 외국인은 너무 강한 단맛에 1~2개 이상 먹기 어렵다. ‘짜이 왈라(차 판매상인)’ 출신 모디 총리 덕분에 유명해진 인도의 대표적인 음료 ’짜이(Chai)‘는 홍차에 생강과 각각의 향신료(계피, 정향 등), 우유와 설탕으로 만들어진 밀크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3잔 이상 커피를 마시듯이 인도인들은 짜이와 함께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것도 높은 칼로리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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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이 즐겨 먹는 굴랍 자문(Gulab jamun)

마지막으로 ‘운동 부족’이다. 인도 사람은 기본적으로 운동 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지 않다. 물론 더운 날씨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들의 생활을 살짝 들여다보면 이동할 때는 자가용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서민의 발인 오토릭샤(3륜 택시)를 이용한다. 스포츠도 크리켓이나 축구를 좋아하지만, 선수가 되기보다는 관중이 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최근 새로 짓는 건물에는 어김없이 체육관이 들어서고 체육관은 곳곳에 있는데, 금전적인 사정 때문에 꾸준히 다닐 여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도인의 평균 월급은 약 1만5000 루피(약 30만원)이지만, 체육관 월 회비는 약 3500 루피(약 6만원)로 꽤 비용이 들고 그렇게까지 독하게 운동을 하려고 사람도 드물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되는 비만은 인도 정부차원의 가장 큰 적이 되었고 이로 인해, 최근 심혈관 질환과 당뇨 등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심장마비의 경우 서양보다 무려 평균 10년 이상 일찍 찾아온다.

권기철 국제전문 객원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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