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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일경제전쟁’ 어게인 명량대첩…일본이 두려워하는 한국

[김수환의 whatsup] 韓 국민들 자발적 불매운동에 당황한 일본 정부

입력 2019-08-12 07:00 | 신문게재 2019-08-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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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역전쟁을 지켜본 아베가 기어이 대(對) 한국 경제전쟁을 일으켰다. 골프장을 함께 다니며 밀착하더니 그런 것만 배웠단 말인가. 일본이 공격 속도를 조절하며 심리전을 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그대로다. 여·야의 정쟁 속에도 국민들의 애국심은 불타 오른다. 제대로 된 리더십이 요구된다. 명량에서 12척으로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그 리더십 말이다.

 

 

◇ 일본은 준비 안 된 전쟁을 시작했나

 

각의 앞 포즈 취한 아베와 각료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각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AFP=연합)

 

일본의 준비된 공격은 한국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첫 공격 이후 일본은 허술함을 드러냈다.

지난달 4일 대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지 한 달여 만인 지난 8일 일본은 규제 강화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1건을 허가했다.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산업상,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은 “금수조치가 아니며 수출관리 차원에서 규제가 이뤄진 것”이라는 기존 논리를 재차 강조했다. 이 ‘수출관리’라는 것에 대해선 스가 장관 등이 ‘안전보장상’ 목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공개석상에서 징용공 배상 판결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나와 수출규제가 징용공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수출규제는 징용공 판결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사회에서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근 북한과의 대화에 주력해온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안보문제, 즉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등의 이유를 둘러대면서 애매모호하고 자기모순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일본의 표적이 된 한국산업의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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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주)에스비비테크를 찾아 브리핑을 듣고 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연합)

최근 한일관계는 위안부 합의 백지화, 초계기 위협비행-레이더 조사(照射) 문제 등을 겪으며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전과 다른 한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상당히 좌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한국대법원이 일본기업의 징용공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아베 총리는 한국을 압박할 무기를 찾게 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수단이 무역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이었다.

명분은 부족했지만 일본이 내지른 공격은 한국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한국의 수출액에서 20% 규모를 차지하는 반도체. 그 반도체의 소재를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공략한 수출규제는 그야말로 “급소를 찌른 것”이라는 평가가 일본 내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단호하게 나갔다.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를 선언한 것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에서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하고 7년간 7조 8000억 원을 투입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는 등 국산화를 추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국내 대표적 반도체 분야 석학인 최기영(64) 서울대 교수를 과기부 장관 후보로 전격 발탁했다.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 추진에 대한 일본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왜일까.

오카야마대학의 오사다 다카히토 교수는 일본 경제지 ‘동양경제’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의 국산화 대책에 대해 “일본 관계자들은 일본 업체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기술을 한국이 따라잡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소재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오사다 교수는 하지만 “이전에도 그렇게 생각해왔던 가전제품, 반도체, 유기 EL패널,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한국기업은 순식간에 일본 기업을 따라잡거나 일부 품목에서는 추월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속도를 중시한 한국기업이 핵심 장비나 소재를 일본이나 미국에서 조달하는 수평적 분업과 모방전략을 통해 반도체, 스마트폰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일본기업을 앞서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전략이 독자적 개발 방식에 비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중요한 기술을 손쉽게 확보하는 방법이었다고 지적했다. 마치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듯이 제조장비나 소재를 투입하면 반도체, 유기 EL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형 양산산업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한국의 재벌 기업들에 적합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기술을 모방하더라도 독자적인 개량 노하우를 내제화하는데 주력했고, 반도체 산업에서도 제조장비 및 소재 업체를 함께 육성해 생태계를 조성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결국 한국 기업은 속도전으로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는 일본 기업을 추월할 수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의 약점인 생태계를 공격한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의미하는 바는 일본이 한국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소재·부품을 수출하고, 한국은 일본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반도체 등을 수출하는 국제분업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양국 모두에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의 도발로 방아쇠는 당겨졌다. 한국은 필사적인 노력으로 또 한 단계의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오사다 교수는 “한국이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인식하게 만든 것”이 일본 정부의 전략적 실패라고 지적하면서 “일본은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일본 아베 정권을 두렵게 할 한국의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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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연합)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에는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전력상 우위를 믿고 도발한 아베 정권에 신속하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부도 몇 몇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을 가장 두렵게 하는 건 역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일어서는 모습이 아닐까.

지금 한국에선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마치 일제 강점기 때 3·1 만세운동이 한반도를 뒤흔들었듯이 말이다. 우리 국민 정서에 일제 치하의 한(恨)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반일 기류가 이만큼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던 모양이다. 한국에 18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편의점 진열대에서 아사히 등 일본 맥주는 자취를 감췄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자도 급감해 여행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자체와 스포츠 분야의 교류도 끊기자 일본 정부의 당황한 기색이 엿보인다.

SNS상에서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진짜 힘을 키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이 감히 범할 엄두도 못 낼 강대한 나라를 만드는 시작이 되도록 애국심을 일으켜준 아베가 고맙다”면서 말이다.

 

두 손 들고 무릎 꿇은 아베<YONHAP NO-1818>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청소년들이 두 손 들고 무릎 꿇은 아베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

 

국민들이 차분하면서도 냉철한 대응으로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정쟁에 휩싸이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일본의 극우세력에게 빌미를 주고 한미동맹마저 흔들 수 있는 ‘지소미아’(GSOMIA) 폐기는 신중히 재고해야 한다. 석간 후지는 한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행에 옮긴다면 한국은 군사적, 경제적으로 점점 고립돼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시점에 일본내 극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하는 대응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일본의 지성인들 사이에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이 나와야 한다. 국제사회와 미국 등 주요 동맹국의 지지도 중요하다. 아베 정권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다면 가뜩이나 명분이 없는 대한국 경제공세는 설자리가 없게 된다. 이를 위해 일반 일본 국민과 극우세력은 분리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 일본 자체를 부정하는 ‘NO 일본’ 대신 ‘NO 아베’를 외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좋은 접근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한일 대립은 양국 모두에 이로울 것이 없다. 갈등이 격해질수록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된다. 한국 경제는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노출돼 있다. 전선이 자꾸만 확대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우리 경제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는 한국이 되려면 말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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