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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서비스형 소프트웨어·핀테크… 황금알 낳는 산업 집중투자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인도 스타트업에서 배워라 (하)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 육성 <끝>

입력 2019-08-26 07:00 | 신문게재 2019-08-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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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반의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나라’라는 평가 속에 인도 스타트업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세계 기업인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의 괄목할 성장에는 벤처 캐피탈이라는 인큐베이터 생태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벤투스 캐피털 파트너스’(INVENTUS CAPITAL PARTNERS)는 최근 인도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인도 벤처 투자의 1세대로 엔젤 투자자들의 네트워크인 ‘뭄바이 엔젤스(Mumbai Angles)’를 만든 사미르 쿠마르(Samir Kumar)와 구글 인디아 출신의 루트빅 도시(Rutvik doshi) 대표 파트너 등이 공동설립했다.

특히 루뜨빅 도시 대표는 인도 최고 명문의 IIT(인도공대) 출신으로, 구글 인디아를 거쳐 2007년부터 이곳에 합류한 후 다수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해 알토란 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 주로 인도 스타트업을 미국에 진출시키는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회사 내부에 40개 팀이 기업 펀딩과 성장을 위한 다수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 대표에게서 인도 스타트업 투자환경과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미래산업 등에 관해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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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인도 전체가 ‘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이동 중

도시 대표는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묻는 기자의 첫 질문에 “디지털 사회로의 이행을 향한 인도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6년 11월 어느 날 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방송에 나와 “앞으로 4시간 후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고액권을 폐지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 큰 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조치의 목적은 인도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검은 돈’을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장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이 조치로 은행과 ATM 앞은 장사진이었다. 하지만 이 조치는 디지털 사회, 즉 ‘무현금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그는 “인도 정부의 개혁 조치 이후 인도가 ‘디지털 사회’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인구 13억 명이 넘는 인도에서 국민의 90% 이상이 사진과 지문, 홍채 등 개인 식별이 가능하며 조작이 불가능한 생체 정보가 담긴 고유의 번호를 갖게 됐다.

‘국가가 너무 나서서 너무 많은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덕분에 사업하는 데 최적의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기업하기에 좋은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뒤따랐다. 2016년 릴라이언스가 ‘지오(JIO)’라는 통신사를 설립해 매달 1만 2000원이던 4G 서비스 요금을 2300원 정도로 크게 낮추고 지오 폰(Jio Phone)까지 거의 공짜로 공급한 덕분에 인도의 스마트폰 인구가 50%를 넘어서는 등 시장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도시 대표는 “지오는 기존 통신업계에 ‘가격 파괴’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는 통신 요금 인하로 이어져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6억 명 규모의 IT 시장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글(Google) 인도에서 유튜브 담당 업무를 했었는데, 지오가 등장한 이전과 이후를 유튜브 시청 횟수를 통해 비교해 보니 약 10배 정도 시청 횟수가 늘었다”고 전했다.

 


◇ 건강관리 등 유망 기업에 집중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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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고라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 벤처 투자회사 ‘인벤투스 파트너스’ 설립자들. 오른쪽이 루뚜빅 도시 (Rutvik doshi) 공동 설립자, 중앙이 사미르 쿠마르(Samir Kumar) 공동설립자다. 사진 = Forbes India

 

덕분에 앱 마켓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는 “우리가 투자한 ‘핼시파이미’(HealthifyMe)라는 다이어트 관리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은 약 500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도 전했다. 그 중에서 2만 5000명의 사용자가 매년 약 23만 원을 주고 유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 성장에 따라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쪽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인벤투스 캐피털 파트너스는 많은 투자는 않지만 투자 성과 극대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 범위도 모바일, 인터넷, 소프트웨어, 핀테크, AI(인공지능), IoT 등 다양하다. 과거 2개의 펀드를 통해 인도 기업 22곳에 투자했는데 그 중 3개 기업이 엑시트(Exit) 했다. 초기 투자 단계인 시리즈 A에 투자하고, 투자 후 8~10개월 동안 전략과 제품, 조직 등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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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투스 파트너가 투자한 건강 정보 애플리케이션 기업 헬시파이미. 사진=헬시파이미

 

그는 “인도에서는 풍부한 경험과 프로페셔널 한 능력을 보유해야만 투자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인도에서 조인트벤처(VC)를 하려면 돈만 가지고선 안되며, 시장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도 직접 투자팀을 이끌거나 투자자 팀 측 경영진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2008년에 설립한 인벤투스의 투자 성공 사례로 그는 ‘레드버스’(Redbus)를 들었다. 인도에서 가장 큰 버스 티켓 예매 사이트로, 2013년 중국 텐센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 IT기업 나스퍼(Nasper)가 공동설립한 후 약 1600억 원에 매각되어 당시 ‘최고의 엑시트(Exit) 딜’로 대서특필 되기도 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미디어 및 디지털 마케팅 기업인 덴츠 이지스 네트워크 그룹도 엑시트에 성공한 사례다. 일본 광고·홍보회사인 덴츠가 전액 출자한 이 회사는 디지털 광고가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만드는 기술을 핵심 사업으로 해, 2017년 엑시트 전까지 인도 페이스북, 구글 광고 게재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 SaaS·핀테크 등이 향후 인도 투자 유망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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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대표는 “B2B 기업과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클라우드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B2B용 소프트웨어는 기술력이 성공의 핵심인데, 인도 스타트업 대부분이 ‘인도에서 기술개발을 해 세계 시장에 판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 대단히 유망하다고 전했다.

특별히 그는 ‘UNBXD’라는 기업을 소개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위한 ‘제품 정보 관리(PIM)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이 기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미 미국 온라인 가구 판매 1위 쇼핑몰을 비롯해 120개의 미국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도 NASSCOM(인도 소프트웨어기업 협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인도 SaaS 시장은 2020년 1조 2000억 원, 2025년에는 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대표는 또 인도의 ‘핀테크’ 시장을 특별히 주목하라고 권고했다. “인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전체 인구의 2% 정도 밖에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며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인도 국민들이 주민등록증 번호(Aadhaar,아다르)를 발급받은 이후 신용거래 사회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며 은행 대출과 보험 등 관련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금 없는 사회’를 꿈꾸는 인도 정부의 정책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금 거래만 했던 인구의 98%가 중국의 알리페이와 비슷한 페이티엠(PayTm)을 통해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경제 투명성도 높아지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블록 체인도 새로운 기술 진화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사회’와 ‘무현금 사회’가 동시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 한국도 인도 스타트업 시장과 연계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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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진흥공단은 인도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투자 지원 등을 통해 인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스타트업 인디아, 스탠드업 인디아(Start up India, Stand up India)’라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펼친 덕분에 인도에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를 비롯해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진출해 있다.

도시 대표는 “그들은 스타트업들이 든든한 아군을 얻어 경쟁자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고 말했다. 반대로 경쟁기업들에게는 당연히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는 “이들 역시 ‘수익성 있는 기업’ 혹은 ‘수익성이 보이고 있는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는 쪽으로 투자 방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넘치는 지원환경 속에서도 이곳 기업인들 역시 우리처럼 보다 실질적인 규제혁파를 갈구하는 분위기다. 도시 대표는 “미국 나스닥은 기업이 적자라도 성장성이 인정되면 IPO를 할 수 있다”며 “흑자 기업이여야 IPO(기업공개)가 가능케 한 규정부터 폐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나스닥에 진출하려 해도 인도 증권거래소에 먼저 상장해야 한다는 규정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팁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인도 시장에 투자하려면 ‘끈기’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단기 수익을 추구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자랑할 것은 기술력을 지닌 엔지니어가 풍부하고, 기술 기반의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기업인들도 많다는 것”이라며 “인도는 AI(인공지능), 머신 런닝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에 그 어떤 국가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거의 무비자에 가까운 ‘도착 비자’를 받을 수 있는 한국에게는 더욱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철 국제전문 객원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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