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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무용가, 세상을 바꾸다… “예술가·지역·사회문제를 문화로 풀면 도시가 변해요”

[스타트업] 문화기획·컨설팅 기업 '필더필'

입력 2019-09-11 07:00 | 신문게재 2019-09-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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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뮤직시티커넥션 행사에 참여한 필더필 직원들. 2018년 열린 산타런 행사. GS칼텍스 취준동고동락 행사에서 출연자들이 무대를 꾸미고 있다.(사진제공=필터필)

 

“대부분이 예술가는 대학졸업을 기점으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본인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거의 사라지죠. 이는 곧 창작활동의 감소, 그리고 경제활동 감소, 수입원 저하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필더필은 문화와 예술로 도시를 채운다(FILL THE FEEL)는 취지로, 2016년에 설립된 문화기획·컨설팅 기업이다. 예술가와 함께 성장하고, 지역과 함께 고민하며 사회문제를 문화로 풀어내서 도시를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회적기업이기도하다. 

 

프로필사진1
필더필 신다혜 대표.(사진제공=필더필)

필더필을 이끄는 신다혜 대표 역시 선화예중·고를 나와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예술가다. 대학교 재학실절 주변에 실력있는 선·후배들이 졸업 후 전공을 살리기보다 ‘취집(취업+시집을 합친 신조어)’을 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더구나 많은 예술가들이 경제적으로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중간에 그만두는 일을 많이 목격하게 됐다. 신 대표는 이런 공통된 원인으로 시장(MARKET)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무대’, ‘선보일 장’이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장(MARKET)’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돼 그들의 재능을 ‘유통’하고, ‘재능유통’ 과정에서 예술가는 기회의 제공과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 장을 통해 그들로 인해 더욱 풍부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필더필을 창업한 이유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내딛었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문화나 공연, 행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부족하고, 진행되는 문화행사 또한 10년째 같은 축제이거나 타 지역과 다른 것이 없는 프로그램(퍼레이드, 술판, 먹거리, 지역문화단체공연)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빈부격차나 정보격차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격차 또한 큰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에 필더필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까지 발굴하고 기획한다.

시작은 ‘여기 이곳’ 프로젝트다. 전시공간이 아닌 유휴공간에서도 충분히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사 중인 건물 1층을 3주간 임대받아 ‘비전시 공간 활성화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기조차 없는 공간에서 30여명의 예술가와 함께 전시, 플리마켓, 공연 등을 함께하는 축제였다.

 

(필더필팀원모두)서울뮤직시티커넥션 행사 사진
서울뮤직시티커넥션 행사 사진.(사진제공=필더필)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참여한 대부분의 작가들이 20대 초반이었다는 것과 그들에겐 첫 전시의 경력이 필요하다는 느꼈어요. 그래서 동대문구청 로비에서 ‘청준걸다’라는 전시를 진행하고 이어 다양한 이유로 예술활동을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다시 첫 전시, 재전시 프로젝트’도 진행하게 됐죠.”

이후 고용노동부 주최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나가 창업아이디어 우수상(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상) 입상, 이어 한국관광공사의 예비관광벤처 인증, 그리고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소셜벤처 H-온드림 펠로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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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취준동고동락’ 진행 모습.(사진제공=필더필)

 

2017년부터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문화로 풀어나가는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찾아 떠나는 ‘예술대장정’과 새로운 기부문화 형성을 위한 ‘이색기부마라톤축제 산타런’을 매년 필더필 이름을 내걸고 진행하고 있다.

‘산타런’은 필더필 대표 자체 프로젝트다. 딱딱한 기부가 아닌 즐겁게 놀고, 뛰고, 즐기다 보면 기부가 되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2017 제1회 산타런’을 시작, 800명의 유료참가자와 2000명의 무료참가자와 함께 3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아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예술가에게 기부했다. 작년 역시 ‘2018 제2회 산타런’을 개최해 1500명의 산타들이 기부에 동참했고, 이렇게 즐기다 보면 기부가 되는 퍼네이션(Fun+donation)으로 현재까지 약 1000만원을 기부했다. 올해는 2000만원 정도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2018 산타런 (1)
지난해 ‘산타런’ 모습.(사진제공=필더필)

 

특히 지난 8월 기준, 필더필을 거쳐간 예술가는 약 250팀에 달한다고 한다. 신진아티스트가 필더필의 무대에서 50만원의 출연료를 받던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다른 무대에서 200만원의 출연료를 받으며 성장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GS칼텍스 취준동고동락’이라는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에 대한 스킬도 필요하지만, 문화예술을 도구로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과 자존감하락,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에 대한 힐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올해 GS칼텍스의 후원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400명의 취준생과 함께 3회에 걸쳐 진행됐고, 이 중 절반은 저소득층 취업준비생이라고 한다.

필더필은 창업 1년차에만 무려 5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2년차인 작년에는 10억원을 조금 넘겼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는 약 15억 정도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한다. 하지만 창업초기에는 예술가 출신으로서 모든 일이 낯설고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신다혜 사진1
필더필 신다혜 대표.(사진제공=필더필)

 

“회계 지식은 물론 사업계획서 쓰는 법도 몰랐어요. 주먹구구로 일하다보니 업무효율도 낮았죠. 다행히 지금은 함께 창업한 팀장들의 도움으로 체계가 잡힌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고, 판로 개척도 쉽지 않았지만 단순 행사 용역을 줄이고 자체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면서 극복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2025년까지 100억원대 매출을 내는 문화벤처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올 12월에 열리는 산타런 행사규모를 더욱 키울 생각이다. 산타런을 이색적인 기부 마라톤 정도가 아닌 내년부터는 1~12월 상시 산타를 주제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필더필은 사회에 필요한 영역이라면 직접 시장을 개척해서 문화로 사회문제에 직접적으로 다가가고 있어요. 앞으로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면 산타런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일반 시민들과 함께 즐겁게 풀어나가고 싶어요. 진성성 있는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늘리면 우리를 찾는 곳도 많아질 거라 봐요. 이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100억원대 매출을 내는 문화벤처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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