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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NO 재팬'에 울고 웃는 영화계

[문화공작소] ‘극장판 엉덩이 탐정: 화려한 사건 수첩’ 개봉 전 '1점 테러' 당하기도, 부가판권 보장되는 도라에몽 39번째 극장판 개봉 무기한 연기
국내 팬층 두터운 일본 영화들 개봉 무기한 연기 vs 정면돌파 그 여파는?
'타이밍 특수'노린 영화 '봉오동 전투' 손익분기점 19일만에 넘었지만 '흥행 잭팟' 아쉬워

입력 2019-09-18 07:00 | 신문게재 2019-09-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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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탐정
영화 개봉과 맞물려 ‘1점테러’를 당한 ‘극장판 엉덩이 탐정: 화려한 사건 수첩’.충성도 높은 초등학생들을 겨냥했지만 시국의 예민한 분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사진제공=NEW)

 

최근 한국사회를 강타한 ‘NO재팬’ 분위기가 영화계 ‘눈치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베정권의 경제보복조치로 소비재를 강타한 반일감정이 문화 콘텐츠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 일본 베스트셀러 원작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엉덩이 탐정: 화려한 사건 수첩’은 개봉도 전에 평점테러를 당했다. 7월 11일 개봉한 이 영화는 별 5개 만점 중 1점이 56%가 넘는다. 얼굴은 엉덩이지만 추리는 완벽한 명탐정 엉덩이 탐정의 코믹한 콘셉트로 국내에 어린이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극장판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화가 개봉된 후에도 “일본 영화라 보지 않겠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 아이들 데리고 보고 싶지 않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부가판권 보장되는 일본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조차 ‘몸사려’

 

도라에몽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의 극장판 시리즈 39번째 작품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는 달 탐험을 떠난 도라에몽과 진구의 모험을 그린다.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여름방학 특수를 겨냥해 광복전 하루 전인 8월 14일 개봉예정이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이하 진구의 달 탐사기)는 아예 무기한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 ‘진구와 달 탐사기’는 극장판 도라에몽 시리즈의 39번째 작품으로 달 탐험을 떠난 도라에몽과 진구의 모험담을 담고 있다. 일본 현지 개봉당시 디즈니의 ‘캡틴 마블’과 ‘덤보’ 등을 제치고 6주 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영화 수입·배급사 측은 ‘올해 안에 개봉한다’는 정도의 방침만 세운상태다.

날씨의아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수입사측은 ‘NO재팬’의 분위기속에 개봉일을 확정하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놨다. (사진제공=미디어캐슬)

반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 수입사인 미디어캐슬은 정면돌파를 내세웠다. 지난 11일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개봉일이 10월 30일로 확정됐다”면서 “애초 10월 초 개봉을 목표했지만 시국의 국민적 정서에 대해 동감하면서 조심스러운 입장과 걱정을 안아야 했고 기본적인 마케팅도 중지한 채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약속한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시점에서 저희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고 수많은 고심 끝에 최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져 애초 계획에서 한 달 가량 늦춘 10월 30일을 개봉일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카이 감독은 한국에서 영화 ‘너의 이름은’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으며 2017년 한국에 상영해 370만 관객을 만났다. 이는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이례적인 수치다. 미디어캐슬은 “무기한 연기나 잠정보류가 아닌 연내 개봉이라는 선택이 각 시민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캠페인과 사회적 분위기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많은 분에게도 고개 숙여 송구함을 전한다.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겸허히 생각하고 있다. ‘콘텐츠를 콘텐츠로만 소비해 달라’는 주장도 감히 하지 않겠다. 이 영화가 지금의 사회상에 비추어 볼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신다면 얼마든지 질책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콘텐츠 관련 업체들 ‘개봉 해도 울고, 안해도 울고’

 

김복동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김복동’.(사진제공=엣나인필름)

 

반대로 항일 콘텐츠는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관심과 열기를 증폭해줄 결정적인 ‘한방’은 여전히 아쉽다. 개봉과 동시에 단체관람 문의가 쏟아졌던 다큐멘터리 ‘김복동’은 8만 관객을 달성한 뒤 추석을 앞둔 11일 IPTV와 극장 동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 간의 여정을 담은 영화로 안방에서도 관객들을 만나는 폭넓은 선택의 길을 택했다. 

 

봉오동전투
유해진,류준열,조우진을 비롯해 여러 일본배우들이 출연한 ‘봉오동 전투’는 개봉 19일만에 손익분기점 45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제공=쇼박스)

 

8월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처음 승리한 실제 전투를 스크린으로 옮긴 화제작이다. 역사에 기초한 일본군의 잔인한 학대장면과 실제 전투에 사용된 태극기가 등장하며 비장함과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제작비 19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개봉은 타이밍’이라는 흥행 특수를 한 몸에 받았지만 3주 만에야 손익분기점인 450만명을 넘었다.

낙담할 성적은 아니지만 시사회 직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시국에서는 최소 800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만큼 아쉬움을 더한다. 대신 ‘봉오동 전투’는 해외 개봉을 통해 일본의 만행과 독립군 열사들의 희생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영화 신문기자
일본 진출을 앞둔 심은경이 한국인과 일본인 혼혈 기자로 열연한 영화 ‘신문기자’. 아베 총리의 비리를 소재로 한 영화로 현지에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제공=더쿱)

 

한국 배우가 직접 나서 일본 사회의 이면을 파헤친 영화 ‘신문기자’도 곧 개봉한다.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을 소재로 심은경이 직접 주연으로 나서 오는 10월 국내 관객과 만난다. 6월 현지 개봉당시 일본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으며 입소문만으로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단계부터 역할을 제안받은 유명 배우들이 반 정부주의자로 낙인찍힐까봐 출연을 고사하고 스태프들도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걸 꺼려하는 등 ‘뜨거운 감자’였던 작품이다. 이에 설정조차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캐릭터로 바뀌었다. 극중 심은경이 가짜 뉴스부터 댓글 조작까지 국가가 감추려 하는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기자 역할을 맡았다.

다음달 3일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신문기자’의 경우 일본에서 개봉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초청하고 싶었는데 뉴욕에서 8월에 상영회가 예정돼 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연락받고 취소됐다”고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영화 소재인 ‘아베 사학비리’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와 가까운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는 등 아베 정권이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솔직히 극장 개봉을 앞둔 일본 콘텐츠의 경우 사실상 올해 개봉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이다. 부가판권이 보장되는 일본 프랜차이즈들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 조차 마음을 비운 상태”라면서 “항일소재 혹은 시국에 부흥하는 반일 영화여도 일본 작품을 수입하는 회사나 관련 업체들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부담감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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